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글로벌 제약사부터 중소 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실제로 FDA 승인 신약의 72%, 빅파마의 파이프라인 절반이 외부 협력에 기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순한 기술 교환이 아닌 신뢰와 관계 중심 기반의 협업 모델도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 관계자는 8일 개최된 바이오코리아 2025 '혁신을 여는 열쇠: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세션에서 자사의 협업 전략을 공개하며, 혁신신약 개발의 외부협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라이선싱, 공동 연구개발, 스타트업과의 협력, 디지털 헬스케어 및 AI 기술 접목 등 다양한 형태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오픈이노베이션은 단순한 연구개발 협력을 넘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산업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작용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전략적 방향성 설정, 협력 모델 구축, 기술 평가 및 라이선싱 전략, 계약 및 규제 이슈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신약 성공률 높이려면 내부 역량만으로는 부족…협업이 해답"
이날 바이엘, 베링거인겔하임, 노보노디스크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는 외부 협업 없이는 혁신신약 개발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바이엘 프리데만 야누스 SVP는 "획기적 기술은 큰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내부 R&D로는 한계가 있다. 2015년부터 2021년 사이 FDA 승인 신약의 72%가 외부 혁신에 기반했다"며 "외부와 연계해야 혁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누스 SVP는 "바이엘의 혁신 엔진은 내부 혁신, 플랫폼 기업, 외부 혁신 총 3가지 축을 기반으로 설계됐다"고 밝혔다.외부 혁신 전략으로는 글로벌 인큐베이터 '코랩(Co.Lab)'등을 활용하고 있다. 코랩은 보스턴, 베를린, 상하이 등 4개 도시에서 운영되며 입주 스타트업에 멘토링을 제공한다.
이어 그는 "외부 협력에서 주력하는 분야는 항암, 심혈관, 신경계와 희귀질환 등"이라며 "투자 전담 조직 립스(Leaps)를 통해 도전적인 신약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 팀은 전통적인 R&D로 감당하기 어렵지만 성공할 경우 세상을 바꿀 문샷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링거인겔하임 올리버 카스트 총괄은 "현재 회사 전체 파이프라인 중 약 50%가 외부 혁신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라이선스 계약뿐 아니라 기술 기반 협력, 초기 단계 파트너링, 플랫폼 기술 등 다양한 외부 요소가 통합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카스트 총괄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개발 속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암 환자를 포함한 많은 환자는 신약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어 퍼스트인클래스 물질을 확보하기 위해 전임상 단계에서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베링거인겔하임은) 다른 제약기업과 달리 혁신성과 경쟁력 관점에서 퍼스트인클래스 물질을 선호한다"며 "잠재력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12~18개월 내 해당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 베스트인클래스 물질 역시 흥미롭지만 명확한 차별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자체 오픈 사이언스 포털인 'opnME'를 통해 학계와의 협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고품질 화합물을 무상 제공 ▲공동연구 제안 공모 ▲박사후과정 지원 등으로 구성된다.
카스트 총괄은 "opnME는 계약이나 지식재산권 협의 없이 단순 주문으로 화합물을 제공한다"며 "과학은 공유돼야 발전한다. 이는 단기 거래를 넘어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고 했다.
노보노디스크 US R&D 김자영 이노베이션 리드는 "진정한 혁신은 함께할 때 더 큰 가치가 있다"며 "노보노디스크의 파트너십 중 50% 이상이 실제 파이프라인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노보노디스크는 파트너 발굴을 위해 ▲초기 연구 검증 ▲공동 연구 설계 ▲인큐베이팅 ▲지분 투자 등 4단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리드는 "초기 연구부터 상업화와 기업 인수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딜 구조를 제공한다"며 "우리는 가능성만 탐색하기 위해 접촉하는 것이 아니다. 이른 시점에 개입해 아이디어를 함께 발전시키고, 검증해 환자에게 전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 보스턴에서는 바이오이노베이션허브(BIH)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보스턴의 활발한 바이오 생태계를 활용하기 위해 설립했다"며 "독립된 예산과 조직 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운영된다. 바이오텍뿐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리드는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노보 파트너 데이'를 개최했다"며 "한국 바이오텍과의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는 외부 혁신 촉진이라는 회사 전략과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코리아 2025 세션 4 연자들이 패널토론에 참석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 교환을 넘어 긴뢰와 관계에 기반한 협업"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라이선스 논의 시점은 초기일수록 좋지만, 핵심은 기술과 신뢰라는 주장이 나왔다. 아울러 협력 이후 지속적인 파트너십 유지를 위한 조언이 나왔다.
야누스 SVP은 "파트너십은 타이밍이 아니라 가치 창출의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언제 시작할 수 있느냐'보다는 '언제 공동 가치를 만들 수 있느냐'를 핵심 판단 요소로 제시했다.
이어 "계약보다 중요한 건 관계의 정신이다. 세금 문제로 파트너가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계약상 의무는 없었지만 우리가 절반을 부담했다"며 이는 이후 협력사의 자발적 지원 확대 등 선순환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크로스 보더 파트너스 김민지 사장은 "파트너십은 결혼 전 연애와 같다"며 초기 단계에서의 관계 형성과 신뢰 향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완벽한 과학 기술보다 신뢰와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길게 유지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파트너십이 계약 이후에도 지속되기 위해서는 투명한 소통 구조와 명확한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 리드는 "불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은 오해와 지연을 초래한다"며 "정기적이고 명확한 소통 채널을 갖추는 것이 협력 지속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카스트 총괄은 "계약은 시작일 뿐, 실질적인 협업은 그 이후"라며 긴밀한 소통과 교류를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벤처 허브 마그네스 조르슨 대표는 "협력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서로를 모른 채 계약하면 장기적인 성공은 어렵다"며 상호 신뢰를 쌓는 과정 자체가 계약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 관점에서 초기 단계 기술의 핵심 요소를 묻는 질문에는 경영진의 역량과 IP 상황, 기술·역량·자본이 언급됐다.
야누스 SVP는 "과학이 가장 우선이지만, 초기 단계일수록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경영진의 역량과 IP,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조르슨 대표는 "단순한 자본보다 기술과 역량, 자본이 두루 탄탄한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AI 회사에게는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현금보다 가치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