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3.13 06:52최종 업데이트 19.03.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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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신생아 사망 사건 봤더니…보건부 장관이 책임지겠다며 철저한 진상조사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시사점…2개월간 독립적 검토팀 조사, 물 오염에 따른 녹농균 감염 확인

냉동 모유 해동에 수돗물 사용 금지·신생아 돌봄에 멸균수 사용 등 15가지 지침 마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 사건과 같은 집단 신생아 사망 사건이 2011~2012년 북아일랜드에서도 있었다. 오염된 물에 의한 녹농균 집단 감염으로 신생아들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북아일랜드 신생아 사망 사건의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당시 북아일랜드 보건부 장관이 책임지고 진상조사에 나섰다. 정부기관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검토팀이 2개월간 독립적으로 사건을 조사했다. 유족들은 당시 현장에서 있었던 경험을 공유해 다시는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훈을 남겼다. 그리고 각 병원 신생아실에서 수돗물로 모유를 해동하지 않고 멸균수를 사용하는 등 15가지의 지침을 내놨다.  

북아일랜드 신생아 사망 사건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는 데서 시사점을 준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지질영양제 분주 과정에서 간호사 손 오염에 따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료진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정확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았다. 

북아일랜드 신생아 사망사건, 오염된 수돗물로 녹농균 감염 

2011년 12월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 위치한 알트나겔빈(Altnagelvin) 병원은 신생아실에서 녹농균에 의한 집단감염을 보고했다. 3명이 녹농균에 감염돼 이 중 1명이 사망했다. 또한 2012년 1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병원(the Royal Jubilee Maternity Service)의 신생아실에서도 녹농균에 의한 집단감염으로 3명의 신생아가 숨졌다. 

북아일랜드 보건사회부 장관은 규제 및 질향상 기관(The Regulation and Quality Improvement Authority, RQIA)에 사건에 이르게 된 상황과 개입 효과에 대한 독립적인 검토를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조사를 통해 가장 가능성 있는 녹농균의 전파경로를 기저귀를 갈면서 씻는데 사용한 수돗물에 있다고 봤다. 수도꼭지와 얼린 모유를 녹이기 위해 사용한 수돗물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RQIA는 신생아실에서는 멸균수만 사용할 것과 얼린 모유를 녹일 때 수돗물을 사용하지 말 것 등을 포함한 15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번 사건을 처음 검토했던 바른의료연구소는 “이 사건의 유족들은 병원들이 좀 더 일찍 집단감염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수립했다면 자신의 아이가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병원과 정부를 탓했다. 보건부 장관은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이런 불행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병원들이 새로운 지침에 따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조사를 통해 해당 병원 의료진의 감염과 위생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지적됐다. 그러나 해당 의료진을 형사 처벌한다는 얘기는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2달간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조사, 유족은 경험 공유

RQIA는 공공기관이면서도 모든 정부기관과는 독립적으로 검토했다. 검토팀은 전 보건부 장관 등 정부기관을 비롯해 미생물 전문가, 신생아 전문가, 자선단체, 의공학자, 영국 런던 헬스케어 연구소, 국립보건원, 일차 의료전문가, 감염 전문가 등이 두루 참여했다.

검토팀은 사건이 있었던 2011년 11월 2012년 1월 모든 문서의 사본과 회의록을 검토했다. 검토팀은 2개월간 영국 전역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광범위하면서도 심도 있는 조사를 시행했다. 특히 당시에 유족이 느꼈던 경험이 사건의 재발을 막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협조를 요청했다.  

녹농균은 신생아 중환자실 앞 싱크대 더미와 수도꼭지에서 발견됐다. 당시 신생아실 내에서는 2개 싱크대가 있었는데, 여기에서 오염된 수돗물이 연결돼 녹농균 양성 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싱크대는 이전에도 녹농균에 양성으로 나타난 적이 있었고 사건 전부터 감염 예방과 관련한 주의가 발령된 상태였다. 하지만 검토팀은 오염된 수돗물이 추가적으로 신생아실에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속하게 조치하도록 권고했다. 신생아들에 대한 녹농균 감염 위험도를 평가하고 다른 병원균에 오염될 기회를 막도록 했다.

유족들은 그들의 경험을 검토팀과 공유했으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교훈을 남겼다.  검토팀은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을 잃은 힘든 상황에서도 경험을 충분히 이야기해준 유족들의 용기에 감사한다"고 했다.  

냉동 모유 해동에 수돗물 사용 금지·신생아 돌봄에 멸균수 사용 

검토팀이 물 오염에 따른 신생아 사망을 막기 위해 작성한 15개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신생아 돌봄을 할 때 멸균수를 사용해야 한다.  
2. 신생아실에서 냉동된 모유를 해동할 때 수돗물을 사용해선 안 된다. 
3. 신생아실에서 수질 검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4. 수질 검사결과는 연구를 통해 표준화돼야 한다. 
5. 신생아실 싱크대 청소에 대한 지침을 만들고 임상영역에서 표준화되도록 해야 한다. 
6. 신생아실에서 쓰는 인큐베이터나 장비 세척에 대한 지침이 필요하다. 
7. 손위생 검사의 독립적인 검증이 정기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8. 신생아실 개별 병상에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9. 녹농균을 신생아실의 위험한 미생물로 지정하고 한 아기에게라도 녹농균이 발견되면 전체 검사를 해야 한다. 
10. 신생아실을 포함한 치료 환경에서 녹농균 등 감염 감시체계가 수립돼야 한다. 
11. 감염 관련 조직은 녹농균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 프로토콜에 따라야 한다. 
12. 북아일랜드 지역 녹농균 감염의 독립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13. 북아일랜드 지역 신생아 네트워크가 설립돼야 한다. 
14. 24시간 이내에 신생아들이 이동해 치료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15. 사건이 일어났던 북아일랜드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이 가능한 빨리 정상으로 복구돼야 한다. 오염을 막기 위해 개선된 시설이 제공돼야 한다. 각 병상의 공간을 이전보다 확보해야 한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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