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회 투여 비용이 20억원에 달하는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의 외국인 건강보험 혜택 무임승차 우려를 일축했다.
건보공단 약제관리실 정해민 실장은 23일 건보공단 원주 본부에서 열린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외국인이 졸겐스마 투약을 위해 국내에 입국하고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희귀질환으로 세계적으로 신생아 1만 명당 1~2명, 국내에선 매년 20명 가량의 환자가 나온다. 특히 중증의 경우엔 치료를 받지 않으면 대부분 2세 이전에 사망하거나 영구적으로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 치명적 질환이다.
노바티스의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는 1회 투여만으로 이 같은 척수성근위축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 치료제는 그간 고가인 탓에 환자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지난달 급여화로 환자 부담 비용이 600만원 정도로 줄었고, 최근 서울대병원에서 여아가 첫 번째로 투여받았다.
하지만 졸겐스마 급여화와 관련 일각에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졸겐스마 건보 혜택을 받기 위해 외국인들이 무분별하게 입국하고 이 비용을 국민 건보료로 부담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졸겐스마의 투약 대상이 투여시점 기준 생후 9개월 미만이란 점을 들어 물리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척수성 근위축증이 대부분 생후 4개월쯤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외국인은 입국 이후 6개월 이상 체류해야 건보 지역가입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건보 가입 시점엔 이미 생후 10개월을 넘겨 투약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졸겐스마의 경우 성과기반 환급, 총액제한형 등으로 건보 재정 보호 정책이 마련돼 있다. 보건복지부의 새 정부 업무 계획에 따르면 외국인 피부양자에 대해 건보 적용 기준도 강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은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등재 절차를 개선하는 동시에 위험분담제도 개선, 성과 기반 환급 고도화 등을 통해 고가의약품의 지출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1회 투여 비용이 수억에서 수십업에 달하는 킴리아, 졸겐스마 등의 초고가약이 잇따라 급여화되는 가운데 환자의 약제 접근성을 보장하면서도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2022년 중점 추진 사업으로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등재 절차 개선을 꼽았다.
그는 “중증·희귀질환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입증한 소아희귀질환 치료제까지 경제성평가면제 적용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라며 “비용 효과에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합리적 협상을 통해 적정약가를 설정하고 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한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어 “중증·희귀질환치료제 신속 등재와 관련해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와 공단 협상을 병행해 제약사와 30일간의 사전협의를 진행해 협상 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라며 “공단과 심평원의 내부 규정 등을 개정해 수행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은 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선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위험분담제도 성과평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사용량-약가협상제도도 손 볼 계획이다.
정 실장은 “연구용역 내용은 제도의 효과 평가를 통한 발전방향 모색, 초고가약의 지불 의사 및 급여우선순위 결정 시 고려사항 도출, 경평면제 적용 약제의 사후관리 방안 마련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과기반 환급을 고도화할 것”이라며 “효율적 환급을 위해 환자별 치료 효과를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후 평가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또 “약제 등재 이후엔 사용량-약가협상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려 한다”며 “협상대상 선정기준 및 협상 참고산식 등을 정교화하고, 협상대상 선정시 관리단위를 동일제품군에서 동일성분군∙효능군 등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거시적 약품비 관리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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