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9.11 07:17최종 업데이트 24.09.1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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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책임지는 것 하나 없는 군의관 응급실 파견…형사 처벌·민사 책임 도사려

군의관 의료사고 시 병원 측만 2000만원 책임 부담…형사 사건 면책도 없고, 배상도 근본적으로 군의관이 져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최근 응급의료기관 진료 제한 등 응급실 역량이 떨어진 병원에 군의관을 파견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군의관의 책임소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군의관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병원 측이 2000만원까지 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히면서 군의관 응급실 파견에 대한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 현장에 파견되는 군의관들이 의료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 없이 진료할 수 없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올해 6월 군의관을 비롯한 파견 인력에 대해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했다. 보상 한도는 청구당 2억 원 수준이며, 자기 부담 부분도 파견 인력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의료기관이 부담토록 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난 2월 법무부는 의료사고·사건에 대한 수사와 처리 절차도 즉시 개선했다. 응급의료 행위 및 응급조치 과정에서 중과실 없이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형 감면 규정을 적극 적용하고, 불필요한 대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으며, 고소 고발장 자체로 범죄가 아님이 명백할 경우에는 조기에 신속히 사건을 종결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군의관의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내일까지 인력 공백이 발생한 응급의료 현장에 군의관 235명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응급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의사들이고, 설령 응급의학을 전공했던 의사일지라도 낯선 환경에서 갑자기 응급환자를 책임지고 진료하라는 명령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 허대석 명예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한 응급의학과 1년차 전공의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언급하며 군의관들이 형사 책임에서 벗어나긴 힘들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의 환자는 안면부 감각 이상, 식은땀, 구토, 흉부 통증 등의 비특이적 증세로 내원한 60대 여성으로, 심근 경색 등을 의심하고 검사를 진행했으나 명확한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자 진통제 등을 투약받고 퇴원후 나중에 대동맥박리로 진단된 환자였다. 

당시 재판부는 응급실 전공의가 흉부 CT를 촬영했더라면 진단할 수 있었는데 해당 전공의가 이를 시행하지 않아 환자가 식물상태가 됐따며 당시 전공의였던 의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고, 2023년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또 허 교수는 지난해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폐암을 조기 발견하지 못했다고 1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언급했다.

해당 사건의 환자는 두통이 있어 응급실을 방문했다 퇴원했는데 11개월 후 다른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다가 폐암 진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응급실에서 엑스레이를 촬영했음에도 의심 병변을 놓친 것에 대해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생명이 경각에 이른 중증외상환자 등을 응급처치하기에도 인력이 부족한 응급의학과에게 암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그는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는 중에 발생한 문제는 명백한 고의가 있거나, 주의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하지 않으면 법적책임이 면제된다. 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 과정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또,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공무를 집행하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배상을 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파견된 군의관들은 형사책임 면책도 없고, 정부나 지자체의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부분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허 교수는 "군의관을 갑자기 차출해 응급실에 배치한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공익적인 임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군의관은 공무원이다. 그런데, 군의관이 공무의 연장선상에서 응급실에서 업무를 수행함에도 형사사건에 대한 면책도 없고, 배상도 근본적으로 군의관이 지는 것인데 해당 의료기관에서 2000만원 범위 내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책임지는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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