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의원은 지난 4일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지역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기준에 맞는 시설 등을 갖춘 종합병원 또는 병원이 없는 경우에는 관할지역 보건소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일부개정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운영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은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했다.
해당 법안이 발표되자 의료계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응급의료의 취약성을 보완하고자 하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현실감이 떨어지는 접근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의사들은 SNS 등을 통해 보건소의 실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법안이며, 의료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해당 법안이 응급의료체계의 취약성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사실상 의문스럽다"면서 "국민들은 갈수록 의료의 질을 중요시하는데, 보건소에서 응급환자를 제대로 케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모 보건소 소장인 의사 A씨도 "우리나라 현재 의료 현실에서 보건소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보건소는 공중보건의 역할을 실시하며, 최소한의 진료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국가에서 지원한다고 하지만 보건소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소에서 종사하는 또 다른 의사 B씨도 "현재 보건소에 일하는 의료진은 한정적이다. 알다시피 응급의료라는 것은 단순히 의사 1명이 응급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의 진료협력이 필요하다”면서 “보건소에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보건소는 지금도 제공하는 의료가 한정된 상태이며, 앞으로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보건소가 해야 할 역할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진정으로 보건소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C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C씨는 "보건소는 의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보다 만성질환이나 지역보건을 위한 기획에 중점을 두는 것이 맞다"며 "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돌리기 위해서는 응급실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진단검사실이나 입원실 등을 갖춰야 하는데 보건소에서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C씨는 "지방의 경우 응급실 근무가 힘들어 높은 보수에도 지원자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 보건소가 이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결국 같은 예산이라면 지역 내에 그 역할이 가능한 병원에 충분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응급의료기금지원 탈락 방지 법안 등이 더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자 김태흠 의원실에서는 해당 법안이 보건소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을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건소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사실 부차적인 것에 해당 한다"며 "이 법안의 궁극적인 취지는 최소한 응급상황에서 응급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지 않도록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지정을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을 의무화하려고 보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의했고, 그러다보니 보건소를 수단으로 하는 것까지 나온 것"이라며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시·군의 경우 전국적으로 100곳 미만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지정할만한 의료수준을 갖춘 의료기관이 없는 곳들이었지만, 다들 최소한의 의료기능을 하는 보건소는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보건소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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