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의대 대상 수요조사는 과학적 근거 아냐…보건사회연구원 연구 결과 등도 오류 있어 신뢰 어려워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계획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며 강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22일 경고했다.
지난 9월 출범한 제27기 대전협 집행부가 의대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 협의회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가 전날(21일) 전국 40개 대상 의대정원 확대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 기폭제가 돼 의료계의 전운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대전협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지금까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인력 확충 방안 논의’, ‘미래 의료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한 필요 인력 수급 추계’를 강조해왔지만 과학적 근거는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지적했다. 각 의대가 원하는 의대정원 증가 수를 취합하는 수준의 자료를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한 과학적 근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정부가 의사 인력 수요 예측과 수급 계획 수립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며,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온 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연구 결과는 계산 오류가 확인돼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도 꼬집었다.
대전협은 “보건의료 분야는 노동집약적 특성이 강해 정확한 의사 인력 수요 예측과 수급 계획이 중요하다”며 “미국에서는 HRSA라는 기관을 두고 의사 인력 수급을 추계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별도 기관이 없다”고 했다.
이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보건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보건의료인력 수요 추계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합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사실상 방임하고 있었다”며 “정부가 외부 기관에 연구 용역을 위탁해왔는데 이마저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전협은 또 “2021년 복지부가 보건사회연구원에 발주한 신영석 교수의 연구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대표적 보고서지만 최근 주요 계산 결과에 대한 오류를 지적받아 결과 값을 정정했다”며 “그 외 한국개발연구원, 의료정책연구소 등 의사 수급 추계에 대한 다른 연구 결과의 편차도 크다”고 했다.
대전협은 대규모 의대정원 확대를 요청한 40개 의대에도 유감을 표하는 한편,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이대로 강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대전협은 “의학 교육이란 강의실을 키우고 의자 하나 더 놓는다고 가능한 게 아니다. 지금도 교육, 실습 환경이 열악한 학교가 많다. 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교원 임용을 비롯해 실습 교보재, 장비가 확충돼야 하고 적절한 병원 실습 인프라도 구축돼야 한다”며 “애당초 40개 의대가 적절한 교육 환경을 마련할 의지는 있는 건지부터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역시 현재까지 의학교육과 관련해 어떤 지원 계획도 발표하지 않았다”며 “정부는 학장들의 수요만 조사할 게 아니라 이해 당사자인 의대생들의 의견에도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끝으로 “우리는 의대증원 논의에 앞서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 구축,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이와 더불어 의료 수요 및 의사 수급 추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터무니 없는 근거를 토대로 독단적 결정을 강행할 경우 대전협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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