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망자 94명 경북 30명...환자 서울로 이송하다 악화 가능성, 지역 내 준비 필요"
코로나19, 중증 환자 사망률을 낮춰라 ①컨트롤 타워 세우고 대구 지역 중환자실·인력 준비
②치솟는 유럽 사망률, 의료시스템 과부하가 원인
③코로나19에서 소외된 일반 중환자 진료 점검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구 지역 모든 의사들이 최선을 다하더라도 병실이 부족하고 시설이 부족하다 보면 자칫 살릴 수 있는 환자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고령이라 또는 기저질환자라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을 인정해선 안됩니다. 코로나19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지금부터 정부가 나서서 중환자 진료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이상형 부회장)
대구 지역 대학병원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의료진이 살펴본 대구의 현실은 환자들이 늘어나면 자칫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환자가 상당수 입원병실을 차지하지만 중환자실 병상과 중환자를 치료할 의료인력이 부족한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환자 치료를 위한 컨트롤 타워를 세우고 사망률이 가장 높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중환자실과 인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체 사망자 131명 중 대구·경북 사망자가 124명...대구·경북 중환자 진료 전략 필요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 131명 중 대구 지역 사망자는 94명이고 경북 지역 사망자는 30명이다. 대구와 경북을 합치면 124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94.6%에 해당한다. 전국 코로나19 사망률은 1.42%지만 대구 지역의 사망률은 1.45%이고 경북 지역은 2.35%으로 평균보다 높다.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의 사망이 늘어나자 중환자의학회는 19일 ‘코로나19 사망률 감소를 위한 중환자 진료 전략’을 발표했다. 중환자 진료 전략은 ▲환자 최다 발생지역인 대구와 경북 내의 중환자 진료 체계 구축과 강화 ▲중환자의 이송체계 구축 ▲중환자 진료 전략 컨트롤타워 구성 및 운영 등 세 가지로 이뤄져있다.
학회는 보건복지부, 중앙임상위원회는 물론 총리실을 찾아 중환자 진료 전략을 제출했지만, 이렇다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중환자의학회 홍성진 회장(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대구 의료진의 헌신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정부에 지속적으로 중환자 진료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건의했다"라며 "대구의 중환자 진료체계가 잘 유지된다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대구 병원에서 환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의사들에게도 도움된다”라고 말했다.
중환자의학회 이상형 부회장(보라매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앞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세워 중증 환자 증가에 따른 병실과 인력을 대비해야 한다”라며 “실제로 대구 지역은 80대 이상의 코로나19 환자 치료는 포기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러다가 환자가 더 늘어나면 이탈리아처럼 고령자를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률이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대구 상급종합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고 있는 한 교수는 “환자가 많아 병실이 부족하고 타 지역으로 환자 전원도 쉽지 않다. 살릴 수 있는 환자에 집중하다 보니 80대 이상 살리기 힘든 환자는 어쩔수 없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한다”라며 “하지만 중환자실과 인력이 충분하다면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그만큼 사망률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환자를 서울로 이송할 것이 아니라 컨트롤 타워 세우고 중환자실 확보해야
현재 중환자실 병상 관리는 국립중앙의료원 전원지원상황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전원지원상황실에 따르면 이날 대구 지역 5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은 61병상이고 현재 53병상을 사용하고 있다. 즉시 수용가능한 중환자실은 2병상이고 2~3일 전부터 수용가능한 병상은 0병상이 아니라 여유가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대구 전체 신규 확진자수가 적어지면서 안정화되고 있다. 중환자실 치료병상도 부족하지 않아 다른 지역으로 환자들이 이송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김신우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데 치료를 못할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음압 병상이 없어 10~20명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때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하에 지역사회에서 음압병상을 넓혀왔다"라고 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환자가 늘어나 대구·경북 지역에 중환자실이 모자라면 환자가 서울 등 타지역으로 이송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빠르게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중환자의학회의 의견이다. 현재 매일 집계되는 중증 단계 이상의 환자는 80~90명이고 부족한 병상은 국립중앙의료원 등 서울 지역 병원에서 수용하고 있다.
이상형 부회장은 "환자가 먼 거리를 이동하다 보면 구급차에서 아무리 산소공급을 하더라도 순식간에 위험에 빠질 수 있다"라며 "중환자실을 빠르게 확보하고 지역 내에서 환자를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중환자 진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는 확진자 발생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치료할 것이 중요하다”라며 "경증 환자는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더 수용하도록 하고, 중환자실을 포함해 병원의 병실을 비워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이탈리아, 스페인 등처럼 환자가 갑자기 늘어날 때 대비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장기전에 대비를 하려면 정부가 중환자 치료를 위한 컨트롤 타워를 세워 중환자실과 인력 확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동산병원은 중환자실을 10병상에서 20병상으로 늘렸지만 중환자의학회가 파견한 의료인력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이 철수한 다음 남은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대구 상급종합병원의 한 교수는 "중증 환자들이 빨리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일부 있다. 중증 환자들을 중심으로 대구 지역의 사망률이 계속 올라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며 "환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빨리 병원에 입원하고 환자 상태가 악화하면 충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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