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6.03 06:31최종 업데이트 20.06.0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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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의대 91명 부정행위, 한계 드러낸 온라인시험 보완책은

강의실 다수 동원하더라도 온라인 아닌 대면시험 위주로 평가해야…의대생 윤리교육 강화도 필요

사진=pixabay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치뤄진 중간고사에서 집단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부 의대에서 온라인 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부정행위 등 문제를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대생 91명 온라인 시험서 부정행위…텔레그램 등으로 모의
 
2일 인하의대에 따르면 최근 치뤄진 시험에서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 수가 91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 4월 1학년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초의학총론 시험에서 1학년 57명 중 50명이 부정행위에 가담했다. 앞서 2학년생들도 세 차례 걸쳐 진행된 근골격계, 내분비계 단원평가에서 52명 중 41명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부정행위에 가담한 의대생들은 한 곳에 모여 시험을 함께 보거나 전화 등으로 서로 협의를 거쳐 답안을 제출했다.
 
특히 N번방 사건에서 화제가 된 텔레그램을 부정행위 모의 과정에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모의하고 적발되지 않도록 일부 답안을 다르게 표시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의대 1·2학년 과반수 이상이 부정행위에 가담하다보니 부정행위 재발방지 대책과 이번 시험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인하의대 관계자는 "부정행위에 가담한 의대생 91명 전원을 0점처리하고 사회봉사를 명령할 계획이다"라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비중은 2:8 정도로 기말고사 비중이 훨씬 높다. 해당 중간고사는 교수 재량으로 리포트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도 고려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인하의대 측은 향후 온라인 시험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기말고사부터 대면평가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이번 부정행위로 다른 의대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논의 중에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른 의대들,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다른 의과대학들은 이번 인하의대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사건에 대해 놀라는 눈치를 보였다.
 
모 의과대학 학장은 "일부 대학에서 온라인 시험을 치르면서 부정행위 등 문제를 예상해 여러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아예 학생들이 모여서 시험을 치르는 등 인제의대 부정행위 사건으로 온라인 시험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의대 학장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학생들의 대담함과 치밀함에 놀라면서도 깊은 유감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의대는 부정행위 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대면시험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최근 대면시험을 진행한 고려의대는 2m 거리두기를 위해 강의실을 6개나 동원해 시험을 진행했다.
 
고려의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오프라인 시험을 보는데 제약이 많았다"며 "그러나 온라인 시험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많아 강의실을 대폭 동원해서라도 오프라인으로 시험을 치뤘다"고 말했다.
 
인하의대, 인제의대 등 일부 의대가 온라인 시험을 치르긴 했지만 부정행위를 예상해 방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 시험을 진행한 인제의대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문제당 짧은 시간 내에 답변을 기재하도록 했다. 온라인 시험의 전체 성적 반영 비율도 5% 정도로 제한했다.
 
대면시험 늘리고 의대생 윤리교육 강화해야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시험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감염병 상황에서 의대 시험에 대한 의과대학협회 차원의 통일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의 의대가 대면시험을 치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기조에 맞춰 온라인 시험을 확대하자는 여론도 있지만 부정행위 등 문제점을 우려하는 의대 학장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시험의 부작용이 발생한 만큼, 향후 대면시험을 원칙으로 하되, 온라인 시험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시험 비중을 낮추는 방안 등이 모색되고 있다.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의대가 온라인 시험을 진행했다. 이들 대학의 온라인 시험의 성적 반영 비율은 5~20%로 적은 상황이다"라며 입을 뗐다.
 
한 이사장은 "온라인 시험에 대한 부정적 경향이 높아짐에 따라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더라도 대면시험을 진행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시험이 진행돼야 한다면 확실한 부정행위 방지 대착과 시험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방지대책 등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기회에 기존 의학기술 교육에 치우쳐져 있는 의과대학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의대 교육은 크게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큰 축으로 일부 윤리교육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그 비중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한 이사장은 "최근 의대교육의 세계적 트렌드는 기초의학, 임상의학과 함께 의료체계 등이 포함된다"며 "즉 의사로서 인문사회적 소양과 윤리의식, 공공의료에 대한 교육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현재 의대 교육 시스템으로는 시간적 한계가 있어 예과를 없애고 의대를 6년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상황이다"라며 "6년의 기간동안 의사로서 인성교육과 기본적인 소양을 다루는 교육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대생들은 모든 의과대학이 온라인 시험 상황의 부정행위를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면시험이 진행돼야 한다고 봤다. 다만 대면시험에 앞서 철저한 방역대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조승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장은 "향후 시험에 있어서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라며 "대면평가를 진행한다면 대학은 학생들의 안전과 방역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한 상태에서 평가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면 역시 부정행위를 막는 장치들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다만 모든 대학들이 삼성직무적성검사처럼 완벽히 부정행위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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