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단독법 제정에 반대하는 10개 단체들의 국회 앞 1인 시위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에는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이 바통을 이어받아 간호단독법의 문제점과 우려사항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환자를 살리고 치료하는 일은 의료계 내 특정 직역이 아닌 모든 직역의 협업과 조화를 통해 가능하다. 의료진이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흐르게 되면 결국 환자의 피해만 커진다”고 강조하면서 간호단독법안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다음은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과의 일문일답이다.
Q. 1인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는?
의사들이 간호사의 처우개선에 반대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오해다. 간호사 처우개선은 당연히 필요하다. 불규칙한 교대 생활로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일상이 너무나 흔하다. 간호사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환자 건강 또한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간호단독법이 간호사 처우개선의 답이 될 수는 없다. 간호사 처우개선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것의 수단이 될 근로환경 개선, 수가 인상 등 다른 방안들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는 의료계의 큰 숙제라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직역과의 소통 없이 단독으로 법을 제정한다는 것이 불합리하고 부당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Q. 간호단독법의 어느 부분이 가장 문제인가?
간호단독법이 제정되면 면허제도를 근간으로 한 현행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이 법안에서는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의 보조’가 아닌,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했다. 즉, 간호사 단독으로 진료할 수 있게 여지를 둔 것이다.
간호단독법이 제정되면 무엇보다 환자의 피해가 커지고 진료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질 것이다. 의료행위는 협력이 필수인데 간호사 위주의 단독진료가 되면 기존의 ‘원팀’ 방식에 금이 가게 되고,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는 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도 진료보조를 부탁할 수 있으나, 간호단독법이 제정된 이후라면 간호사가 없을 경우 응급상황에서도 재빠르게 대처할 수 없게 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우수한 의료서비스는 특정 직역의 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직역 간 협력으로 제공된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
Q. 간호법 폐기한 사례가 있다고 하던데?
간호협회에서 전 세계 대다수 국가가 간호법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OECD 38개국 중 간호사 단독법을 보유한 국가는 11개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호주와 덴마크의 경우 과거 간호사 단독법이 존재했으나, 보건전문직업법이 제정됨에 따라 폐지됐다. 산개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하나의 법에 통합 규정함으로써, 법 적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보건의료인력 간 체계적인 협업을 권장하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결국 의료는 ‘협업’이 핵심이라는 것을 이러한 나라들의 조치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
Q.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장기화 된 코로나19 사태로 의료 현장에서 의사와 더불어 가장 중노동에 시달린 간호사들은 전우와도 같은 관계이다. 이런 끈끈한 전우애를 갈라치기하는 간호법은 철회돼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의사들은 간호사 처우개선에 반대하지 않는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에서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에게 ‘의료진 사기 진작’을 요청했는데, 여기에는 간호사도 포함돼 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지탱하고 있는 각 보건의료직역이 힘을 모아야 하며, 그렇게 할 때 의사와 간호사 등 실질적 처우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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