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한의사들이 혈액검사기기를 오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전의총은 12일 '한의사 혈액검사기기 오용 사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의총은 "한의사들은 혈액검사를 해석할 능력이 없어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치료 성적을 과장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부 한의원은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때 환자의 동의를 받고 혈액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빌미로 혈액검사를 하고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의총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전의총은 현대의료기기인 혈액검사 결과를 근거로 한방치료 효과를 허위, 과장 광고한 사례들을 고발했다.
A한의원은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처음 내원했던 때 혈액검사상 암표지자인 CA(carbohydrate antigen) 19-9가 624.6이었는데 치료 한 달 후 457.5로 감소했다고 광고하고 있다.
백혈구 수치도 1500에서 3500으로 증가해 면역력이 향상된 것처럼 홍보했다.
전의총은 "CA 19-9 수치가 624.6에서 457.5로 감소했다고 해서 암이 호전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전의총은 "확실한 치료 효과를 이야기 하려면 CA 19-9 수치가 정상에 가깝게 감소하거나 기존의 수치에서 괄목할 만한 정도의 감소를 보여야 하는데 27% 정도의 수치 호전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이를 근거로 췌장암을 치료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CA 19-9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밖에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의총은 담관암 환자 사례도 소개했다.
혈액검사 CEA 수치가 1.54, CA19-9 수치가 10.4인 환자가 한의원 치료 후 각각 1.51, 9.7로 하락하자 한의원은 담관암을 치료했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CEA가 1.54에서 1.51로 0.03 감소한 것은 채혈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준의 변화로, 치료 효과라고 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전의총은 "위 사례에서 언급한 10.4와 9.7은 모두 참고치 안에 들어있는 정상수치이며, 이 수치 변화를 암의 호전 사례로 언급한 것은 종양표지자 검사의 기본도 모르고 나온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췌장암 치료 사례를 광고한 한의원도 있었다.
이 한의원은 한방 단독치료한 이후 종양의 크기가 줄었고, 종양표지자 수치의 감소 소견(CA19-9가 110에서 76.52로 감소)을 보였다고 선전했다.
환자는 2013년 2월 항암제 젬시타빈으로 항암치료를 받았고, 그 다음달 한방 치료를 병행한 후 추가 CT를 촬영했다.
그 결과 종양 크기가 미세하게 감소하자 한방 치료 덕분이라고 광고했다.
젬씨타빈은 현재 췌장암 항암화학요법에서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가장 효과 있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
전의총은 "젬씨타빈의 치료 효과는 일반적으로 치료 시작 12주나 16주차에 확인하고, 2번 또는 3번째 투약 주기 이후 영상학적으로 호전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한달 치료했다면 한의원에서 주장하는 종양 감소 효과가 젬씨타빈에 의한 것인지, 한약에 의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약으로 췌장암이 호전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의학적으로 젬씨타빈의 치료 효과가 없음이 영상학적으로 증명된 이후부터 치료를 시작해 객관적인 영상학적인 호전 소견을 보여야 하는데 누차 언급한 것처럼 CA19-9가 110에서 76.52로 감소한 것을 췌장암 치료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의총에 따르면 선천성 요로방광기형으로 사구체신염과 신우신염 및 기타 요로 감염증상이 있던 환자를 한방 치료법으로 호전시켰다고 광고한 사례도 있다.
해당 한의원은 다른 임상 상태에 대한 언급 없이 한방 치료를 1개월 받은 환자가 크레아티닌 수치가 4.3에서 4.1로 낮아졌고, 신장 BUN이 46에서 43으로 낮아져 한방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포장했다.
전의총은 "크레아티닌 검사는 비특이적 혈액검사로서 신장기능 이외에 전신수분 상태, 근육량, 근육 손상 등 혼란인자의 영향을 받는다"면서 "의미 있는 크레아티닌 변화라고 결론 내리려면 사구체여과율 수치가 기저치에서 30% 이상 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이하의 변화는 환자의 혼란변수들을 배제할 수 없으며 검사실 측정 오차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한의원은 한방 치료를 받은 뒤 요 침사 검사 상 세균과 백혈구의 숫자가 감소했고, 요 시험지봉 검사에서 백혈구가 (2+)에서 (1+)으로 감소했으며, 아질산염이 (+)에서 (-)으로 변화했다고 광고했다.
그러면서 이 한의원은 "이런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던 세균 박테리아가 한방 치료에 의해 완전히 사라졌으며, 증상에 따른 한방치료의 효과와 안정성이 증명되었다"고 큰소리쳤다.
이에 대해 전의총은 "이런 주장은 요검사에 대한 무지가 빚어낸 소치"라고 일축했다.
이밖에도 D한의원, E한의원은 혈액검사 결과를 제기하며 난소암, 백혈병을 치료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전의총은 "한의사들의 혈액검사기기 오용 사례가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으며, 해석 오류를 인지하지 못한 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완치 또는 호전 사례로 홍보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피력했다.
전의총은 의사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자가 혈액검사 결과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자 관련 학회에 감정 요청을 하고, 국민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허위·과장 의료광고 혐의로 이들 한의원을 고발할 방침이다.
전의총은 "만약 한의사의 혈액검사기기 사용이 합법화된다면 이러한 부작용 사례들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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