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중입자치료기 모두 경험한 의학물리학자의 '온코소프트' 창업…"암을 소프트웨어로 정복하겠다"
[헬스케어 CEO 인터뷰] 김진성 대표 "세계적 수준의 방사선치료 소프트웨어 개발...암환자 데이터 플랫폼까지 확대"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2010년 국립암센터 양성자 치료기, 2016년 삼성서울병원 양성자 치료기, 2023년 세브란스병원 중입자 치료기 가동…. 유일하게 이 모든 현장에 있었거나 현재 있는 사람이 바로 의학물리학자 김진성 온코소프트 대표(OncoSoft) 겸 연세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다.
그는 세계적인 방사선치료기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세계적 암 치료 수준 대열에 올랐지만, 국산 방사선치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전무한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고 나서 2019년 교원창업으로 온코소프트를 창업, 방사선치료계획 소프트웨어 '온코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김진성 대표는 “온코소프트는 온콜로지(Oncology, 종양학)와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암을 소프트웨어로 정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암이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 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환자들이 암을 더 잘 관리하고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온코소프트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울러 우리나라 방사선종양학과에 힘을 실어주는 회사이고 싶다"라며 "의학물리학과 대학원생들에게 유망한 미래를 보여주고, 현재 우리나라의 방사선치료의 우수함을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는 회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입자치료기를 위한 공사가 한창인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에서 온코소프트 김진성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년간 의학물리학자로 암센터→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까지
-국내 방사선치료기 도입 역사상 유일무이한 경험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맨 처음 의학물리학 전공과 방사선 연구 진로는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KAIST)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면서 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4학년때 방사선치료와 의학물리 수업을 듣는데 방사선이 환자 치료에 이용되고 연구될 수 있다는 게 한 순간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석박사 학위를 카이스트에서 받았지만 연구는 삼성서울병원에서 했다. 박사 논문은 현재 많은 의료인공지능회사들이 하고 있는 컴퓨터 보조진단분야로, ‘폐암을 컴퓨터로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였다.
졸업 후 진로 선택 과정에서 방사선종양학과를 선택했다. 마침 국립암센터에 병역특례 과정이 있어서 국립암센터에서 양성자 치료와 관련된 연구와 실제 임상에 참여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가 삼성서울병원에 양성자 치료기 도입의 기회가 생겨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면서 치료기의 구매·도입·설치·준비·치료 등을 모두 거쳤다.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한다고 해서 또 다시 세브란스병원으로 왔다. 원래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편이다.
-방사선 치료를 도맡아 오다가 어떻게 온코소프트 창업을 결심했나.
우리나라의 방사선치료가 시작된 것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고 국내에 방사선치료를 하는 병원은 100개에 이른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100% 수입한 제품을 사용한다.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구매결정에 참여한 금액만 해도 수천억원이 넘지만, 그중에 한국 제품은 거의 없다. 워낙 방서선치료 분야의 범위가 좁은 탓도 있지만, 좋은 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아쉬움이 항상 많았다.
병원이 최신 방사선 치료기를 구입할 때 하드웨어와 별도로 소프트웨어만 수십억원어치씩 구매하는데 모두 외국 제품을 쓴다. 그러다 보니 소프트웨어를 사용자 편의성에 맞추거나 기능을 바꾸고 싶어도 한계가 있었다. 한국의 임상 수준에 맞춰 산업계도 동시에 발전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온코소프트를 창업했다. 방사선 치료의 임상적인 수준은 높아졌는데 산업계가 가지고 있는 해외 의존적인 한계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최근 인공지능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회사를 만들어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마침 대학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꾸준히 해왔다. 방사선치료기와 관련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가운데, 앞으로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영역에선 충분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감사하게도 수년간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CTO, CSO, 의료자문, 행정 등을 맡아주면서 정말 좋은 팀원들과 함께 하게 된 것이 큰 원동력이다. 외국 방사선치료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성장세를 봤을 때 차근히 준비하면 언젠가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온코소프트의 대표 제품 온코스튜디오, 인공지능으로 방사선치료 계획 과정 설계
-온코소프트의 대표적인 제품인 온코스튜디오는 어떤 제품인가. 현재 어느 정도 사용 가능한 수준이고, 병원과 환자의 이득은 무엇인가.
암 환자가 방사선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처음에 무조건 CT를 촬영하고, 방사선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때 환자의 종양을 CT로 촬영한 다음 종양 부위를 정확하게 그려줘야 한다. 또한 정확하게 그린 종양 부위와 정상조직을 기반으로 방사선치료 계획을 세우면서 방사선을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줄 것인지 정밀하게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 소프트웨어로 진행되고 있으며, 필수적인 치료 준비과정에서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사용이 돼야 한다.
영상 판독에서는 환자의 종양 부위를 대략적으로 확인하더라도 방사선 치료를 할 때는 종양 부위를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방사선량과 종양 부위를 정확하게 입력해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있다. 자칫 방사선이 잘못 조사되면 종양이 아닌 정상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사선량이 너무 과도하게 들어가게 되면 식도에 구멍이 뚫리거나 침샘에서 침이 안나오거나 척추에 손상을 입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만큼 정확도가 중요하고, 이 과정을 정밀하면서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종양 부위를 정확히 확인해주고 기존에 의료진이 일일히 그리는 시간을 줄여주면 어떨까. 환자 입장에서 빠른 시간 안에 방사선치료를 받을 수 있고 종양의 위치와 모양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온코스튜디오는 여기에 착안해 만든 방사선 치료계획 소프트웨어다. 온코스튜디오는 지난해 2021년 6월부터 임상 연구를 통해 실제 임상에서 필요한 피드백을 받고 있고, 여러 병원에서 데모를 통해 임상 활용검증을 마쳤다.
-온코소프트가 실제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고 매출로도 연결되고 있나.
온코스튜디오는 이미 신촌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 이대목동병원, 을지대병원 등 10여개 병원에 데모로 설치됐고 약1만명의 환자 대상으로 사용됐다. 국내에 방사선치료를 하는 병원 100개 중에 매년 20개 병원 정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교체한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만큼은 온코스튜디오로 교체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인허가를 취득한 이후 도입을 문의하는 병원과 데모를 요청하는 병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인 하드웨어의 교체 주기가 최대 10년이지만 새로운 장비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교체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것도 기회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더욱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충분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
의료인공지능이 영상의학과 연구에 치중한 경향이 있는데 영상의학과의 의료인공지능은 현실적으로 수가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아서 기업의 입장에서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러나 고난이도 방사선치료는 이미 수행하는 치료 행위에 대한 수가가 합리적으로 책정돼있고, 새로운 수가를 만들지 않아도 기존의 수가를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라 인공지능이 치료계획 수립을 대체해도 충분히 유망하다고 본다.
방사선치료에 인공지능 접목한 회사는 온코소프트가 유일, 세계 수준 도달 가능
-한국 방사선치료 소프트웨어가 가지는 장점은 무엇인가.
국산 소프트웨어 성능이 외국 제품과 유사하더라도 AS가 잘 되고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국내도 해외와 동일하게 방사선치료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데 국내에서 최신 기술을 공동으로 연구개발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초기 투자자금은 얼마나 되나. 앞으로 추가 투자 유치 계획이 있나.
2019년에 창업을 한 다음 2020년 엑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시드머니를 투자받았다. 이어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돼 5억원을 추가로 투자를 받았다. 2021년 의료인공지능기업 뷰노와 정밀 암치료를 위한 인공지능 공동 연구개발 MOU를 맺으며 프리A 투자를 받은데 이어 최근 동종기업에 인공지능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 기술이전으로 1억 8000만원의 매출도 생겼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를 거듭해 2021년 온코스튜디오의 임상연구를 시작했고 2022년 2월 식약처 2등급 인허가를 취득했다.
현재 시리즈A 투자를 정식으로 진행하려는 단계다. 투자를 받은 다음 필요한 것은 인재 충원과 신규 서비스 개발이다. CFO(최고재무관리자)와 영업 인력을 모시려고 한다. 직원수도 10명으로 늘어나면서 사무실 확충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방사선치료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인가. 온코소프트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방사선치료 분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방사선치료 분야에 진심으로 도전하는 회사는 온코소프트가 유일하다. 특히 연세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최신 임상기술을 직접 검증하고, 현재 기술의 부족한 점과 보완할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더라도 온코소프트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세계에서 15개만 존재하는 중입자치료기가 2023년 연세암병원에서 가동될 예정이다. 최고의 하드웨어인 중입자치료기와 최고의 소프트웨어인 온코소프트 인공지능의 융합으로 세계 최고의 최첨단 방사선치료가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다.
암 치료 예측 가능성과 히스토리 제시, 맞춤형 암 치료 가능한 시대 온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통해 개인 맞춤 치료가 가능한 시대까지 열 것으로 전망했다. 후속으로 개발될 예정인 소프트웨어는 무엇인가.
우선 방사선치료계획 소프트웨어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킬 것이다. 그 다음에는 암환자의 치료를 관리·예측하는 CDSS(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과 일반 암환자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아직까지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선 올해 암환자 데이터 2022명을 모아볼 계획이다. 암 환자들이 환자 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첫 내원일부터 CT영상을 기반으로 암 치료 예측 가능성과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3분 진료 현실로 환자 상태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돕기 위해 구상했다.
환자 입장에서 영상검사 정보를 꾸준히 쌓으면 방사선 치료 과정 뿐 아니라 암의 종합적인 치료과정에서 암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암 환자와 보호자의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온코소프트가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맞춤형 암 치료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앞으로 서비스 대상을 방사선치료 병원에서 일반인으로 확대하고 싶다. 현재 모든 의료서비스는 병원 중심이고 데이터도 병원에 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 등을 통해 환자들의 참여와 동의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병원 밖으로 끌고 나와 활용가능성을 늘리는 동시에 지금은 없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기회가 올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환자의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맞춤형 암 치료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온코소프트는 암을 소프트웨어로 정복하는 것이 목표다.
김진성 온코소프트 대표이사 Ph.D.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공학과 졸업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석박사
전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박사후 연구원 및 의학물리 아카데미
전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한국의학물리학회 총무이사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기획이사
연세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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