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갑상선안병증은 스테로이드 등 기존 약물치료로 충분히 개선하기 어려워 심한 경우 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 안구돌출과 복시를 약물로 개선하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암젠코리아는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갑상선안병증 치료제 '테페자(성분명 테프로투무맙)'의 국내 출시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테페자는 국내에서 갑상선안병증을 적응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첫 번째 치료제이자 희귀의약품으로, 지난 4월 '중등도에서 중증의 갑상선안병증 성인 환자(18세 이상)'를 대상으로 허가받았다.
갑상선안병증은 눈 뒤 지방조직과 외안근 등에 염증이 생기면서 조직이 팽창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제한된 안와 공간에서 조직 부피가 증가하면 안구가 앞으로 돌출되고, 외안근이 비대해지면 눈의 움직임이 제한돼 복시가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비대해진 외안근이 시신경을 압박해 시력을 위협하기도 한다.
염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을 수 있지만 이미 발생한 안구돌출이나 복시가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 그동안 활동성 중등도·중증 환자에게 고용량 스테로이드나 방사선치료 등이 사용돼 왔지만, 안구돌출과 복시 등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충분히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테페자는 갑상선안병증 발병 과정에 관여하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 수용체(IGF-1R)를 표적으로 한다. IGF-1R 신호를 억제해 안와 섬유아세포의 지방세포 분화와 히알루론산 생성 등 주요 병리 과정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안과 윤진숙 교수
"수술해야 줄이던 안구돌출, 테페자로 개선"…환자 83%서 2mm 이상 감소 효과
이날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안과 윤진숙 교수는 테페자의 임상 3상 OPTIC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안구돌출과 복시 개선의 임상적 의미를 강조했다.
윤 교수는 "갑상선안병증은 염증이 가라앉더라도 한번 나온 눈이 다시 들어가지 않거나 복시가 남을 수 있다"며 "초기 염증기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 후유증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인 활동성 중등도·중증 갑상선안병증 환자 83명을 대상으로 테페자와 위약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OPTIC 연구에서 24주차에 2mm 이상의 안구돌출 감소를 보인 환자 비율은 테페자 투여군 83%, 위약군 10%로 나타났다.
기준선 대비 안구돌출의 최소제곱평균 변화량도 테페자 투여군 -2.82mm, 위약군 -0.54mm였다. 해당 연구는 스테로이드나 방사선치료 등 기존 치료와 직접 비교한 연구가 아닌 위약 대조 연구다.
윤 교수는 특히 안구돌출 2mm 감소가 실제 임상에서는 상당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2mm라는 숫자가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굉장히 큰 수치"라며 "국내에서 그 정도 안구돌출을 줄이려면 안와감압술을 해야 한다. 수술 범위가 커질수록 수술 후 없던 복시가 생길 수 있다. 주사만으로 그 정도 눈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환자가 느끼는 차이가 굉장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복시 증상이 개선된 환자 비율도 테페자 투여군 68%, 위약군 29%로 나타났다. 이는 치료 이전의 복시 중증도와 관계없이 나타났다.
윤 교수는 "복시가 한 단계 개선된다는 것은 운전을 못 하던 사람이 다시 운전하거나 하지 못했던 활동이나 직업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며 "복시는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악화시키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전체 반응자 비율은 테페자 투여군 78%, 위약군 7%였으며, 임상 활동 점수(CAS)가 0점 또는 1점을 달성한 환자 비율은 각각 59%, 21%였다. 삶의 질을 평가한 GO-QOL 점수의 최소제곱평균 변화량도 테페자군 13.79점, 위약군 4.43점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기존 치료로는 안구돌출 자체를 충분히 개선하기 어려워 염증이 가라앉은 이후 수술적 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테페자가 약물치료로 안구돌출과 복시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해도 안구돌출 자체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염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린 뒤 안와감압술이나 사시수술, 눈꺼풀수술 등을 해왔다"며 "안와감압술은 눈이 뒤로 들어갈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안와 뼈를 제거하는 침습적인 수술이다. 눈을 2mm 정도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도 안와감압술을 해야 하고, 3~4mm까지 감압하려면 제거하는 뼈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테페자는 모든 갑상선안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윤 교수는 "경증 환자는 해당되지 않고 중등도 이상 환자가 대상"이라며 "안구돌출이나 복시, 연부조직 염증, 눈꺼풀 뒤당김 등 여러 중증도 지표를 종합해 환자를 선택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는 우선 활동성기에 있는 환자, 즉 안병증이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고 임상 활동 점수도 높은 환자에서 선택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외 주요 학회에서도 테페자를 활동성 중등도·중증 갑상선안병증의 주요 치료 옵션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갑상선학회(ATA)와 유럽갑상선학회(ETA)는 2022년 발표한 진료 합의문에서 염증과 유의한 안구돌출, 복시가 동반된 활동성 중등도·중증 갑상선안병증 환자의 치료 옵션으로 테페자를 제시했다. 특히 안구돌출과 복시 개선이 필요한 환자에서 선호되는 치료로 언급됐다.
국내에서는 대한성형안과학회가 대한내분비학회 학술지 'Endocrinology and Metabolism(EnM)'에 발표한 '한국형 갑상선안병증 진료 프레임워크 합의문'에서 활동성 중등도·중증 환자의 안구돌출과 복시에 대해 테페자를 1차 치료 옵션으로 제시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의과대학 샤일리 안과연구소 돈 기카와 교수
美 임상현장서 수술 부담 감소…"외안근 크기 줄고, 근육 움직임 개선"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의과대학 샤일리 안과연구소 돈 기카와 교수는 미국에서 테페자 허가 이후 실제 진료환경에서 나타난 치료 변화를 소개했다.
기카와 교수는 "테페자는 최대 약 83%의 환자에서 안구돌출 감소 효과를 보였다"며 "2mm라는 숫자가 작게 들릴 수 있지만 과거에는 이를 얻기 위해 수 시간 동안 수술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인의 경우 평균 안구돌출 정도가 15~16mm 수준이기 때문에 2mm는 안구돌출이 10% 이상 감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테페자 치료 전후 환자의 외안근 부피를 비교한 연구에서 치료 후 외안근 크기와 전체 근육 부피가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근육 크기가 줄어들면서 안구돌출이 감소할 뿐 아니라 근육의 움직임이 좋아지고 복시도 완화된다"며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수술 횟수뿐 아니라 시행해야 하는 수술의 종류와 강도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치료 이후 다시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에 대한 재투여도 가능하다며, 두 번째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상반응도 첫 치료와 대체로 유사한 수준으로 보고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갑상선안병증은 평생 지속될 수 있는 자가면역질환이어서 어떤 치료 이후에도 재발하거나 다시 악화될 수 있다"며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에서도 수년 뒤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테페자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테페자의 주요 이상반응으로는 근육경련과 혈당 상승, 청력 관련 이상 등이 있다. 기카와 교수는 "임상시험에서는 약 10%의 환자에서 청력 관련 증상이 보고됐으며 대부분 회복됐다"며 "당뇨병 환자의 경우 내분비내과와 협력해 혈당을 관찰하고, 청력과 관련해서는 치료 전과 치료 중 청력검사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암젠코리아 이승재 이사는 "3상 OPTIC 연구에서 발생한 5건의 청력 관련 이상반응은 추적관찰 기간 내 모두 해소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안과 윤진숙 교수,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의과대학 샤일리 안과연구소 돈 기카와 교수, 암젠코리아 의학부 이승재 이사
전문의 부족·보험 부담은 과제…"적기에 치료할 패스트트랙 필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적절한 시점에 전문의에게 연결하는 진료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테페자의 국내 도입 이후 과제로 제시됐다.
윤 교수에 따르면 과거에는 의료진 사이에서도 갑상선안병증에 적절한 치료 시기가 있다는 인식이 충분하지 않아 치료가 늦어지는 환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약 10년간 관련 학회와 연구그룹의 활동과 교육이 늘면서 이전보다 초기에 전문의에게 의뢰되는 환자는 증가하고 있다.
윤 교수는 "과거에는 안과 의사나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진료하는 내과 의사들조차 적기에 스테로이드나 방사선치료 등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며 "최근에는 초기에 의뢰되는 환자가 많아졌고 중증도가 아주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갑상선안병증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인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대한성형안과학회 회원은 200명 이상이지만 대학병원에서 실제 활발하게 진료하는 전문의는 약 50~60명이며, 이 가운데 갑상선안병증을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의료진은 약 30~40명 수준이다.
그는 "일부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테페자는 청력과 혈당 등을 계속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개원가에서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안과와 내분비내과, 이비인후과 등이 협진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환자들이 적기에 진료받을 수 있는 패스트트랙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며 "기관과 학회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용 부담 역시 실제 치료 접근성을 좌우할 과제로 꼽혔다.
윤 교수는 "아직 보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급여 상태에서는 환자가 치료받기에 부담이 크다"며 "보험 부분이 해결돼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고 사용할 수 있기를 의료진과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