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과 달리 의료법 개정안 원안 통과 지지 안 하는 의견 존재…보건의료계 5월 4일부터 총파업 결의대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여당 의원이 빠진 상태에서 재석의원 181명 중 179명 찬성이 나와 더불어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통과를 강행한 모양새가 됐다.
특히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법안이 가결되긴 했지만 표결 결과를 살펴보면, 당론에 거스르는 일부 표심이 드러나기도 했다. 의사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의 경우, 민주당 내 기권표가 22표에 달했다.
양곡법에선 표결하고 간호법은 여당 퇴장한 배경은?
이날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여당 의원들의 퇴장 행렬이었다.
앞서 본회의로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표결 당시엔 여당 의원들은 모두 표결에 참여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양곡관리법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갈등을 겪는 사안에 있어 끝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하는 사례가 많았다. 퇴장 자체가 반대 표 보다 강한 항의의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양곡법 표결에 여당 의원들이 모두 참여한 뒤, 곧바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여의도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와 발을 맞춰 여당이 색다른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27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쌍특검 패스트트랙 동의 건, 간호법·의료법 개정안 건, 방송3법 개정안 표결 시 자리를 박차고 본회의장을 나섰다. 표결은 야당 의원들끼리 이뤄졌다.
양곡관리법 표결 때와 달리 여당 의원들이 항의 퇴장을 감행한 이유는 이날 쟁점이 되는 법안이 1~2개가 아니라 다수 상정되다 보니 보다 강한 반대 의사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간호법과 더불어 방송법, 쌍특검 패스트트랙 동의 건 모두 여야가 강대강으로 부딪치고 있는 사안으로 각 법안마다 별도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보단 일괄적으로 퇴장하는 것으로 강하게 응수한 것이다.
특히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대한 첫 거부권 행사 당시 ▲민생 법안이 국회에서 합의 없이 일방 처리됐을 경우 ▲국가 재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등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차 일방 처리 상황이 연출되면서 퇴장을 통해 항의 표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반복되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본회의 도중 퇴장 후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법안 등 처리 자체에 저희 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상황에 정통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앞서 양곡법 땐 쟁점 법안이 적었지만 이번엔 갈등을 겪는 법안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보다 퇴장 전략이 더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잇따라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에 대한 강한 항의의 표시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면허취소법, 민주당 기권표 22표나…최연숙 의원은 간호법·의료법 개정안 모두 찬성
이날 표결 결과도 흥미롭다. 우선 간호법의 경우, 국민의힘 측 두 대표 발의자의 입장이 갈렸다. 간호법 여당 대표 발의자인 서정숙 의원은 당론에 의해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또 다른 발의자 간호사 출신 최연숙 의원은 찬성표를 던진 것도 모자라 토론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며 간호법 통과를 읍소했다. 최 의원은 여당 내에서 유일하게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표를 찍었다.
이외 여당에선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도 간호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당론에 거스른 기권표가 2개나 나왔다. 그 주인공은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과 이원욱 의원이다. 신 의원의 경우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권표가 납득이 된다는 반응이지만, 이원욱 의원은 간호법을 반대하고 있는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측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의료법 개정안도 최종 가결되긴 했지만 변수가 존재했다.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법안 찬성을 당론으로 폈지만 기권이 22표나 나온 것이다. 의사 출신 이용빈 의원은 민주당에서 홀로 의료법 개정안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 복지위 관계자는 "당내에서 의료법 개정안은 간호법과 달리 일부 과도한 부분이 있다는 이견이 있는 것 같다"며 "논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일부 반영된 듯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보건의료계는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자정까지 단체장회의를 거듭해 다음 주부터 연대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파업 시기와 방법은 내일 오후 1시 회의에서 더 논의될 예정이며 현재로선 5월 4일이 유력하다. 또한 보의연은 더욱 연대를 강화해 22대 총선기획단도 즉각적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경태 부대변인은 "5월 4일 오후부터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파업을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할 순 없고 권역별로 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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