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7.21 06:42최종 업데이트 20.07.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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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의대 교육도 온라인으로...학생들은 만족, 교수들은 피로감

실습 부족·학습성취도 저하 등 쟁점…지식전달자 아닌 사고 길라잡이로 의대 교수 역할도 변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A의대생은 최근 기초의학 과목을 온라인으로 시청했다. 기존에 교수가 직접 출석을 부르던 것과 달리 강의를 접속하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출석 체크가 된다. 강의는 정해진 시간 없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시청이 가능하다. 수업을 듣게 되면 주어진 과제를 업로드하고 궁금한 사항은 교수 질의란에 질문을 남기면 곧 답변이 게시된다.  

B의대교수는 새로운 온라인 수업 준비에 기존보다 2배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기존 대면 수업 방식에 비해 새롭게 시도되는 방식이다보니 수업내용을 새롭게 수정해야할 것도 많고 추가 자료 준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의 질의응답을 손수 작성하다보면 수업준비시간보다 답변시간이 더 소요될 때도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과대학들이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한 가운데, 새로운 수업 방식에 대한 의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되고 온라인 강의와 시험이 학기 내내 이뤄지면서 다소 혼란스러운 한학기를 보냈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체로 온라인 수업에 대한 장단점이 혼재된 가운데 앞으로 대면 실습 방법이나 학생 간 학습 성과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향후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강의 과도기, 장단점 혼재…의대생·교수 평가 갈려
 
21일 의료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의대 온라인 강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나 학생과 교수 간 입장 차는 극명했다.
 
우선 의과생들은 온라인을 통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서 강의를 멈출 수 있고 재시청이 가능해 수업 성취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또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강의를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실제로 서울의대가 조사한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만족도는 61.3%를 기록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조승현 회장은 "의대생 커뮤니티와 주변 반응을 살펴보면 대체로 온라인 수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라며 "비효율적인 동선 낭비가 줄어들고 집중을 위한 최적의 상황에서 어려운 부분은 구간반복을 하며 시청하다보니 수업 성과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반면 교수들은 급작스럽게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다 보니 온라인 맞춤 강의자료 수정이 불가피해 혼란이 많았고 강의 준비에도 2배가량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실습이 불가피한 과목의 경우, 분반을 통해 여러 번 같은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교수들의 피로도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대가 조사한 교수들의 온라인 수업 만족도는 13.6%에 그쳤다.
 
기초의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교수 입장에서 압박감이 상당했다. 온라인 강의가 갑자기 시작되면서 기존 강의내용과 흐름이 달라졌고 이에 따라 준비해야 할 내용도 많아 힘들다"며 "강의내용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어 대체로 동료 교수들 만족도가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면 불가피한 실습교육·학습 성취도 저하는 풀어야 할 숙제
 
후반기 온라인 교육의 쟁점은 불가피한 실습교육과 학습성과 저하 문제다. 현재 다수 의대들에서 임상 실습이 미뤄지거나 이뤄지더라도 상당 부분 내용이 축소됐다.
 
서울의대는 실습 내용의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의대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실습교육을 우선 실시하긴 했지만 향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염 등의 이유로 일선 병원 현장 실습이 제한되고 그나마 진행되는 실습교육도 반쪽자리에 그친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대의 경우, 다른 기초의학 과목과 달리 해부학 등 실습이 필요한 과목에서 과목 성취도가 낮아 성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희철 이사장은 "학생들이 느끼기에 실습교육이 예전보다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기초의학 실습에서 분반의 문제와 병원 임상실습에서의 감염의 문제 등 제한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향후 충분한 토의가 필요하고 해결책이 조만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통해 스스로 공부를 진행하다 보니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 하락의 문제도 대두된다. 대면 수업이 진행되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학교에 개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모든 학생들 사이에서 이뤄지다 보니 성적분포가 하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
 
한희철 이사장은 "이미 일부 대학에서 학생들의 성적분포가 밑으로 퍼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온라인 강의는 필연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대면교육에 익숙해져 있던 일부 학생들의 성적분포 하락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의대교육 전반 변화 가능성 짙어…교수와 학생 역할도 바뀐다
 
한동운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강의가 대부분 이뤄지니 불필요한 의대 캠퍼스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교수의 수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pixabay>

현재로선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 2학기, 혹은 2022년까지 비대면 수업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다수 의대 학장들의 견해다.
 
그러나 한번 변화가 시작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줄을 잇고 있다. 즉 코로나19가 미래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의대 교육 세상을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그 중에서도 대면 교육을 위한 의과대학들의 표면적인 비중이 줄어들고 교수의 역할도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양의대 예방의학교실 한동운 교수는 "코로나19라는 환경적 제약이 오히려 시공간의 제약을 없애는 온라인 기술 교육 시스템을 앞당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라며 "온라인 공간에서 강의가 대부분 이뤄지니 불필요한 의대 캠퍼스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교수의 수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아직 과도기지만 온라인 의대교육이 거듭되면서 교육 콘텐츠가 쌓이고 학생별 맞춤식 교육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교육의 질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희철 이사장은 "의대교육이 온라인으로 특화되면서 의대 간 교육 평준화가 이뤄지고 글로벌화될 수 있다"며 "교수도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입장을 벗어나 사고를 키워줄 수 있는 길라잡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대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지식을 받아들이던 기존 수업 방식에서 온라인을 통해 학생들이 미리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아가 교수가 질의응답과 토의를 이끌며 수업방식 자체가 학생들의 사고의 전환을 촉매할 수 있는 역진행 학습(Flipped learning)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임재준 의학교육실장은 "앞으로는 온라인과 대면교육을 혼합한 형식의 교육이 이뤄질 확률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토론하거나 실시간으로 피드백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대하고 이에 따른 의대 교수 교육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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