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차관 사과' 촉구한 이주병 회장 "9.4의정합의 파기, 새 정부 사과 없으면 졸속 정책 반복"
대의적 명분 따라 의협 조용하지만 '박민수 사과 요구'는 꼭 필요…9.4의정합의 파기부터 정확히 사과해야 재발 방지
충청남도의사회 이주병 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누구 보다 앞장서 의대생, 전공의를 악마화하고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리겠다고 협박했지만 그 어떤 징계라도 받았나."
충청남도의사회 이주병 회장은 최근 고민 끝에 충남의사회 명의로 보건복지부 조규홍 전 장관과 박민수 전 2차관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선 '굳이 지금 시기에 그런 적대적인 메시지를 내야 했느냐'는 반응부터 '속이 시원하다'는 입장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박민수 차관 등 전 정부 정책 책임자들에 대한 사과 요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의대생, 전공의 복귀를 비롯해 의정갈등 해결이 우선인 상황에서 굳이 정부와 척을 질 수 있는 메시지는 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의료계가 아닌 국민을 향해 한 사과에 대해서도 '의료계에 대한 재차 사과'를 요구하기 보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이주병 회장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왜 이 같은 메시지를 내게 된 것일까.
다음은 이주병 회장과 메디게이트뉴스 인터뷰 내용 일문일답이다.
Q. 최근 충남의사회 성명으로 나온 '조규홍 전 장관, 박민수 전 차관 사과 촉구' 메시지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우리나라엔 노조가 존재한다. 보건의료노조 등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피해 입었을 때 노동 3권을 갖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 이는 정당한 권리다. 같은 맥락에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불합리한 정책의 피해자다. 이들은 오히려 가해자가 아니라 잘못된 정책에 의해 가장 중요한 시기 1년 반 이상을 버리게 된 피해자들이다. 특히 의대생들은 수업을 거부하며 어떤 사회적 피해도 없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특혜 시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이에 전공의들은 환자단체를 만나 사과했고 의대생들도 일부가 사과를 했다. 반면 박민수 전 차관은 어떤가. 누구 보다 앞장서 의대생, 전공의를 악마화하고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리겠다고 협박했지만 그 어떤 징계라도 받았나.
이들은 정책을 추진한 당사자들이지만 이 사태를 야기한 것에 대해 어떤 사과도 없었고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말들도 무의미해졌다. 이들이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퇴임 시에는 기자들이 '의대생, 전공의들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마디는 물어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Q. 현재 의협 임원인 상황에서 의협 입장과 다른 성명을 내면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의협 집행부에서 부회장으로 있지만 의협에선 정식적으로 사과 요청을 하는 성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이를 문제화하다가 현재 (의대생, 전공의 복귀) 상황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크게 각을 세우거나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조용히 일단 사태 해결에 집중하려는 듯 싶다.
충분히 사태 해결을 위한 (의협의) 대의를 이해한다. 다만 누군가는 '정부에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봤다. 상징적으로라도 이런 메시지가 있어야 했고 의료계가 이들에게 사과를 요구했었다는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움직였다.
Q. 성명을 낸 이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대부분 사람들은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지금 현재 의대생, 전공의 문제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이걸 놓쳤다는 이들도 있었다.
Q. 의대생, 전공의 복귀 수순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길었던 의정갈등 사태도 끝나가고 있다. 향후 의료계가 나아갈 방향과 과제는 무엇일까.
내부 갈등 수습이 우선이라고 보인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학생, 교수 모두 마음을 많이 다쳤다. 교수가 의대생, 전공의들에게 '당장 들어오지 않으면 다시는 이쪽에 발 못 붙이게 하겠다'고 협박한 이들도 있다고 들었다. 반대로 교수를 강하게 비난한 전공의, 의대생들도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교수들은 내가 학생들의 존경을 받는 스승인가에 대한 의문이 많은 상태이고 앞으로 선생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한다. 반대로 학생들도 자신들이 소위 말하는 사회 0.1% 엘리트, 미래의료인이라는 자부심이 송두리째 무너진 이들이 많다.
이런 부분이 회복되는 데에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의정갈등이 마무리라고 하지만 내부적으론 갈등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의료계 내부는 이렇게 망가졌는데 단순히 특혜라고만 하면서 정책을 입안한 이들은 어떤 사과도 없이 지나가는 것이 적절한가 묻고 싶다.
Q. 새 정부 정은경 장관이 의료계를 향해서 하진 않았지만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사과의 대상과 이유가 중요하다. 정은경 장관의 사과는 의료계를 향한 것이 아니다. 또한 이유 역시 '국민의 건강에 피해를 줘서 죄송하다'는 것이었다. 이 사과가 의료계 피해와 무슨 상관이 있나.
Q. 그럼 어떤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나.
사과의 시작과 핵심은 9.4의정합의에 대한 이행 파기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사과가 없다면 지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 등도 또 밀어붙일 수 있다는 뜻인 셈이다. 정부 입장에선 이미 상처 받고 너덜너덜해진 의대생, 전공의를 포함해 개원의들이 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이라도 일단 '합의 하에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9.4의정합의를 어기고 졸속으로 정책이 추진된 것에 대해선 공식적인 사과가 필요하다. 이 부분을 사과하지 않는다면 다시 의료정책을 정부 마음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Q.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구성이 완료됐다. 일각에선 의료계 8명, 정부 7명이기 때문에 의료계가 원하던 구성이라고 주장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선 오히려 우려도 많은 것으로 안다.
추계위는 다시는 이런 무리한 의정갈등 사태를 발생시키지 말자는 일종의 잠금 장치다. 이를 위해선 상호 간의 약속을 지키고 앞으론 우리가 이렇게 무리하게 일방향적으로 밀어붙이지 말자는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 그런데 구성을 보면 병원협회는 공급자가 아닌데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8대 7이 아니라 7대 8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시민단체 등도 위원으로 포함되다 보니 기존 건정심 구조와 다르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결론적으로 추계위가 의료계, 즉 공급자 단체의 불만 때문에 만들어진 위원회라면 의료계의 마음을 어루만질 만한 신뢰를 갖고 구성을 해야 하지만 정말 그런가에 대해선 더 생각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계에서 상당히 비토하는 인물들도 들어와 있다 보니 굳이 그랬어야 하나 하는 의문도 나오는 상황이다.
Q. 마지막으로 그동안 마음 고생한 의대생, 전공의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구보다 똑똑한 이들이 누구보다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한 결정이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결정을 하든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그들은 늘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미래에 대해 전폭적으로 도와줄 일이 있다면 의사회 차원에서, 또 의료계 선배 차원에서 늘 도와주고 힘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도와줄 용의가 있다. 항상 어려운 일이 있다면 찾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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