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 201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 연구 결과에서는 성인 미혼 여성의 81.7%, 청소년 84%가 다른 과에 비해 산부인과 방문이 꺼려진다고 답했다.
해당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어느덧 10년 가량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산부인과 방문에 심리적 장벽을 느끼고 있다. 실제 지난 대선에서도 여성들이 보다 편하게 산부인과를 찾을 수 있도록 과목 명칭을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꾸겠다는 공약이 나올 정도였다.
이우진 대표가 지난 2020년 모션랩스를 창업하고 여성 전문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닥터벨라'를 출시한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대표가 유방암 관련 캠페인으로 유명한 핑크리본에서 근무하며 만났던 유방암 환우들 중에는 이상 증세가 있음에도 부끄럽단 이유로 병원 방문을 꺼리다 뒤늦게 암 진단을 받은 경우들도 있었다.
최근 서울 성수동 모션랩스 사무실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그는 “그간 여성들의 인권이 신장돼 온 것에 비해서 여성의 건강과 의료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며 “여성들이 전 생애 주기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Q&A·심리상담 제공...누적 이용자 4만명·제휴기관 80여곳
-모션랩스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뭔가.
사업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대학생 시절부터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실제로 대학교 때도 옷을 만들어 판다든지 여러 가지 활동들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창업 전 1년 동안 핑크리본이란 곳에서 일했다. 핑크리본은 유방암 캠페인을 하고 여성 건강 콘텐츠나 매거진을 만드는 회사다. 거기서 일 하면서 여성 건강 분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인권이 많이 발전하고 있지만, 환우들과 만나 얘기를 하다보니 여성의 건강과 의료는 여전히 소외되고 있단 인상을 받았고 모션랩스를 창업하게 됐다.
-닥터벨라 서비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여성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라는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 한국에선 커머스나 콘텐츠가 아니라 헬스케어 서비스 그 자체로 여성 건강에 대해 접근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회사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산부인과 비대면 진료 서비스다. 여성들이 산부인과에 대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전문의들이 답해주는 Q&A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심리상담서비스도 런칭했다. 향후에도 여성들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씩 갖춰나갈 계획이다. 지금 제공 중인 서비스도 여성들이 의료나 건강 분야에서 느끼는 허들을 낮추는 서비스를 만드는 걸 방향으로 잡고 있다.
-이용자 수와 제휴 의료기관 수는 어떻게 되나.
앱 사용자는 누적 4만명이다. 제휴 산부인과 의원수는 비대면 진료 제휴기관으로 잡으면 40개 정도고, 100% 산부인과 전문의로만 구성돼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로만 이만큼 모은 기업은 우리 외에는 없는 걸로 안다. 가장 넓은 네트워크를 산부인과 전문의 위주로 펼치는 게 목표다. 이 외에 Q&A 서비스나 콘텐츠 제작에 관련된 제휴 의료기관까지 합하면 85곳 정도다. 제휴 의료기관은 수도권이 많긴 하지만 최대한 지방 거점 도시에는 병원을 확보하해서 골고루려 했고 실제로 비교적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비대면 진료 '사후피임약' 등 15개 항목 가능...의사와 사용자 니즈 중간점 찾는 게 '숙명'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선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
처음에 사후 피임약 처방으로 한정하고 있다가 지금은 15개 항목까지 확대했다. 매달 산부인과 전문의들과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거기서 전문의들이 비대면 진료에 추가가 가능하겠다고 의견을 주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진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대한 안정적이고 안전한 항목 위주로 추가된 상태다. 실제 다빈도 진료 항목은 사후 피임약, 질염, 방광염 정도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제도화까진 여전히 시간히 필요해 보이고 의료계의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논의 진척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다. 전면적으로 (의료계와) 싸우는 건 좋은 방향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특히 산부인과 전문의들과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에 대해 많이 논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사들과 사용자가 원하는 것의 중간점을 찾아야 하는 게 플랫폼의 숙명이다. 사용자의 의견을 듣는 건 기본이고,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의사들의 얘기를 가까운 거리에서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탓에 제휴 의료기관들을 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엔 정말 어려웠다.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 계란으로 바위치는 느낌으로 영업했다. 메일이든 전화로 병원에 연락을 드리고 직접 찾아가서 서비스 취지도 설명해 제휴를 맺는 방식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거절당했다. 고민을 하던 와중에 다행히 핑크 리본에서 일할 때 알게 됐던 전문의들이 있어 그들 위주로 제휴를 했고, 그 인맥을 지렛대 삼아 제휴기관을 확장했다.
지금은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기 보다는 관심이 있는 의사들이 제의를 해오면 제휴를 맺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경우 제휴 기관들 입장에선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무작정 제휴기관을 늘리면 의료기관 한 곳당 진료 건수가 적어질 수 밖에 없다. 의료기관도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우리 서비스의 메리트도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그런 것들의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의료기관 수익 증대·비효율성 개선 효과...수익 모델은 심리상담·PB 상품
-의료기관 입장에선 닥터벨라와 제휴하는 데 따른 이득은 뭔가.
앞서 말한 수익적 측면과 함께 비효율적인 부분들의 개선이 가능하다. 우리 서비스는 기존 내원 환자 중 비대면 진료로 전환 가능한 환자들을 지원할 수 있다. 가령 지방에 사는 환자들 중에는 단순히 호르몬제 처방을 받기 위해 이동 시간과 대기 시간까지 합쳐 2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분들을 비대면 진료로 돌리다 보면 병원에선 그만큼 자원을 아낄 수 있고 의사들도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환자들 입장에선 이동과 대기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단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대한유방갑상선외과의사회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된 이유는 뭔가.
핑크리본에서 일하면서 친분이 생긴 유방갑상선외과의사회 회장님을 통해 제휴를 맺었다. 현재는 우리 서비스가 산부인과에 집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여성 암케어 서비스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국내 여성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이 유방암, 갑상선암이기 때문에 그런 걸 준비하는 차원에서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금까지 여성 건강과 관련해 발행된 150여 건의 콘텐츠에 대한 감수도 받았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수익 모델 찾기가 한창이다. 현재 닥터벨라의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
일단 의료서비스에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성급하게 의료서비스에서 매출 구조를 만들려다가 법적 문제가 생기거나 의사들과 관계가 틀어지는 걸 더 무겁게 생각한다. 그래서 심리상담이나,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헬스케어 서비스에서 매출을 올리려 한다. 심리상담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12월 말쯤에 유산균 등의 PB 상품을 런칭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내년도 매출 10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외에 집중하고 있는 서비스는 무엇인가.
심리상담 서비스에 포커스를 많이 두고 있다. 한국에서 연령대로 봤을 때 고령층 제외하면 가장 높은 우울증 빈도를 갖고 있는데 2030 여성들이다. 남성에 비해서도 여성들이 두 배 이상 많은 우울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심리상담 서비스를 런칭하게 됐고, 실력있는 상담사들이 여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서비스에는 없는 임신·출산기의 심리 상담이라든지 난임 여성, 갱년기 여성 등 여성 특화 모델 만들고 있다. 내년에는 이 부분이 주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느낀 게 생각보다 여성들이 자기 몸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교육적 콘텐츠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각종 논문 등을 참고해서 콘텐츠를 작성하고 그걸 전문의에게 보내 검수를 받은 후 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기업들과 콘텐츠 제휴도 하면서 콘텐츠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콘텐츠는 질환에 대한 내용부터 산부인과에 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여성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건강 정보 등 여성들이 실생활에서 궁금해할만한 의료와 생활이 겹쳐져 있는 영역의 콘텐츠가 많다. 대표적으로 본인에게 맞는 피임약 고르는 방법에 대한 콘텐츠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피임약도 종류가 다양하고 상황과 복용 목적에 따라 골라야 하는데 여성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일상생활에 맞닿아있지만 의료적 부분이 포함된 걸 콘텐츠로 만들어서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해주는게 여성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첫 시작이라 생각했다.
내년 시리즈A 유치 목표...미국 '메이븐클리닉' 롤모델로 전 생애 이용 서비스 될 것
-투자유치 현황과 계획은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 현대해상화재보험, 더인벤션랩, 인사이트에퀴티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총 10억 5000만원 정도 투자를 받았다. 내년 상반기 말 정도에 시리즈 A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서비스를 어떻게 확장해 나갈 계획인가.
미국에 메이븐클리닉이란 서비스를 롤모델로 삼고 움직이고 있다. 여성들이 특정 시기에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전 생애 주기에 걸쳐서 필요할 때, 필요한 서비스를 골라 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 추가된 상담 서비스에 이어 향후에 운동이나 식이관리, 여성 암케어, 난임 케어, 커리어 케어 서비스 등도 검토하고 있다.
-헬스케어를 넘어 커리어케어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여성들이 출산 이후에 현업으로 복귀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다. 미국은 그런 문제를 전문적으로 코칭해주는 직업상담사가 있는데 아직 국내의 경우는 해당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 타깃팅을 하고 있다. 커리어는 일상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면 곧 건강 문제와도 연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웰니스나 헬스케어 측면에서도 커리어 케어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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