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계속되는 의-정 갈등 속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3분기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에서는 엇갈린 성과를 보였다. 영업이익 개선을 달성한 기업은 20개사 중 10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메디게이트뉴스가 분기보고서를 공시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의 2024년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개사의 전체 매출은 연결기준 6조6405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8996억원 대비 7409억원, 약 12.56%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8784억원에서 8757억원으로 0.31% 줄었다.
20개사 중 매출액이 성장한 기업은 17곳에 달하지만, 영업이익이 증가한 기업은 10곳에 불과하다. 한독과 동화약품은 적자전환을 맞았다.
계속된 의-정 갈등에도 20개사 중 17개사 외형 성장…삼성바이오·셀트리온·유한양행 순
3분기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20개사 중 유일하게 1조1871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셀트리온 8819억원, 유한양행 598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이래 최초로 별도기준 분기 매출 역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1~3공장을 지속적으로 가동하고 4공장 램프업(Ramp-up)한 영향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국내에서 9종,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8종의 바이오시밀러 품목 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가하는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18만리터 규모의 5공장을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품질 측면에서는 글로벌 규제기관 제조 승인을 9월 기준 326건 획득하고 지난해 99%의 배치(Batch) 성공률을 기록하는 등 의약품 제조·관리되는 전 과정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위탁개발(CDO) 부분은 올해만 4개의 신규 기술 플랫폼과 맞춤형 서비스 패키지를 출시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를 통한 헬스케어 생태계 혁신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혈액과 신장학 분야 희귀질환 치료제 '에피스클리'(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를 국내와 유럽에서 직접 판매해, 초고가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을 제고하고 국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매출 성장은 바이오 의약품의 글로벌 처방 확대가 이끌었다. 특히 램시마SC, 유플라이마, 베그젤마를 비롯한 후속 제품이 34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2.5%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매출원가 개선 및 합병 상각비가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6.5%가 오른 207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23.6%를 나타냈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램시마는 유럽에서 6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7년 연속으로 인플릭시맙 처방 1위 자리를 지켰다. 유럽 주요 5개국(독일,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는 램시마SC를 포함한 램시마 제품군의 합산 점유율은 76%를 기록해 독보적인 처방 우위를 입증했다.
미국에 신약으로 출시된 '짐펜트라'(미국 제품명 램시마SC)는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서 운영하는 6개 공-사보험 계약을 모두 확보하면서 처방 확대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30개 중대형·지역형 PBM, 보험사와 계약을 완료해 미국 보험 시장에서 90% 이상의 커버리지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한양행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유한양행은 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따라 파트너사 미국 존슨앤드존슨으로부터 수령한 기술료(마일스톤)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앞서 유한양행은 미국 존슨앤드존슨 바이오테크에 기술 수출한 렉라자의 상업화 기술료 6000만 달러(한화 약 830억원)를 받았다. 유럽과 일본, 중국 등의 허가 절차 역시 진행 중이며, 향후 마일스톤 수령을 계속될 전망이다.
의약품 사업 부문의 경우 처방 의약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소폭 감소했다. 의-정 갈등의 영향을 완전히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처방 일반의약품 매출을 5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매출 감소 면치 못한 기업은? 한미약품·제일약품·중외제약
20개사 중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기업은 3개사로 한미약품, JW중외제약, 제일약품 등이다.
한미약품은 누적 매출 1조1000억원을 돌파해 매 분기 최대 매출 실적을 달성했지만, 2024년 3분기 매출액은 36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
한미약품의 로수젯, 아모잘탄 등 주력 품목은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였지만,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은 영업 일수 감소, 중국 현지 자연재해 등 물리적 환경 요인으로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R&D 부문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다수의 글로벌 학회에 참가해 항암과 비만대사, 희귀질환 분야 혁신신약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외에도 신규 모달리티를 토대로 혁신 동력을 확장하고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공개한다.
제일약품은 1772억원에서 1744억원으로 1.6%, JW중외제약은 1842억원에서 1787억원으로 3.0% 줄었다.
제일약품의 매출 감소는 주요 품목의 매출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정'은 1316억에서 1229억원 ▲말초 신경병증성 치료제 '리리카 캡슐'은 578억원에서 557억원 ▲해열·진통소염제 '쎄레브렉스 캡슐'은 369억에서 295억원 ▲활동성십이지장궤양 치료제 '란스톤 LFDT정'은 173억원에서 161억원 ▲신경병성통증 치료제 '뉴론틴 캡슐' 184억원에서 146억원 ▲고혈압 치료제 '카듀엣정'은 137억원에서 114억원 ▲미란성식도염 치료제 '덱실란트디알캡슐'은 148억원에서 136억원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매출은 감소했지만, 최근 출시된 국내 37호 신약 '자큐보정'으로 4분기에는 수익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외제약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9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일회성 기술료 수익 없이 14.9%를 기록했다.
전문의약품의 매출은 증가했다. 의-정 갈등의 영향을 일부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액제는 소폭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다.
반면 일반의약품 부문은 별도기준 24.1% 줄어 1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소매 중심 유통망에서 도매와 온라인몰 전환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형, 수익성 동시에 잡은 기업은? 대웅제약·대원제약·일동제약 등 10개사
20개사 중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한 기업은 10개사에 불과하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큰 기업은 유한양행으로 5286.7%에 달한다. 다음으로 일동제약 121.1%, 삼진제약 78.2%, 대원제약 68.8%, 동국제약 58.8% 순으로 나타났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170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영업이익 36억원을 달성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일동제약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에는 경영 효율화와 비용 구조 개선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뿐 아니라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개선됐다.
삼진제약은 주사제, 건강기능식품 등의 매출이 성장하면서 수익성을 강화했다. 대원제약 역시 주요 품목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매출이 늘었다.
다음으로 영업이익 증가율이 0% 초과 50% 미만인 기업은 대웅제약, GC녹십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보령, JW중외제약 등이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3386억원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은 2077억원으로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기업은 한미약품 510억원, 유한양행 476억원, GC녹십자 396억원, 대웅제약 373억원, JW중외제약 265억원, 종근당 260억원, 동국제약 225억원, HK이노엔 222억원, 보령 195억원, 유나이티드 151억원, 대원제약 11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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