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5.31 09:31최종 업데이트 21.05.3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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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업무상과실치사상, 의료인 면허 취소와 연계 필요"

의료법학회 참석 법조인들 "면허규제 강화" 주장…의협 추진 '면허관리원'엔 긍정적

사진=대한의료법학회 춘계학술대회 온라인 중계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올해 초 의료인의 면허 규제를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의료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도 면허 결격 사유와 연계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기존 의료관련 법령 위반에만 한정했던 의료인 면허 취소 사유를 모든 금고 이상 형(업무상과실치사상 제외)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의료계가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야당도 반대하면서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29일 열린 대한의료법학회∙검찰 춘계공동학술대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박호균 변호사는 “구(舊) 의료법에서는 형사 범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범죄 유형과 상관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았을 경우 면허를 취소 할 수 있었다”며 “2000년 법 개정으로 의료관련 범죄 등으로 죄명을 제한하는 대신 면허가 반드시 취소되도록 바뀌었는데 이는 개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법 개정은 일반 국민들이나 전문가들에게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조차 없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심지어 법원, 검찰, 변호사 등 많은 법률 전문가들 중에는 아직도 형사범죄로 의료인이 처벌을 받으면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2000년 의료법 개정으로 면허규제 대폭 완화…최근 수술실 CCTV 도입 논의 등에도 영향

박 변호사는 이 같은 법 개정으로 면허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이 최근 수술실 CCTV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봤다.

그는 “국민들은 의료사고가 빈발하는 의료인에게 진료받는 위험에 노출되거나 강력범죄 전력이 있는 의료인을 피할 방법이 없어 문제가 크다”며 "최근 수술실 CCTV 도입, 의료인 행정처분 전력 공개 등의 개정안이 논의되는 것 역시 근본적으로 면허규제 관련 기준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선진국들은 의료 행위와 무관한 범죄에 대해서도 면허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타 전문직들은 자격 취소에 대한 법 규정이 있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벌금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의사에게는 면허취소 또는 3년 이내의 의료업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독일은 형사범죄에 연루된 의사에게 보안처분을 통한 직업금지 명령 및 면허취소 ∙사전 정지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변호사, 회계사 등 대부분의 전문직은 형사적으로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자격이 박탈된다.
 
사진=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박호균 변호사,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홍현준 검사

업무상과실치사상도 면허 취소 가능하게 해야…의료인 소극적 진료로 국민 피해 우려도

의료계에서 민감하게 여기는 업무상과실치사상과 관련한 문제도 언급됐다. 의료계는 의료와 무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까지 면허를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인데 동일한 논리로 업무상과실치사상의 경우야 말로 의료행위와 직결된 부분임으로 면허 규제와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올해 초 복지위를 통과한 법안에서는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취소토록 하면서도 업무상과실치사상 부분은 아예 제외해버렸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면허를 반드시 취소토록 하는 필요적 규정이 부담스럽다면 취소를 가능케 하는 임의적 규정으로라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홍현준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검사 역시 의료인 면허규제 강화에 대해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홍 검사는 “면허규제 관련 의료법 개정이 있은지 20여년이 지났고, 최근에는 타 전문가 직역뿐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형사처벌 받은 사람에 대한 별도 규제가 자연스레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업무상과실치사상의 결과를 면허 규제와 결부하는 것이 의료인들의 의료행위를 소극적으로 만들어 결국 국민들이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홍 검사는 업무상과실의 정도와 해당 업무상과실로 발생한 결과의 경중, 결과 발생의 빈도 등을 분류해 면허 취소 사유와 정지 사유로 구분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상을 임의적 면허 취소∙정지 사유로 규정해 재량의 폭을 넓히는 방법 등을 제안했다.

의협 설립추진 '의사면허관리원' 긍정 평가…일반 시민, 법률가 등 포함해 구성 제안

한편, 대한의사협회에서 자율적 면허관리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의사면허관리원’에 대해서는 두 법조인 모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의협은 지난 1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한의사면허관리원 설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당시 안덕선 면허관리원 추진위원장은 "면허관리원 설립 원칙은 비정부 기구로서 독립성, 전문성을 갖춘 현대적 면허관리기구를 설립하는 것"이라며 "선진국 수준의 자율규제 획득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의료계의 행보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회의적인 시선들도 나오는 가운데 법조계는 일반 국민 및 법조인들을 포함시키는 것을 전제로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홍현준 검사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키 위해서는 면허관리원 도입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인, 일반 국민, 법조인으로 면허관리원을 구성해 면허 규제 기준을 제시하고 자율적 규제가 가능토록 하자”고 말했다.

박호균 변호사 역시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금고형 이상에 대해서는 면허취소 가능, 그 이하에서는 면허정지 가능 정도가 합리적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에도 법정에서는 개별 케이스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계에서 제안하는 면허관리원을 만들고 시민단체, 법률가 등이 참여토록 하면 판결의 타당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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