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업무상과실치사상 금고형 이상 유죄판결 연 13건 불과…대다수 의료인에게 신뢰 돌려주는 제도"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지난달 29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운을 띄운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가뜩이나 심각한 필수의료 위기 상황을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가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은 학창 시절 심한 척추측만증으로 수술을 받은 후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 자신의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가 한 달여 전에도 환자의 동맥을 자르는 의료사고를 일으켰다는 얘기를 전해 듣게 됐고, 이는 국회 입성 후 환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의료사고 이력 공개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 됐다.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이소희 의원은 의료사고 이력 공개가 필수의료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모든 의료사고가 아니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형 이상의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에 한해 공개하자는 것”이라며 “의료계의 우려는 과도한 공포 마케팅”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의료는 본질적으로 위험이 수반되고, 불가피하게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단순한 과실까지 모두 공개하는 건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라면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이 의원은 이날 SNS에 “의료사고로 금고 이상 확정 판결을 받은 이력이 있는 의사는 ‘위험한 의사’가 맞다”고 적기도 했다.
이 의원은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 형사 기소 제한을 골자로 한 ‘의료분쟁조정법’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며 “10일 개최 예정인 국회 토론회를 통해 여론을 추가로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희 의원실과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주최하는 이 토론회에는 환자단체, 시민단체, 법조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초청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래는 이소희 의원과 일문일답 내용.
환자 알 권리 위해 '이력 공개' 필요…막는다고 필수의료 기피 현상 해결 안 돼
- 변호사로 활동하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뭔가.
스스로를 대변하기 어려운 약자들의 대변인이 되겠다는 목표로 변호사가 됐다. 그런데 한 사람의 사건을 아무리 성실하게 다뤄도, 같은 어려움을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판결은 한 사람을 구하지만, 입법은 국민을 구한다. 그래서 정치를 시작했다.
- 국회 입성 후 첫 의제로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배경을 설명해달라.
척추측만증 수술 후 하반신 마비를 갖게 된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됐다. 나를 수술한 의사가 불과 한 달 전에도 다른 수술에서 환자의 동맥을 손상시키는 의료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우리 가족은 수술이 끝난 뒤에야 알게 됐다.
환자는 의료 이용시 다른 일반적 상품이나 서비스와 달리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맡기는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현재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이 있다. 그 결정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는 보장돼야 한다.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의 목적은 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수술대에 오르는 국민이 더는 없어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이력을 포함시킬 계획인가.
모든 의료사고를 공개하자는 게 아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된 경우로 엄격히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위험이 수반되고, 불가피하게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단순한 과실까지 공개하는 건 개인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라면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본다.
최근 개최한 토론회에서 의료사고와 고의적 의료범죄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에 대리수술, 수술실 성범죄, 무면허 의료행위 등 고의적 의료범죄를 공개 대상에 포함할지, 포함한다면 공개 범위와 기간을 과실 사고와 어떻게 달리할지도 검토하고 있다.
- 실제 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이 선언적 권리가 아니라 실질적 권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행법상으로는 의료인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더라도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지 않는다. 해당 의료인이 계속 진료를 할 수 있는 구조라면, 최소한 환자는 그 사실을 알고 선택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이 제도는 환자 대 의사를 대결 구도에 있다고 전제하는 게 아니다. 책임 있게 진료해 온 대다수 의료인에게 신뢰를 돌려주는 제도다. 정보를 가리면 불신이 생기고, 공개하면 신뢰가 자라난다.
- 제도가 도입될 경우 고위험 수술과 치료행위가 잦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의사들이 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나친 공포 마케팅이다. 2025년 복지부 자료 기준,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1심)을 받은 사례는 연평균 13건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의사 수를 생각하면, 대부분의 의사는 평생 한 번도 해당하지 않는 일이다. 연 13건 수준의 중대한 의료사고 이력 공개로 의료체계가 흔들린다는 주장이야말로, 오늘도 현장에서 헌신하는 대다수 의사들을 잠재적 사고자로 모는 것 아닌가. 나는 의료인들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
선후 관계도 짚고 싶다. 이력 공개 제도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그런데 고위험 분야에 대한 기피는 이미 수년째 진행 중이다.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이다. 형사처벌 위험, 보상 체계, 근무 여건 등의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이력 공개만 막는다고 기피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 원인들도 함께 다루겠다. 이 문제는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정확한 사실 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누구와 언제든 데이터를 놓고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
- 소수의 사례라 하더라도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있다. 실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경우 단일 사건이었지만 이후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크게 떨어지고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이 제도와 층위가 다른 문제다. 그 사건의 의료진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내가 구상하는 제도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같은 사례는 공개 대상이 아니다. 당시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을 떨어뜨린 것은 정보 공개가 아니라, 수사와 구속이라는 형사절차 그 자체였다. 원인은 형사절차에 있는데, 처방을 이력 공개에서 찾는 건 진단이 잘못된 것이다.
다만 두려움 자체가 근거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료인이 형사 절차의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문제는 실재하고, 나도 무겁게 보고 있다. 오는 10일 의료분쟁조정법 토론회를 여는 이유도 바로 그 문제를 함께 살펴보기 위해서다. 의료인을 불필요한 형사절차 부담에서 지키는 일과, 환자가 알고 선택하는 일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두 가지를 함께 해내는 게 국회의 역할이다.
- 복지부는 지난달 열린 토론회에서 의료사고 이력 공개에 반대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토론회 당일 복지부 답변은 사실관계의 전제가 잘못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된다고 전제했는데, 현행법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장면이 제도의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주무부처 담당자조차 중대한 의료사고 유죄 확정 이후에도 아무 제한 없이 진료가 계속된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담당 공무원도 모르는 정보를 환자가 알 방법은 더더욱 없다. 복지부와는 앞으로 충분히 협의해 나가겠다. 정확한 사실관계 위에서 논의한다면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소희 의원은 의료계를 향해 논의의 장에 참여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환자 중증도와 진료량 반영 방안 고민…의료분쟁조정법, 의사-환자 입장 '균형점' 찾아야
- 환자의 중증도와 진료량에 대한 고려 없이 판결 이력만 제공하면 왜곡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가령 '초미숙아 5000명을 살렸지만 확정판결 1건이 있는 의사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미숙아 50명을 살렸지만 의료사고 이력이 없는 의사 중 후자를 더 나은 의사라고 할 수 있나'하는 문제다.
타당한 지적이고,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판결 건수만 나열하는 방식이 될 거라고 결정한 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변호사 징계 정보의 경우 어떤 경위로 징계를 받았는지도 함께 공개되듯이, 사안의 경위를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 범위를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판단력을 조금 더 신뢰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5000명의 초미숙아를 살려낸 의사라면, 환자와 보호자는 그 사실을 알아보고 찾아간다. 정보가 늘어날수록 실력 있는 의료인은 가려지는 게 아니라 더 분명히 드러난다. 중증도와 진료량을 어떻게 반영할지는 앞으로 다듬어야 할 과제이고, 이런 지적은 현장을 아는 이들만 할 수 있다. 그래서 의료계가 공론장에 나와 제도 설계에 함께해 주길 다시 한 번 요청한다. 비판이 정교할수록 제도도 정교해질 수 있다.
- 확정 판결까지는 통상 수년이 소요된다. 사고 발생 시점과 이력 공개 시점의 시간차가 커 기대하는 입법 효과를 거두기 어렵지 않나.
그 시차는 제도의 결함이 아니다. 수사 단계나 1심 판결만으로 공개하면 속도는 빠르겠지만, 무죄추정 원칙과 의료인의 방어권이 무너진다. 확정판결을 기준으로 삼은 건 억울한 공개를 단 한 건도 만들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시차는 현재 상태와 비교해줬으면 한다. 지금은 수년이 아니라 영원히 알 수 없다.
몇 년 뒤에라도 확인할 수 있는 것과 평생 확인할 수 없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그리고 이력 공개는 사후 정보 제공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록이 남는다는 사실 자체가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장치가 된다.
- 의료계 일각에선 의료사고 예방을 위한 독립적인 환자안전 조사기구와 면허관리기구 신설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력 공개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정보 제공이고, 궁극적으로 재발 방지다. 사고 자체를 줄이려면 환자에게는 정보를 주고, 시스템에는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을 구조를 함께 보장해야 한다. 독립적인 환자안전 조사기구와 면허관리기구는 의료계와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제안인 만큼 적극 검토하겠다.
사고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적으로 규명하는 체계는 성실하게 진료해 온 의료인을 억울한 비난에서 지켜주는 방패이기도 하다. 이 논의에는 의료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의사단체에 여러 차례 요청했고,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 토론회에서 나온 전문의 자격 재심사 제도 도입과 복지부 내 환자안전과 신설 의견에 대해 SNS를 통해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 등이 제안한 전문의 자격 재심사제는 환자안전 논의를 의사의 과거 이력에서 현재의 진료 역량과 국가의 책임으로 넓혀준 소중한 제안이다. 복지부에 환자안전 전담부서를 신설하자는 제안도 마찬가지다. 결국 중요한 건 국민이 더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좋은 제안들을 토론회장에만 남겨두지 않겠다. 상임위와 국정감사에서 환자안전을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
- 지난 4월 통과된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의료계는 12대 중과실 기준이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해 오히려 리스크를 키운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일부 환자∙시민단체는 형사 기소 제한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반발한다. 해당 법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
이 법은 환자의 입장과 의료인의 입장이 함께 걸려 있다. 핵심은 그 둘의 균형점을 맞추는 것인데, 양측에서 문제 제기가 계속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특히 시민사회에서는 입법 과정에서 환자 관점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등도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 침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거듭 말하지만 그래서 오는 10일 국회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두루 들으려 한다. 결론을 정해 놓고 여는 자리가 아니라 듣기 위해 여는 자리다.
-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이번 토론회에 참석을 거절한 것으로 안다.
같이 앉아 서로의 얘기를 듣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아쉬운 게 사실이다. 비판이든 반론이든 공론장 밖이 아니라 안에서 오갈 때 제도가 좋아진다. 다음 토론회에도, 그 다음에도 초청장을 보내겠다.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 외에 임기 동안 반드시 성과를 내고 싶은 게 있다면 말해달라.
의정활동의 목표는 기득권의 벽을 깨고, 낮은 곳의 목소리를 국회로 옮기는 것이다. 보완수사권 폐지처럼 피해자와 국민의 관점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바로잡겠다. 의료사고 이력 공개도 결국 국민이 더 안전하게 진료받는 환경을 만들자는 큰 틀 안에 있는 과제다. 나는 걷지 못해도 날마다 일어선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 이 원칙으로 남은 임기, 흔들림 없이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