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응급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으면서 응급의학계가 공분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그나마 대책으로 내놓은 '공유형 인력' 파견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409개 응급실 중 27개소가 응급실 병상을 축소 운영 중이다.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브리핑에서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에 근무하는 총 의사는 평시 대비 73.4% 수준"이라며 "평시를 100으로 본다면 현재는 20~30% 수준으로 내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주장처럼 응급실 근무 인원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세밀하게 들어가보면 지역, 기관별로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 특정 병원이 어려움을 겪더라도 인근 다른 기관과 협력 체계를 유지할 수 있고 필요하면 공유형 인력을 파견해 근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에 대해 의료계의 견해는 다르다. 공유형 인력 활용이 실효성이 전혀 없을 뿐더러,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3일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응급실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다. 아무나 있다고 머리 수로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라며 공유형 인력 활용 등 대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도 "공유형 인력 활용은 그냥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 공보이사는 "구체적 방안이 나오고 있지 않고 추가 대책도 없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추가 대책보다는 그저 현황 발표만 하는 정도로 브리핑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이번 의료공백 사태를 전문성이 없는 대체 인력들도 '돌려막기'식으로 대처하다 보니 황당한 대책만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일한 현장 인식이 잘못된 대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운영이 어려운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 대신 4일부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235명을 파견할 예정이다. 또한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응급실 근무도 대폭 늘리겠다는 게 복지부 측 입장이다.
한 지방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는 "근본적인 사태해결을 못하니 응급실 근무 경험이 없는 이들을 땜빵식으로 응급실에 파견만하고 있다"며 "공유형 인력 활용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보인다. 그러나 비전문 인력이 많아지다 보면 응급의료 과정에서 환잔 안전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주먹구구 땜빵식으로 정책을 강행한 탓에 이미 망가지고 있는 응급의료는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응급의료의 붕괴로 인해 도미노처럼 우리나라의 의료 또한 무너질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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