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 상급종병 상대평가 항목에 '입원전담전문의' 포함되며 연봉 최대 3억 고공행진…기존 인력 및 타과 '눈살'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공의 특별법 시행과 함께 인력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국내에 도입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본사업 3주년을 향해가고 있는 가운데 의도치 않게 필수의료과 전문의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고 있다.
그 이유는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이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항목에 포함되면서 병원들이 단기간에 경쟁적으로 인력을 구하러 뛰어들면서 입원전담전문의의 몸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던 인력 사이에서도 상대적 연봉격차로 인해 동요가 커지는 속에 필수의료과 사이에서 전문의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5기 상급종병 평가지표에 '입원전담전문의' 포함…의사 확보 놓고 병원 간 경쟁 과열 양상
8일 의료계에 따르면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기준에 입원환자전담전문의 항목이 추가되면서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려는 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말 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는데, 최근 필수의료 강화에 대한 목소리와 함께 새롭게 '상대평가' 항목에 300병상당 1명의 입원전담전문의를 운영행태별로 배점을 달리해 점수를 매기기로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전국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운영기관은 총 56개소로 상급종합병원 35개, 종합병원 21개였다. 하지만 복지부의 상급종병 지정평가 기준 개선에 따라 수도권 상급종병들은 물론 지방 상급종합병원들도 입원전담전문의를 뽑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급종병 경쟁이 치열한 서울 및 수도권은 입원전담전문의 운영형태를 주간 5일만 운영하는 '1형'과 주간 7일 운영하는 '2형', 주간 7일 24시간 가동되는 '3형'으로 나눠 형태별로 배점을 달리한다는 평가 기준에 따라 추가 채용에 나서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시범사업 기간부터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던 병원이지만 최근 신경과 입원전담전문의 모집 공고를 냈고, 인천성모병원 역시 추가로 내과(혈액종양내과) 입원전담전문의 모집 공고를 냈다.
지방 병원들은 상시초빙을 안내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지난해 9월 이후 상시초빙 안내를 하고 있고, 충남대병원도 상시초빙 공고 중이다. 전북대병원도 최근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를 공개채용 한 바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아니지만 이에 도전하는 병원들도 채용 공고가 한창이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도 내과계 입원전담전문의를 모집했다.
이처럼 상급종병마저 입원전담전문의를 추가 채용하는 분위기가 넓혀지면서 입원전담전문의의 연봉은 나날이 고공행진 중으로 나타났다. 입원전담전문의 인건비는 평균 2억2000만원에 달하며 높게는 3억까지 뛴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안 그래도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지방 상급종합병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방의 모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지방은 안 그래도 인력난이 심각해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은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에 포함된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며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고 지방으로 인력을 유인하기도 어렵다 보니 유일한 방안이 연봉 인상뿐이라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상급종합병원협의회에서도 최근 복지부에 입원전담전문의를 상급종합병원 평가 지표에서 제외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수의료과 전문의 '상대적 박탈감' 호소…고위험 필수의료 기피 가속화 우려
문제는 이처럼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이 과열되면서 기존의 필수의료과 전문의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모 상급종합병원 외과 전문의는 "입원전담전문의 연봉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후배들이 입원전담전문의제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도 분명 꼭 필요한 제도지만 과도하게 연봉이 인상되면서 인력 구조를 왜곡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며 "최근 위험한 업무는 의료소송 등의 우려로 기피하는 경향이 강한 상황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연봉이 오르면서 의사들의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는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에 입원전담전문의가 포함되면서 기형적인 형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필수의료 문제는 인력의 불균형적인 분배에서 기인하는데 입원전담전문의로 의사들이 쏠리는 문제를 야기할까 두렵다"며 "중환자 전담전문의, 외상 전담전문의처럼 고되고 위험한 업무를 하는 이들이 오히려 대우를 못 받음으로써 한 사람이 부족한 필수의료 현장에 전문의 확보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의 순기능이 분명히 있지만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에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조건을 포함시키는 것은 병원 간 과열 경쟁을 일으켜 일선 의료현장에 오히려 역기능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