"의협 집행부, 문재인 케어 대응 부족했다"…최대집 당선인에 총파업 등 힘 보태기로(종합)
정기대의원총회, 비대위는 4월 30일 해산 결정…최대집 당선인, 투쟁 참여 회원 보호부터 시작
야당의원들도 "문재인 케어는 포퓰리즘 정책" 한목소리…복지부, 적정수가 보전하겠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감사단이 현 의협 집행부에 대해 문재인 케어 문제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감사보고서를 냈다. 문재인 케어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국민을 설득해 건강보험료를 더 내도록 하고, 이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올리면서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케어 대응을 위해 지난해 9월 출범했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현 집행부 임기가 끝나는 4월 30일자로 해산된다. 의협 회장 최대집 당선인은 5월 1일 취임과 동시에 투쟁을 위한 회원 보호부터 시작한다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최 당선인은 복지부의 각개전투에 협조할 것이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 대동단결할 것을 부탁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최대집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시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케어는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비급여 3600개를 급여 또는 본인부담률 50~90%의 예비급여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복지부는 비급여를 차단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의료비 지출 비중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2015년 63.4%에서 2022년 7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문재인 케어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 의학회를 통해 자료 제출을 받아 급여화가 필요한 항목을 검토하기로 했다.
의협 감사보고서, 건강보험료 더 내도록 국민 설득해야
“현 의협 집행부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에 공감을 표하며 의협이 의정협의체 구성을 먼저 제안했다. 이는 회원들의 뜻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성급한 판단이었다. 문재인 케어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
의협 감사단은 22일 제 70차 정기대의원총회 감사보고서에서 문재인 케어 대응방안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감사단은 “건강보험 재정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의료전달체계 개선 없이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 대형병원 환자 쏠림과 의료기관 도산 등의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이같은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반대 성명을 발표했어야 한다”라며 아쉬운 점을 드러냈다.
비급여인 영양주사(수액제)의 급여화를 강력하게 막겠다는 의협 발표는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비급여를 혼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단은 “정부는 영양주사는 피로회복 용도이기 떄문에 비급여 영역이고 의학적 비급여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급여 전환의 대상이 아니라고 답변했다”라며 “의협 발표는 영양수액 주사를 의학적 비급여로 잘못 인식했던 결과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감사단은 “또 신포괄수가제도 적용은 병원급 진료에만 적용되는 데도 의원급 료기관의 신포괄수가제 적용을 막겠다는 의협 발표도 신중하지 못했다”고 했다. 신포괄수가제는 기존 포괄수가제에 일부 행위별 수가제를 접목한 것이다.
감사단은 “의협 집행부에서 전국 반모임 개최를 요구했으나 참석율이 저조했다. 회원들의 여론형성이 불충분한 상황이었고 의료계 지도자들과도 충분히 소통하지 못해 반모임 개최율이 저조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단은 “모든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에 소요되는 정부의 재정추계 문제점이 심각하다. 우선 비급여 규모 파악 사실상 불가하고 신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비급여 항목 매년 증가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감사단은 “비급여 수익손실 보전 미흡으로 인한 풍선효과 발생, 정부의 과소 소요재정 추계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감사단은 “의협은 세부항목까지 면밀히 검토해 재원조달 방안과 문재인 케어의 실효성 등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한 후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라고 했다.
감사단은 “건강보험의 저부담 저수가 저급여의 체계에서 적정부담 적정수가 적정급여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도 건강보험료를 더 내고 건강보험 보장률도 올리고 의사도 적정수가를 받게 되도록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해산, 최대집 당선인 취임과 동시에 투쟁 준비 시작
의협 비대위는 지난해 9월 16일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저지를 위임받아 출범했다. 비대위는 지난해 12월 10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연 데 이어 보건복지부와 10차례에 걸친 의정협의체를 진행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일방적인 문재인 케어 강행 문제로 3월 30일 협상이 결렬됐다.
이날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는 추무진 회장 임기가 끝나는 4월 30일에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5월 1일 임기를 시작하는 최대집 당선인이 문재인 케어 대응 저지 방안을 마련하는데 동의했다.
비대위 이동욱 사무총장(경기도의사회장)은 “의정협의를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부당한 삭감은 의료계 자율점검을 통해 해결하고, 저수가 문제는 재정 순증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협상안이 도출됐다”라며 “다만 복지부는 상복부 초음파의 본인부담률 80%의 예비급여에 대해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래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최대집 회장 집행부가 이 부분을 이어받아서 정부와의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앞으로도 회원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최 회장 집행부가 적절한 투쟁과 협상을 통해 문재인 케어에 잘 대응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당선인은 “회장의 연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차기 회장 출마를 의식하는 분들은 집행부가 잘 안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에 힘을 보태준다면 의료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최 당선인은 “우선 임기가 시작되면 투쟁을 하다가 재판이나 면허취소 등을 당한 회원을 돕겠다. 2억원의 위로금 등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당선인은 “문재인 케어를 막기 위한 다양한 투쟁 방안을 만들고 투쟁기금 3억원과 투쟁방안을 만들고 있다. 필요하다면 전담 직원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최 당선인은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급여의 급여화인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는 의료계와 협의가 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각 전문과목 학회와 논의해 각개전투로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 당선인은 “의료계가 단합하지 못하면 의료계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의협은 개별 학회나 의사회 등 다른 단체에 따라 혼선이 생기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했다.
최 당선인은 “의료계 단체들은 40대 집행부가 단일화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라며 “저수가, 저부담, 저보장의 현행 건강보험 제도로는 더 이상 국민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 집행부는 문재인 케어를 막고 건강보험 제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 대의원회는 결의문을 채택해 “의료전문가의 경고와 조언을 무시한 문재인 케어는 현실적인 재정 확충의 뒷받침 없이 실현이 불가능하다”라며 “정부가 졸속으로 문재인 케어를 강행한다면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대의원회는 “정부는 이후에도 예비급여의 도입과 상복부 초음파의 급여화 강행 등을 통해 의료계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을 시도하면서 문재인 케어의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대의원회는 우선 “신임 최대집 회장 집행부의 현 의료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과 그에 따른 투쟁 전략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라며 “신임 집행부의 회무 수행과 대정부 투쟁에 아낌 없는 지지와 협조를 다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대의원회는 “정부와 국회, 사법기관은 우리의 결의를 엄중히 받아들여 필요한 조치들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라며 “만약 당국이 우리의 결의를 외면하고 일방통행식 정책을 강행하며 의사들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짓밟는다면 총파업 등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부와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도 문재인 케어 반대 한목소리…정부, 적정수가 보전 약속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야당에서만 자유한국당 박인숙·윤종필 의원과 김문수 서울특별시장 후보,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등 4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열렸던 의협 제69차 정기대의원총회에는 민주당 양승조·전현희·전혜숙 의원 등이 참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케어는 다 퍼주는 정책인 것 같지만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간다”며 “의사들이 이를 국민에게 잘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문재인 케어는 그럴 듯해 보이는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복잡한 셈도 필요 없이 단순히 덧셈 뺄셈을 해보면 알 수 있다"며 "의사도 피해를 받지만,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박 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의사들이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며 “투쟁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국민이 지지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김문수 의원(전 경기도지사)은 “문재인 케어는 표심을 위한 한심한 포퓰리즘”이라며 “문재인 케어는 표를 얻기 위해 국민건강도 맘대로 바꾸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의사들은 도덕성에 입각해 강한 트레이닝을 받아 높은 실력을 갖췄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들 역시 임상에만 묶여있지 말고 사회에서도 목소리를 내라"고 조언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언주 의원(바른미래당)은 "경제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봐도 문재인 케어는 시장적인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그동안 우리 의사들을 힘들게 해 적립했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1조를 정부가 무슨 자격으로 탕진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보재정 적립금은 메르스 등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 정부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누적적립금을 맘대로 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기획 재정 위원으로 문재인 케어에 대해 여러 번 지적했다. 이 누적적립금의 상당부분을 단기간에 쓰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동의를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라며 “이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와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비급여의 급여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모든 비급여가 급여화되는 것은 아니다. 급여화를 하더라도 의료계와 협의해 적정수가를 보장하고 심사체계를 투명하게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 정책관은 “정부의 제도 개선을 통해 의료인은 환자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앞으로 정부는 의료계의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계 본연의 모습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정책관은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정부는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협의를 거쳐 보장성 강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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