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29 16:28최종 업데이트 26.10.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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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진흥원과 테슬라 FSD…국가의 보호막은 언제까지

[칼럼] 박지용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 대표·대한병원의사협의회 조직강화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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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현대차를 보호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테슬라 사용자의 FSD 사용을 강제로 막는 것이 과연 옳은가. 최근 산업연구원은 국내 자율주행 산업이 준비되기 전에 테슬라 FSD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 부족을 소비자의 기다림으로 메우자는 발상이다. 국익을 위한 FSD규제가 정당한지는 국민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규제가 장기화되면 안 되는 것만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아이폰 도입 전 국내 이동통신 시장도 비슷했다. 통신사와 제조사들은 해외 판매 제품에 있던 와이파이 기능을 국내 제품에서는 빼곤 했다. 소비자는 무료 와이파이로 이용할 수 있었던 인터넷을 비싼 이동통신 데이터 요금을 내고 써야 했다.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이런 관행은 흔들렸다. 외산 휴대전화의 진입장벽이었던 위피 의무탑재도 2005년 시작돼 2009년 폐지됐다.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던 장벽이 4년 만에 걷힌 것이다.
 
그런데 의료에는 20년 넘게 국가가 보호해주는 분야가 있다. 한의약이다. 2003년 제정된 한의약육성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한의약 발전을 위한 책무를 부여했다. 보건복지부에는 한의약정책과가 있고, 산하에는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있다. 특정 의료체계를 보호하는 일이 법률과 행정조직, 공공기관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한의학을 육성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의약의 발전과 한의사의 이익은 별개다. 한의사가 레이저를 사용하고 시술 영역을 넓힌다고 한의학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한의사라는 직역에 이익이 되는 일을 한의약 진흥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런 행위를 국가기관에서 20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필자는 한의사의 현대의학 의료행위에 대한 민원·고발 과정에서, 한의약 관련 부서나 기관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경찰에 보냈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전해 들었다. 한의약을 육성하라고 만든 조직이 한의사의 업무영역을 방어하는 창구가 되는 셈이다.
 
진료지침에 부여되는 공공기관의 권위도 따져봐야 한다. 올해 5월 한국한의약진흥원이 발간한 ‘폐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폐암 수술 후 환자에게 ‘이침 치료’를 권고한다. 이침은 귀에 침을 놓거나 귀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치료다. 그런데 지침은 그 정의와 시술 범위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은 채, 왕불류행 패치를 붙이고 지압한 연구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 결과를 어디까지 ‘이침 치료’의 효과로 일반화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한의사의 시술을 옹호하는 답변이든 치료를 권고하는 지침이든, 공공기관의 이름이 충분한 검증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한의계 내부의 주장과 합의에 국가의 공신력을 더하는 일을 한의약 발전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국민의 세금이 뒷받침해야 할 것은 과학적 검증이지, 특정 직역의 시술을 정당화하는 방어논리가 아니다.
 
한의약진흥원만 없앤다고 이 구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도 함께 폐지해야 한다. 국민 건강을 관리해야 할 정부 부서가 특정 직역의 권익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최근 한의약진흥원을 보건산업진흥원과 통폐합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최종안에서는 빠졌다. 한의협은 ‘한의약 말살’이라며 반발했으나, 기관의 존속과 학문의 존망은 별개다. 20년 넘게 지원받고도 국가의 보호막을 거두면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과 무엇이 다른가.
 
대한의사협회는 두 조직의 전면 해체를 공식 의제로 추진해야 한다. 개별 시술을 둘러싼 공방을 넘어, 국가가 특정 직역의 이권을 뒷받침하는 구조 자체를 끝내야 한다. 서의원이 추진하는 의료일원화 또한 한의사에게 의사면허를 부여하는 과정까지 계획하고 있기에, 한의사들에게 새로운 특권을 부여해주는 또다른 한의사 이권 챙겨주기라는 결과로 연결될 뿐이다.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만든 보호 장치에도 끝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20년 넘는 지원이 이어져도 한의학을 발전시키는커녕 지원을 이용해 현대의학을 침범하고 자동차보험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며 항의하는게 현실이다. 한의학을 발전시킨다는 명분으로 한의사의 이권을 지키는 기관을 국민이 계속 부양해야 할 이유는 없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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