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3.7%·한의 3.0% 타결, 의원 1.6% 결렬…“말로만 필수의료였나” 상실감 폭발
건보재정 부담 이유로 전체 밴딩 1조2058억원 그쳐…의협 “역대 최저 수준, 일차의료 외면”
의원유형 수가협상단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회복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2027년도 수가협상에서 의료계가 확인한 것은 제한된 재정 여력과 반복되는 저수가 구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원급 수가협상이 최종 1.6% 제시 끝에 결렬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책 의지가 수가협상에는 보이지 않았다”는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 2027년도 의원 유형 요양급여비용 계약은 29일 저녁부터 30일 오전까지 이어진 밤샘 협상에도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단은 의원 유형에 최종 1.6%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의협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의원 유형 환산지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결정 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올해 수가협상의 전체 추가소요재정은 1조2058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평균 인상률은 1.65%였으며, 약국 3.7%, 한의 3.0%, 치과 2.6%, 병원 1.2%, 요양병원·정신병원 1.3% 등은 타결됐다. 반면 의원 유형은 1.6% 최종 제시에도 결렬됐다.
의료계가 이번 결렬을 단순한 1.6% 수치 문제로만 보지 않는 이유는 밴딩 규모에 있다. 의협은 협상 전부터 고물가·고금리·고인건비 상황과 의원급 필수진료과의 경영 악화를 이유로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의 밴딩 확대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최종 추가소요재정은 의협 요구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의원 유형이 낮은 인상률에도 계약을 체결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재정 확대 요구가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커진 것이다.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무너져가는 일차의료의 회복을 위해 의료현실을 조금이나마 반영한 수가 인상과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강력히 요구했다”며 “그러나 물가인상률 수준에도 못 미치는 역대 최저 수준의 추가소요재정과 수가인상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불가피하게 협상 결렬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은 고물가, 고금리, 고인건비의 삼중고 속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일차의료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처사”라며 “보건의료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재정운영위원회가 밴딩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배경에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보험료 인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급자단체 요구를 그대로 반영할 경우 가입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료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상실감을 호소한다. 정부가 응급·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회복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수가협상에서는 필수의료 기반인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실질적 보상 여력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응급환자 이송 지연과 분만 인프라 공백 등 필수의료 위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재정 논리만 앞세운 협상 결과가 의료계의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말로는 필수의료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 재정 배분을 보면 필수진료과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필수과가 버티기 어려운 구조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유형별 인상률 격차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약국 유형은 3.7%로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고, 한의 유형도 3.0%로 타결됐다. 반면 의원 유형은 1.6% 최종 제시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약국은 3.7%, 한의는 3.0%로 타결됐는데 의원 유형은 1.6% 제시 끝에 결렬됐다”며 “응급·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위기를 말하면서 정작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최소한의 보상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장의 상실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일부 개원가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이유로 의원급 수가 인상에는 보수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다른 영역에는 재정 투입이 이어지는 데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한 개원의는 “건보재정이 어렵다면서 필수의료 기반인 의원급에는 낮은 인상률을 제시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인상률을 받은 유형도 있다”며 “이런 협상 구조에서 의료계가 필수의료를 지키라는 요구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협 역시 현행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027년도 의원유형 환산지수는 건정심에서 결정된다”며 “현재와 같은 불합리한 의사결정 구조 아래에서는 의료현장의 현실과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정부 주도로 환산지수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일차의료의 왜곡과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일차의료의 몰락을 방관한 대가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마비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원 유형 환산지수는 수가협상 결렬에 따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다만 재정운영위원회가 의원 유형 인상률을 최종 제시율인 1.6%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부대의견을 남긴 만큼, 건정심 논의에서도 의료계 요구가 추가로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