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밸류에이트 데보라 코베카 CEO, 알렉시온·애브비·바이오젠 등의 사례로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전략 공유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연간 10억달러(한화 약 1조 1350억원) 규모의 연매출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희귀질환을 타겟으로 하면서, 여러 임상을 통해 적응증을 확장하고 특허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밸류에이트(Evaluate) 데보라 코베카 CEO는 지난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최한 K-블록버스터 글로벌 포럼을 통해 이 같은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전략과 사업모델을 공개했다.
데보라 CEO는 "연간 10억달러 매출 올리는 의약품을 블록버스터라고 한다. 기존 블록버스터들은 1~2가지 질환을 타겟했던 것과 달리, 최근 다양한 적응증을 갖는 블록버스터가 나오고 있다"면서 "블록버스터 신약을 창출하려면 세 가지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록버스터 전략 중 첫 번째는 미충족 수요, 희귀질환이라고 제시했다. 데보라 CEO는 "희귀질환 치료제는 관련 정책, 제도 등으로 제품의 시장 출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장벽도 낮다. 바이오젠 스핀라자, 알렉시온 솔리리스 등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전략은 제품의 승인 지표(적응증)를 늘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애브비의 휴미라는 11개, MSD의 키트루다는 6개의 승인 지표를 가지고 있다.
세 번째는 시장독점권 보호라고 제시하면서 '특허'의 보호와 관리는 수익에 매우 중요한 연관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데보라 CEO는 "시장 독점권 확보를 위해서 다른 제품의 시장 진입을 지연시키는 방법이 있다. 휴미라는 약품 승인을 받은 후 다수의 파트너십을 체결한 동시에 7년간의 시장 독점성을 추가했다"면서 "화이자는 리피토를 출시한 후 왓슨과 독점 라이선스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특허권을 보호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세 가지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채택한 회사로 알렉시온을 꼽았다. 데보라 CEO는 "단일콜론항체인 솔리리스의 2020년 매출은 4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회사(알렉시온)의 총 매출의 66%"라며 "솔리리스는 우선 희귀질환인 발작야간혈색소뇨증(PNH)를 적응증으로 했으며, 이를 통해 1인당 연간 44만달러라는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데보라 CEO는 "PNH는 희귀질환이다보니 이에 대한 전문의 인력풀도 매우 적다. 때문에 적은 판매인력으로 약품 판매가 가능했다"면서 "낮은 상업적 장벽 덕분에 대형제약사와의 파트너십 없이도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PNH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도 진행하면서 블록버스터 브랜드를 달게 됐다고 부연했다.
알렉시온은 PNH외에도 비정형용혈요독질환, 일반적 중증근무력증, 시신경척수염 등 4가지 질환에 대한 지표(적응증)를 확장했으며, 현재 연구개발을 통해 2가지 지표를 추가로 가지고 있다. 이에 더해 2019년 솔리리스 후속제품도 출시해 마케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데보라 CEO는 "알렉시온이 법원으로부터 솔리리스에 대한 특허 연장도 허가받는 데 성공했다"면서 "해당 판결에 대해 암젠 측이 이의제기를 했으나 오는 2025년까지 독점권을 부여받아 블록버스터 자리를 지키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블록버스터는 희귀질환을 타겟하는 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치료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 시판 중인 블록버스터를 보유한 제약사 대부분은 300억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인 글로벌 대형제약사지만, 향후 소형제약회사, 생명공학회사들로 범위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현재 많은 소형제약회사들의 후보물질 중 잠재성을 가진 것들이 많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해 인수, 라이센싱 등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혁신적 약물기술을 가진 특수질병영역을 공략해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희귀질환 타겟, 취약질환을 집중한 지표 확대, 독점권 확보 전략을 토대로 의약품 성장동력인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협업과 엑셀러레이팅도 필수"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위해서는 산학연 협업과 엑셀러레이팅, 전문인력 확보 등도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영국 케임브리지 의대 토니 쿠자라이즈 밀너연구소장은 밀너 의약연구소를 주축으로 형성된 케임브리지 대학 의생명과학 생태계를 조명하고, 산학연 협업을 통해 기초연구와 사업화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전략을 소개했다.
토니 소장은 "밀너연구소는 대학 연구원과 병원, 제약사의 허브 역할을 한다. 10개의 제약회사와 연계 중이며 창업분야 투자자도 보유하고 있다"면서 "대학 내 가장 큰 심포지엄인 치료심포지엄을 열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프로젝트를 연결하고 있으며, 엑셀러레이터를 운영해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고 제약회사와의 활발한 네트워킹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마티아스 뮬렌벡 머크 글로벌 사업개발부문 총괄책임자도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96건의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혁신을 가속화해나가고 있다"면서 엑셀러레이팅을 통한 혁신 생태계 조성 방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수희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 회장은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인적 자원과 조직 역량의 중요성을, 방영주 방&옥 컨설팅 대표(서울대 명예교수)는 빅파마의 후기임상 멤버로 참여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3상 도전의 어려움과 성공 전략을 설명했다.
"제협 KIMCo, 국내 제약사들도 블록버스터 위해 뭉쳤다…메가펀드·민관협업 필요"
국내 제약사들도 K-블록버스터가 나올 수 있도록 컨소시엄을 구축한 만큼, 민관 협의체 구성과 메가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개발 모델’ 주제 발표에서 초기단계 기술수출 등에 강점이 있지만 혁신신약의 글로벌 임상과 사업화 성과는 미비했던 국내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약개발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신약개발 투자를 위한 자본시장을 ▲정부지원 ▲민간펀드 ▲제약바이오기업 등 세 가지로 구분했을 때, 대부분 초기 단계에 R&D·투자 포트폴리오를 집중하고 있거나 임상 후기 R&D 투자에 대한 한계에 부딪혀 기업들이 초기 기술수출에 의존하는 양상이라고 언급했다. 투자규모는 늘고 있지만 블록버스터 개발을 위해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후기 단계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의 민관 합동형 파트너십(PPP)이 요구되며, 우리나라에도 후기 임상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약 1조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PPP는 유럽 혁신의약품 이니셔티브(IMI)가 있으며,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과 후기 임상에 집중 투자하는 민간펀드 블랙스톤 등이 대표적인 메가펀드 구축 사례다.
허경화 대표는 "메가펀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초기 기술수출에서 후기 임상개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메가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기술의 혁신성 및 사업성을 기반으로 후보를 선별해 국가대표 신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바이오기업과 바이오텍은 각자도생 할 것이 아니라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 뭉치고 기술과 개발 역량의 시너지를 내야한다"며 "이 같은 K-블록버스터 개발을 지원할 민·관 협의체 구성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원희목 제약협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도전할 충분한 역량을 갖춰가고 있음에도 해외 기술수출이라는 중간 출구전략을 주로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선진 제약강국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성공 사례를 살펴 우리만의 최적화된 전략으로 K-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위한 도전에 나서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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