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사업단 3곳 운영 "2곳 임상2상 완료 목표 지원"...엘지화학 등 기업 자체 개발도 이어져 "임상3상까지도 지원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코로나19가 엔데믹화되면서 수익성을 고려해 국내 제약기업들이 백신개발을 잇따라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재 국가필수백신 자급률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또다른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고 프리미엄 백신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만큼, 백신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신변종감염병mRNA백신사업단·글로벌백신기술선도사업단 등은 12일 바이오코리아2022 컨퍼런스를 통해 K-백신 자급화 현황과 전략을 공개했다.
우선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은 필수예방접종 자급화 80%, 백신기반 기술 확보, 미래대응·미해결 백신 개발 등을 위해 지난 2020년 4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운영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사업단이다.
실용화사업단은 필수예방접종 3종을 포함해 총 7종의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2상 완료를 최종목표로 두고 있으며, 필수예방접종 자급화를 위해 ▲DTaP, ▲일본뇌염, ▲A형간염, ▲HPV예방 등 4가지 백신 개발을 중점으로 추진, 지원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보면 ▲DTaP은 혼합백신 비임상 2개와 물질 검증 중인 신규플랫폼 1개, 효능평가지표 발굴 1개, ▲일본뇌염은 임상1상 단계의 사백신·세포배양 1개와 물질 검증을 거쳐 비임상에 진입한 생백신·유전자재조합 플랫폼 3개가 있으며, ▲A형간염은 세포배양임상1상 1개와 세포주, 새로운 플랫폼 2개의 물질을 검증 중이고 ▲HPV예방은 다가백신 플랫폼으로 물질검증 1개, 비임상 1개 후보물질이 있다.
미래대응·미해결 과제는 국내에서 퇴치되지 않은 미해결 감염병과 미래 재난적 감염병 유행 대비에 필요한 백신을 개발하는 것으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노로바이러스장염, 차세대 결핵, 수족구병 예방, 범용 인플루엔자, 뎅기열,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등의 백신과 함께 신속하게 백신을 제작할 수 있는 신변종 감염병 백신 개발 플랫폼 등도 개발 중이다.
백신기반기술 과제는 BCG 등 백신 효능이 낮아져 부스터샷이 필요한 백신을 중심으로 면역증강(백신보강)제를 개발하고, 다양한 변종 발생에 대비해 백신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성백린 사업단장은 "오는 2029년까지 필수예방접종 3종을 포함한 7종의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2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공성과 경제성을 모두 고려해 백신 타겟을 발굴하고, 국가 접종이 필요한 백신의 자급화와 향후 국내외 확산이 우려되는 신종감염성질환의 미래대응형 백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단장은 "필수백신 자급화 과제에서 ▲DTaP, ▲일본뇌염, ▲A형간염, ▲HPV예방 등 4가지를 선정했다. DTaP은 국가적 수요가 매우 높고, 일본뇌염은 최근 안전성 이슈가 있었고 생산방식의 문제로 인해 발전적인 백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20~30대에서 A형간염항체보유율이 낮고 감염이 안 돼 있어 국내에서 생산해야 하며, HPV는 선호도가 높고 프리미엄백신이어서 개발 필요성이 높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2년간 정부 백신 예산이 코로나19에 집중됐고 NIP백신을 개발하던 일부 기업들도 코로나19로 변경해 개발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를 제외한 다른 질환 백신 개발에 공백현상이 발생했으며, 사업단도 코로나19가 터진 시점에 마련되면서 일부 과제가 지연되고 참여기업들도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팬데믹이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고 초기 백신 개발에 있어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사업단에서 공백영역은 연구개발하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변종감염병mRNA백신사업단 홍기종 단장은 이달안에 7개 백신과제를 선정하고, 2년 안에 임상진입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홍 단장은 "mRNA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변종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며 "바이러스는 변이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 통상적인 백신 개발 기간(10년)을 적용하면 대응이 어려운데, mRNA 기술은 개발·제작이 매우 단순해 1년만에 개발이 가능하고 변이주가 나와도 항원코드만 바꿔면 대응이 가능해 팬데믹 대응에 이점을 가진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홍 단장은 "기술도 LNP기술을 비롯해 캐핑, IVT, 메틸슈도유리딘 등으로 매우 간단하지만, 문제는 특허장벽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사실상 모든 기술들이 특허에 엮여 있어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가져오지 않는 이상 특허를 침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이유로 사업단과 보건복지부, 질병청은 화이자, 모더나 보다 좋은 백신이 아닌, 더 '빨리'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신변종 대응 mRNA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팬데믹 상황이 되면 임상2상만 완료되도 긴급사용승인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 2년안에 임상 진입이 가능하도록 mRNA 플랫폼 기반의 과제 7개를 지원할 예정이다.
홍 단장은 "이달 17일에 지카바이러스, SFTS, 신종플루, 코로나 등을 포함해 7개 지원과제를 공식화하고, 이들 중 2개는 임상2상까지 갈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해나갈 것"이라며 "해당 2개 과제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임상2상 중간단계를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진행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mRNA가 신속성과 유연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성, 보관조건 등의 문제가 많아 재조합, 합성항원, 사백신, 생백신 등의 플랫폼기술 발전도 계속돼야 하며, 이들에 대한 생산방식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글로벌백신기술선도사업단 우정택 단장은 "인구고령화, 만성질환 등의 증가로 전세계적으로 프리미엄 백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미충족수요가 많아 개발의 필요성이 충분하다. 또한 암, 단요병 등 난치병 치료백신도 매우 유망하며,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감염병 백신도 수백여종"이라면서 "국내 기술잠재력, 기업의 도전의지 등이 높아 시장만 개척되면 바이오산업 중 가장 빨리 성공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사업단은 ▲말라리아, 뎅기열 등 미충족 수요백신과 ▲폐렴구균, HPV, 대상포진, 수막구균, 뇌수막염 등 프리미엄 성인백신, ▲중증질환 이행 차단 치료용 백신 등 고부가가치 백신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미충족수요 백신 과제 1개는 2년안에 임상1상 진입, 2개 과제는 2년안에 비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며, 치료용 과제3개는 5년안에 각각 임상1상, 임상2상 등을 완료하고, 프리미엄백신도 2년안에 다수 과제들의 임상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 단장은 "백신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걸림돌들을 전략적으로, 빠른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는 고민이 있다. 예를 들어 백신에 적합한 동물모델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동물모델 개발 인프라 확대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또한 코로나와 인체 상관관계 기초 연구도 부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백신 개발 전 해당 연구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면서 "단순히 백신 개발에만 지원할 게 아니라 백신을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도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아이진 조양제 CTO와 엘지화학 김태현 팀장, 유바이오로직스 백영옥 대표 등도 코로나 이후에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백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대상포진, 결핵 등의 백신을 개발 중인 아이진 측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가 많은 지원을 했는데,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멈추면 안 된다"며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일에 준비를 해야 한다. 효능과 독성 분석, 평가방법, 사용하지 않은 원료의 허가범위 등 사전에 많은 논의를 하고, 정부와 업체가 함께 비상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비임상·독성시험을 대신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추후 신종 감염병 등에 안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백일해 백신 등 필수예방접종 백신 개발을 진행하는 엘지화학 측은 "백신 자급률만 보면 40%지만 원액생산까지 가면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성공적으로 백신을 개발해 자급률을 올리려면 제약기업 참여가 필수인데, 필수예방접종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개발에 성공해도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해당 백신 개발에 있어서는 정부가 비임상, 임상1상 외에도 시설 재투자,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임상3상 등도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그 대신 사업단 검증을 거쳐 개발성공 가능성이 높은 1~2곳만 집중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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