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환자 A씨는 두통으로 종합병원에서 입원했다가 수술 과정에서 의료사고를 당했다. 이후 병원 측과 향후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단서를 달고 합의했더라도 합의 후 증상이 악화된다면 추가적인 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울산지방법원 민사12부는 지난 4일 A씨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병원 측이 5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급하라며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11년 10월 심한 두통으로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A씨에게 색전술을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뇌동맥류 파열 등이 발생해 추가적인 두개골 절제술이 시행됐다.
결국 A씨는 뇌출혈 후유증으로 1개월 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고 2012년 5월 뇌 손상에 의한 사지부전마비 등 판정에 따른 노동상실률 54% 진단을 받게됐다.
이에 병원 측은 A씨의 병원비 전액을 감액하고 1억8000만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하는 등 A씨와 합의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향후 해당 사건에 대해 A씨가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을 단서로 달고 결국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문제는 합의 이후 터졌다. A씨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2019년에는 결국 인지 기능장애와 언어기능 장애, 사지마비까지 수반되면서 사실상 노동능력을 100%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에 A씨 측은 추가적인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병원 측도 이미 배상금 지급이 완료된 상태로 추가적인 법적 분쟁이 없는 것으로 합의가 끝났다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적 사고가 발생한지 불과 11개월만에 합의가 이뤄졌다"며 A씨 측이 합의 당시 추가적인 후유증 발생을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봤다.
즉 손해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진 합의였다는 점에서 합의 이후 진행된 추가적인 신체적 손해를 병원 측이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A씨가 합의 당시 기본적인 신체활동과 의사소통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이 같은 활동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라며 "추가 손해를 예측할 수 있었다면 A씨는 당시 금액으로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의료사고에 따른 후유증 이외 다른 영향으로 몸 상태가 악화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병원의 배상 책임을 70%로 국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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