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제8대 소장으로 취임한 이용민(미소퀸의원) 원장.
이용민 소장은 일주일에 3일 이상 미소퀸의원에서 가까운 PC방으로 출근한다.
오전 6시부터 3시간 동안 PC방에서 하는 일은 의료현안 챙기기.
"개원의 출신 소장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인터넷에서 의료현안 자료를 검색해 공부하고 있다.
PC방은 집이나 의원보다 집중하기가 좋고, 라면이나 햄버거, 커피도 시켜 먹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한다.
이용민 소장은 "개원의가 연구소장을 맡은 게 처음이어서 부담이 가는 게 사실"이라면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역대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은 고 지제근 교수, 김건상 교수, 박은철 교수, 최재욱 교수 등으로 모두 의대 교수가 맡아왔고, 이용민 소장은 개원의 출신 1호 소장이다.
개원의 출신 소장이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이용민 소장이 취임한 이후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두 가지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현장 중심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얼마 전 연구조정실장과 책임 연구원급으로 전담 강사진을 꾸려 회원들이 의료현안 강사나 토론자를 요청하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기로 했다.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의사 회원들이 일선에서 느끼는 민생현안에 대한 온도차를 줄이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행보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천시의사회, 전공의협의회 등으로부터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
또 하나 연구방향도 '실용노선'으로 선회했다.
이용민 소장은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 회원들이 십시일반 보태준 5만원의 특별회비로 운영된다"면서 "이런 걸 생각하면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연구를 수행해야 하고, 회원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착수한 원격의료 반대 논리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와 한방의료 이용 실태조사 연구는 이용민 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는 "일차의료 현안 위주의 의료정책을 생산하고, 국회에 발의된 법안에 대한 찬반 대응 논리를 제공하는 게 연구소가 시급해 해야 할 부분"이라고 단언했다.
"일차의료는 CPR이 필요하다"
특히 이용민 소장은 "일차의료는 CPR(심폐소생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환기시켰다.
그가 말하는 CPR의 또다른 의미는 'Capital' 'Practice' 'Refer system'이다.
다시 말해 자금과 술기,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해야 일차의료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민 소장은 "현재 개원가는 고사 직전"이라면서 "의료정책연구소는 일차의료를 살리는 연구, 수가를 정상화시키는 연구,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는 연구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새경을 주는 회원들을 위해 밭을 매겠다"고 언급했다. .
무슨 의미일까?
그는 "위정자나 공무원을 국민의 머슴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앉으면 그런 정신을 잊어먹는 경향이 있다"면서 "새경은 의사 회원들이 주는 거니까 의료계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급여가 전혀 없고, 회의나 연자 등으로 참석하면 3만~10만원의 실비만 지급된다.
그는 "아무래도 의료정책연구소 일을 하다보면 환자가 줄고, 경영이 나빠질 수 있지만 이를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용민 소장은 검정고시 합격후 경희의대에 입학했으며, 의협 의쟁투 운영위원, 전공의협의회 사무총장, 전의총 고문, 제37대 의사협회 정책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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