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환자나 에이즈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거부한다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
아마 대다수의 국민들은 의사의 윤리를 거론하며 의사가 제 역할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의사가 감염병, 에이즈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사회계약론적 입장'에서 본다면 의사의 의무가 아닌, 직관이나 선행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의사라는 전문직을 사회계약적 토대로 본다면, 사회가 반드시 필요로 하지만 확보가 어려운 전문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전문직 종사자와 사회가 일종의 가상 계약을 맺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윤리연구회는 6일 '다시 돌아보는 의학전문직업성, 그 토대'를 주제로 강좌를 열었다.
강사로 나선 한양의대 의료윤리학 유상호 교수(사진)는 "사회계약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의사에게 '의사로서의 의무'를 지우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의사가 자신이 죽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를 감내하고 환자를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회계약론적 접근에서는 의사 역시 자기 자신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선에서 역할을 하면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것이지, 의사에게 희생 의무가 계약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유상호 교수는 "만약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한 상황에서 의사에게 환자를 치료하게끔 하는 의무를 개별 의사에게 다 지울 수는 없으며, 의사의 직관이나 선택(선행)으로 봐야 하는 것이지 이를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상호 교수는 지금처럼 의사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환자를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의무는 의무론적 입장으로 접근할 수 있으나, 사회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유 교수는 "환자와 사회가 의사와 같은 전문직 집단에 나타내는 '신뢰'에 따라 전문직의 규범이 정당화되는 것"이라면서 "의사는 이러한 신뢰에 신뢰받을만한 사람으로서 환자와 사회를 대하는 것이 의무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의무론적 이론을 적용한다면 의사는 상당 부분 의무로 행해야 하는 것이 많아 그만큼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이는 사적인 영역을 너무 침범하기 때문에 알맞은 방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강의에서 의료윤리연구회 최숙희 회장은 "한 설문조사에서 의사 1천명을 대상으로 '에이즈 환자를 치료할 것인가'에 대해 묻자 답변한 721명의 의사 중 80% 이상이 환자를 진료하겠다고 답해 기억에 남는다"면서 "의사의 마음 속에는 의사로서의 의무, 책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진 초대 회장도 "그럼에도 의사란 자신의 능력으로 진료할 수 없는 환자를 제외하고는 거부하지 않고 환자를 봐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환자에게 의사는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로 요구에 답할 수 있어야한다"고 언급했다.
유상호 교수는 "의무론이나 사회계약론 중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 앞으로 그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의사들의 의무를 당연시하지 않는 등의 국민들의 의식 또한 따라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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