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3.10 12:33최종 업데이트 23.03.1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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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전 의협회장 "집행부도, 비대위도 투쟁 의지 없어…차기 출마는 NO"

강력한 투쟁이라는 카드 빼곤 협상력 담보 안돼...대의원회 구조 개선·KMA 폴리시 확대도 건의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전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전 회장이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차기 의협 회장 출마설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에 강력한 투쟁 없이는 협상도 할 수 없다며, 투쟁 의지가 다소 약해 보이는데 대해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노 전 회장은 대의원들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의협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2014년 당시 자신이 탄핵 당한 가장 결정적 이유는 상향식 회비 납부방식을 하향식으로 바꾸려는 시도 때문"이라며 "대의원들에게 상대적으로 눈치를 덜 볼 수 있는 의협 회무 시스템을 만들려다가 반감을 샀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인 의협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KMA폴리시'를 꼽았다. 그는 "미국 의협은 우리처럼 파업에서 힘이 나오는 게 아니라 AMA(미국의사협회) 폴리시에서 권위가 나온다. 전문가 단체 스스로 애매한 법률적 유권해석이나 근거 규정들을 정리해 모아두는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노환규 전 의협회장과의 일문일답.  

-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일부 있다.

의협 회장은 매우 힘든 자리다. 다시 그곳에 돌아갈 마음은 없다.

- 최근 지금처럼 의료계가 위기상황이었던 적이 있나 싶다. 현재 의협을 둘러싼 상황과 이필수 회장 집행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의협의 존재 목적은 회원들의 권익 보호여야 한다. 의협은 의사 회원들의 단합된 힘을 통해 의사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직업으로서의 위상을 제고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이어야 한다. 즉 지금 발의되고 있는 악법들을 막는 게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라는 뜻이다.

결과를 놓고 보면 의협이 법안을 막는데엔 관심이 없을 뿐더러, 자신의 실익을 취하려는 이들로 가득한 것 같다. 특히 협상을 하려면 협상장에서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힘은 의사들의 강경한 투쟁에서 나온다. 그런데 의협 집행부가 대화만, 협상만 하겠다? 이미 패배자고 전쟁에 임하는 의지가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 의협이 강한 투쟁을 해야 법안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긴가. 

의협 회무는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법이 만들어지는 곳이 국회고 국회는 그 자체로 정치 조직이기 때문이다. 의협이 보다 정치적인 입지를 확보했어야 했다.

2014년 당시 의협이 보수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핸드폰 진료를 들고 나오자 이를 막기 위해 반대편인 민주당을 포함해 보건의료노조, 민노총 등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다. 회원들 다수도 보수 성향이 많아 비난이 많이 있었지만 일단 법안을 막으려면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 집행부는 '민주당 앞에서 시위하지 말라'거나 '그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 그러니 다 내줄 수 밖에 없지 않나.

- 회장이 강한 투쟁을 원하더라도 회원들이나 대의원회가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의협을 둘러싼 시스템의 문제도 분명히 있다. 가장 문제는 대의원회가 너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치과의사협회, 간호협회 등 다른 어느 정기총회를 가도 우리처럼 회장이 피의자처럼 구석에 앉아 심판을 받는 곳이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고 다른 협회들은 회장이 주인공이 된다.

우리나라 의협은 여기에 대의원들이 추가된다. 내가 회장을 했을 때 탄핵이 됐던 가장 큰 이유는 회비 문제였다. 지금까지의 상향식 납부방식을 하향식 납부로 바꾸겠다고 했다. 지역의사회가 걷어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의협 중앙이 걷어서 내리겠다고 한 것이다. 대의원들의 압력이 너무 강하다 보니 회장 혼자 하지 못하는 일들이 너무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추후 회원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된 회장이 나름의 철학을 갖고 회무를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를 바꾸려고 하니 부랴부랴 대의원들이 나를 탄핵했다. 

-의협에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결성됐는데, 비대위에 대한 생각은.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이 비대위원장으로 당선되고 첫 일성을 보면 '뽑아주신 대의원들에게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비대위원장은 자리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십자가를 지는 희생의 자리다. 자신을 모두 내려놓고 희생하는 자리에 가서 '무거운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말이 먼저 나와야지, 어떻게 '대의원들께 감사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지 의문이다. 

또 박명하 위원장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악법 저지가 우선이지만 협상안도 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안도 악법 저지를 위한 결과물이고 성공이라는 것이다. 비대위 시작부터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투쟁을 하겠나. 

-악법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의료계의 출구전략은 무엇일까.

마땅한 출구전략은 없다고 본다. 대의원회 의장을 비롯해 대의원들도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그렇게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든 법안을 막아내겠다는 절박함이 집행부는 물론 비대위 모두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방법이 있을까 싶다. 

- 정말 강력한 파업말곤 의협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없을까.

의사들의 저항 수단이라는 것이 많이 없다. 다만 장기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의협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이 있긴 하다. 2013년 미국의사협회(AMA) 총회를 방문하고 'AMA 폴리시(POLICY)'를 접했다. 미국 의협은 우리처럼 파업에서 힘이 나오는 게 아니라 AMA 폴리시에서 권위가 나오고 있었다. 전문가 단체에서 애매한 법률적 유권해석이나 근거 규정들을 정리해 모아두는 것이다. 이미 당시 거기엔 4500개 가량의 법률 항목이 명시돼 있었다.

이후 우리도 'KMA 폴리시'를 만들었고 10년이 지났다. 아직은 성과가 미비한데 KMA 폴리시 확대를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한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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