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7.20 07:12최종 업데이트 23.07.2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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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필수의료 살리기 '권역책임의료기관' 중심으로?…"결국 인력 확충‧이탈방지가 중요"

4차 의료보장혁신포럼 개최…권역책임의료기관 중심 의대정원 확대·상대적 박탈감 없도록 보상책 필요 제시

제4차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보장혁신포럼이 7월 19일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완결형의료를 구축하기 위해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의료전달체계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권역책임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전문의, 교수진이 지역‧필수의료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권역책임의료기관에 대한 인력 보충을 위해 의대정원 확대와 지역‧필수의료 종사자의 보상, 근무환경 개선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일 프레지던트 호텔 31층에서 '국립대병원 등 권역책임의료기관 중심 지역완결 필수의료 전달체계 혁신방향'을 주제로 제4차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보장혁신포럼을 개최한 자리에서 이같은 논의가 진행됐다.

권역책임의료기관 컨트롤타워로서 역할 명시 및 보상 강화…지역의대 중심 증원해야

발제를 맡은 보건사회연구원 여나금 연구위원은 최근의 지역‧필수의료체계 위기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모든 국민이 거주지역에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권역책임의료기관 중심의 필수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여 연구위원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의료전달체계 정립을 강조하며 "1차 의료는 지역 단위의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계등 필수의료 중심의 예방 관리, 교육, 상담, 퇴원 후 관리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활성화시키고 2차 의료는 일부 중증입원 및 일반경증입원 등 지역필수의료분야 시범사업을 실시해야 한다. 3차 의료는 중증진료 기능에 집중하고 그에 필요한 인력과 병상을 확충하되 3차 의료기관의 중증 최종치료 역량강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여 연구위원은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한 지역‧필수의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 권역책임의료기관은 지역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중요한 컨트롤타워로서 리더십 역할을 명목적으로 부여받았지만 그 역할과 책임이 모호했고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부분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권역 내 필수의료자원 관리, 서비스 제공, 성과 평가 등을 포함해 권역책임의료기관이 지역 필수의료의 컨트롤타워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책임과 역할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고, 이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예로 권역필수의료협력 네트워크 운영비를 사전 보상하고, 이후 운영 성과를 반영해 성과 기반의 사후 보상체계를 검토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특히 여 연구위원은 권역책임의료기관이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공임상교수제와 의대정원 확대를 주장했다.

그는 "의대정원 확대는 지역필수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충분요건은 아니지만 필수요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규 의대 신설부터 기존 의대정원 증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논의될 수 있는데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대정원 확대가 지역 필수의료인력 확충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종합적 정책 패키지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 연구위원은 "지역의대 정원이 많을수록 해당 지역 의사로 활동할 비율이 높았고, 지역의대 출신은 익숙한 여건 등을 선호해 임금 외 요인으로 지역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 상대적으로 평균 임금도 낮은 경향을 보였다"며 "만약 의대정원이 확대된다면 지역의대 중심으로 확대를 해야하고, 지역 할당제 등의 비율을 향상시켜 지역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증원 잘못하면 지방 인력 유출 우려…지역필수의료 종사자, 박탈감 없도록 보상 필요

이 같은 발표에 대해 가천대길병원 정재훈 교수는 "지역‧필수의료 종사자는 삶의 질과 보람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원가와의 상대적인 임금 격차를 버틴다. 그런데 최근 비급여 시장이 커지고 개원가에서 얻는 소득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보람'으로만 버티기에는 그들이 감당해야 할 상대적 임금 손실이 너무나 커지면서 지역‧필수의료에 종사하고자 하는 이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의사인력 증원의 문제는 상당히 부정적인 편이지만, 의사인력 증원이 이뤄진다면 지역에서 권역 책임의료기관을 하는 대학 위주로 정원이 배정된다면 훨씬 더 효율성 있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천대길병원도 우리 병원에서 수련받고 나가면 인근 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태우 공공부원장은 "인력증원을 잘못하면 지방 국립대병원의 인력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지방대병원 교수들의 기반은 서울이다. 만약 서울대병원에 TO가 생기면 서울로 올라오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현재도 분당서울대병원은 영상의학과 정원 대비 6명이 결원이고, 마취과는 2명이 결원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개원가는 적게 일하고 부담 없이 많은 월급을 받고, 연구 논문 실적 신경 쓸 것이 없다보니 대학병원 인재가 개원가로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며 "병원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 응급, 중증 야간당직, 대기시간에 대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 대학병원 의사들이 개원가에 비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필수의료가 선다"고 촉구했다.

복지부, 권역책임의료기관 역할에 기대감…종사자 위한 대책 추진 약속
 
보건복지부 의료보장혁신과 강준 과장. 

보건복지부 의료보장혁신과 강준 과장은 "권역책임의료기관은 최근 지역의료체계가 거의 붕괴되고, 필수의료도 고사 직전인 상황에서 과연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실효적 대책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나온 대안이다. 고민 끝에 결국 그 지역의 필수의료전달체계를 되살리는 것 외에는 특별한 해답이 없으며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의료전달체계 정립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으로 수도권에만 병상이 몇 년 사이 6000~7000병상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정된 의료자원 내에 필수의료 공급을 위해서는 그 지역 의료기관 전체가 촘촘하게 네트워크를 짜서 협력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다"며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권역책임의료기관의 핵심인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1차-2차-3차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복지부는 이를 위해 중중질환 네트워크 시범사업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필수의료공급과 관련해 1차-2차-3차 병원이 어떻게 협력할지, 협력한다면 어떻게 보상할지에 대한 것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인력 공급에 대해서도 권역책임의료기관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표준적 진료에 대한 가이드를 잡아주고, 지역 의료인력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하는 등 인력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공공임상교수제와 더불어 개방형병원을 활용해 순환진료체계를 만드는 방안 등도 제시했다.

강 과장은 "지역의 권역책임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이탈하지 않으려면 진료, 연구 후학 양성에서 보람을 느끼게 하는 데 있다고 본다. 교수들의 소진을 막기 위해서는 인력 확충과 함께 개원가와의 지나친 급여 차이 문제 및 소진 방지 대책 등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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