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교실 정범선 교수 학생들에 서신 "처자식 있어 치욕스럽게 월급봉투 우선시…우리같은 부끄러운 어른되지 마라"
연세대 원주의대 정범선 교수가 학생들에 보낸 글. 사진=독자 제공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저는 교수가 아닌 씹수입니다. 학생들을 지키는 것보다 저의 월급 봉투를 지키는 걸 우선시 했기 때문입니다.”
연세대 원주의대 해부학교실 정범선 교수가 21일 휴학 투쟁 중인 학생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자신을 ‘씹수’라고 지칭하며 학생들을 향한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전했다. 씹수는 의대 교수를 비하하는 은어다.
정 교수는 해당 글에서 “미안하다. 그리고 부끄럽다. 먹여살려야 하는 처자식이 있어서 치욕스럽게 월급 봉투를 우선시 했다”며 “나를 비난해도 좋다. 내가 지금 의대생이었다면 나 같은 씹수들을 비난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그는 이날 있었던 학장단과 토론회에서 “학교가 정부와 완전히 척을 질 수 없다는 현실은 이해하고 있다. 우리 학교 한 곳이 국가 전체의 대세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건 우리의 소중한 학생들과 선생들 사이에서 지켜온 오랜 신뢰를 손상시키지 않고 잘 보존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학생 600명을 제적시키는 건 실제로 집행이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허황된 블러핑인가. 만약 우리 아이들을 블러핑으로 협박한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하늘 아래에서 선생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 교수의 주장에도 학장단과 총장의 입장은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는 “학장단은 학장단의 월급 봉투가 있었을테고, 총장단은 그들의 월급 봉투가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와 같은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틀렸고, 학생들의 주장이 정당하다. 이 나라는 망해가고 있다”며 “건강보험과 국민 연금 재정은 악화일로고, 새로 만들어지는 제도들은 너무나도 악의적이다. 최고의 자살률과 최저의 출산율을 보면 이 나라의 10년 뒤조차 예상하기 어렵다. 기회가 된다면 이 나라를 탈출하라”고 했다.
정 교수는 “휴학하라, 복학하라. 어느 쪽으로도 말을 못 하겠다. 그럴 자격이나 있을런지도 의문”이라며 “어떤 방향이든 신중히 선택해서 본인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높여주는 방향으로 가라”고 했다.
이어 “어느 대학을 다녔었냐고 누가 물어보면 연세대라는 부끄러운 이름을 말하지 말라. 씹수들이 부끄러운 학교를 만들어서 미안하다. 학생들의 탓이 아니다”라며 “진리와 자유의 건학 이념을 그깟 월급 봉투에 팔아먹었노라. 부끄러운 연세대 원주의대 씹수였노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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