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4.23 08:57최종 업데이트 25.04.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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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 신설은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디스토피아의 화룡점정이다

[칼럼] 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지난 20여년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공공의대 신설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언론 기고를 통해 오랫동안 반대 주장을 해왔던 나는 이제 이 주제에 대해 같은 주장을 반복적으로 펴는 것에 대해 자괴감마저 든다.

공공의대, 공공의료를 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공공의료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는 한 건지 매우 의심스럽다. 다시 말하자면 그 목적이 공공의대에서 공무원 의사를 많이 배출해 정부기관에서 맘대로 소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진정 국민을 위한 발상이라고 할 수 없기에 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공공의료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공적재정(public fund)으로 공급되는 의료를 모두 공공의료라고 정의되는 데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 서비스를 국가가 책임지고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 모두가 국가건강보험에 가입한 우리나라에서 제공되는 모든 의료는 의료기관 설립 자본의 출처가 어디인지와 상관없이 이미 모두 공공의료이다.

정부세금이 투자되면 공공의료기관인 것이고 반면에 민간인 개인 또는 법인 자본이 투자되어 설립되면 민간의료기관인 것이다. 공공기관이건 민간기관이건 투자되는 자본만 다를 뿐이지 의료행위 자체는 다른 점이 없다. 

다시 말하자면 공공기관이든 민간기관이든 당연지정제 때문에 어떤 환자도 거부할 수 없어서 진료 대상 환자와 질병이 다르지 않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수가체계도 똑 같고, 정부가 지도, 감독하는 점도 똑 같고, 수익을 내야 하는 점도 똑 같다. 공공의료기관이 크게 적자를 냈을 때 국회에서, 그리고 주관 정부기관으로부터 크게 질책을 받는 것은 너무나 흔한 장면이 됐다.

다만 공공기관은 민간기관에 비해 투자가 미흡하기 때문에 시설, 장비, 인력 측면에서 열악하고 이 때문에 정치인들이나 국민의 선호도가 낮다는 점만은 확연히 다르다. 
 
의료 기관 수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94.2%라는 절대다수가 민간의료기관이다. 나머지 5.8%는 공공의료기관으로 복지부 등 정부 산하 병원과 국립의대병원, 시,도 군립병원, 지방의료원, 보건소, 보건지소 등 231개 의료기관이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실제 운영 구조를 보면 상황은 다르다. 94.2%에 이르는 이른바 민간 의료 기관들도 건보급여를 받으며 업무 대부분을 공적인 방식으로 공공의료를 수행한다.

피부, 미용, 성형과 같은 극히 제한된 비 보험 분야만이 순수한 민간의료행위라고 볼 수 있고  나머지 의료 행위는 모두 건강보험급여에 의존하는, 그리고 당연지정제를  따르는 공공의료행위인 것이다.  
 
그러므로 시민단체나 정치권은 공공병원확충, 공공의대신설을 외치기 전에 잘못된 공공의료 개념부터 바꾸어야 한다. 즉 공공병원만이 공공의료를 한다는 잘못된 생각, 민간병원은 영리만 추구하는 나쁜 기관이라는 잘못된 생각, 국립대만 공공의료를 하는 곳이고, 이에 반해 사립대 병원은 공공의료는 하지 않고 영리만 추구하기 대문에 사립대 병원은 정부가 도와주는데 국립대와 차별을 두어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 공공병원의 적자는 ‘착한 적자’라서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 의사가 공공재라는 잘못된 개념, 등등 이런 것들부터 당장 고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는 희망을 말할 수 없다.
 
이제 공공의대가 의대와 무엇이 다른지,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살펴보겠다. 

공공의대를 신설한다면 지금 정부가 말하는 3058명 의대 정원 이 외 정원을 추가로 더 뽑겠다는 것인지? 의학교육 커리큘럼은 의대와 무엇이 다른지? 중증환자 치료는 가르치지 않겠다는 것인지? 국가가 전원 장학금을 주고 정부소속 공공의사로 키우겠다는 것인지? 지역학생들만 뽑을 건지? 지금 개교한다고 해도 10년도 더 지난 후에야 의사가 배출될 터인데 그 때 크게 달라져 있을 인구분포나 사회과학 환경에서 과연 공공의사가 필요할 지? 졸업 후 10년이상 무조건 정부 지정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것이 위법은 아닐지?

졸업 후 정부 지시대로 공공병원에서 10년 일한 후 민간의료병원으로 나와서 일하게 된다면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 과연 이런 제도가 필수의료에 얼마나 기여할지? 이미 다른 나라에서 공공의대 졸업생은 의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우려때문에 실패한 전례가 있는데 우리가 구태여 지금 이런 제도를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대가 없는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한다고 그 지역 의료의 질이 갑자기 개선된다고 생각하는지? 의대신설, 그것도 공공의대 신설이 진정으로 지방의료붕괴, 필수의료 붕괴의 해소방안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려와 의문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공공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해야 한다. 지금 이미 의대 40개와 한의대 12개가 있는데 우리나라 인구에 비해 그 숫자가 너무 많고 게다가 의대 간에 질의 편차도 심한데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많은 사람들은 의대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예산낭비, 인력낭비, 국가에 해를 끼치는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공공의대 신설은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료붕괴를 개선하기는 커녕 이를 더욱 악화시킬 뿐으로 ‘의료 디스토피아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로 가슴이 답답하다. 의대 신설에 들어갈 수천 억원의 국민세금을 의료 낙후지역 의료기관의 인력, 장비, 시설개선에 투자하는 것이 수백배 더 효과적이고 주민들께 즉각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정치인들이 깨닫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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