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2.18 11:32최종 업데이트 22.02.1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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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10만 돌파 속 방역조치 완화...의료진 감염도 늘어 '의료공백' 우려

정부, 영업제한 시간 밤 10시까지로 한 시간 연장...유행 정점 먼 가운데 의료진 확진도 늘어 전문가들 노심초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내일부터 영업제한 시간을 밤 10시까지로 늘리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폭 완화하기로 한 가운데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찍지 않은 시점에서 방역 완화 조치가 환자 급증과 의료진 감염 등으로 이어져 의료체계 붕괴에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10만9831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했다. 오미크론의 중중화율, 치명률은 델타에 비해 낮지만 절대적인 환자 수가 늘면서 위중증환자와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2일 275명이던 재원 위중증 환자는 18일 385명으로, 같은 기간 일일 사망자는 33명에서 45명으로 늘었다.

향후 일일 확진자 수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은 이달 말 확진자가 최대 17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숨은 감염자까지 포함할 경우 내달 초 감염자 수가 35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이처럼 오미크론 확산세가 가파른 상황임에도 이날 식당∙카페 등의 영업제한 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늦추는 새로운 방역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내달 13일까지 3주간 적용된다.

당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방역조치 완화가 지난해 실패로 귀결됐던 위드코로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자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 등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오미크론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는데 무슨 근거를 갖고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지 모르겠다”며 “지난번에는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위드코로나를 시작해 실패했었는데, 지금은 위중증률과 치명률은 줄었지만 확진자 수 자체가 크게 늘고 있어 결국 똑같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충분한 중환자 병상을 확보해놓았다고 자신하는 데 대해서도 “택시기사 숫자가 정해져 있는데 택시 대수를 두 배로 늘린다고 택시가 운영이 되느냐”며 “정부는 2000병상을 마련해놨다고 큰 소리 치는데 (의료인력 문제로) 중증환자가 1200명만 넘어가도 의료체계는 붕괴될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오미크론 유행이 앞선 유행들과 달리 원내 의료진들의 대거 감염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대학병원들에서 다수의 의료진들이 확진 판정으로 격리되면서 예정됐던 수술이나 진료 등이 연기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는 “특정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집단으로 대거 감염되면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항상 이상적인 상황만 상정할 수는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이 같은 의료공백을 우려해 ‘업무연속성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 지침안을 각 의료기관에 전달했다. 확진자 발생 규모에 따라 단계를 3개로 구분해 비필수적인 진료를 축소하고 대체인력을 투입하라는 내용이다. 확진 의료진의 경우 무증상 또는 경증 확진자는 3일 격리 후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에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의료진마다 담당하는 전문적인 영역이 있어 이를 다른 인력이 오롯이 대체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김탁 교수는 “의료 업무는 개별 특수성이 있어 BCP를 그대로 현실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다. 각자 본인들이 하던 일이 있기 때문인데 간호직만해도 중환자 간호인력을 다른 사람이 대체하기 어렵다”며 “실제 병원에서도 BCP 지침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지만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결국 그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외래를 줄이거나 비필수∙비응급 수술은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병원 입장에서도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료진 감염 증가와 대체인력 부족이 환자에 대한 적시 치료를 어렵게 해 초과사망이 늘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의료진 감염 증가는 2차 피해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심혈관이식 등 기존 멤버가 확진으로 빠지면 대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결국 응급수술을 제 때 하지 못하면서 코로나 이외의 질환으로 인한 사망도 추가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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