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집단에 대한 한의사들의 비판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판을 위한 비판에 가깝다.
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30일 진찰료 차등수가제 폐지안을 부결하자 1일 "국민들을 위해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의사협회는 "양방 의료계의 주장처럼 차등수가제가 폐지되면 국민들이 양의사들에게 받는 의료의 질이 지금보다도 현격히 떨어질 수 있음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원급에서 시행중인 진찰료 차등수가제는 의사 1인당 1일 진찰횟수가 76~100건이면 진찰료의 90%, 101건~150건이면 75%, 150건 초과하면 50%를 지급하는 제도다.
한의사협회는 "만약 차등수가제가 폐지되면 가뜩이나 '3분 진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양방의료기관의 환자당 진료시간이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30초 진료를 하더라도 의사들이 받는 진료비는 30분 진료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의사협회는 차등수가제가 폐지되면 기성 의료인들에게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막지 못해 의료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젊은 의사들이 의료기관을 경영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젊은 의사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과잉진료를 펼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의사협회는 "차등수가제는 환자들이 제공받는 진료수준을 담보하는 상징적인 사안"이라면서 "국민들이 제공받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의사들은 국민 건강에 반하는 집단이지만 한의사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듯하다.
한의사협회의 이런 입장은 복지부가 2001년 이 정책을 강행하면서 입버릇처럼 했던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복지부는 최근 들어 차등수가제가 잘못된 정책이라며 '반성모드'로 전환했는데 한의사협회는 여전히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현행 차등수가제의 문제점을 솔직히 고백했다.
차등수가제를 시행하면 환자 집중이 완화되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을 검증하기 어렵고, 진료의 질을 높였다는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게 복지부가 내린 결론이다.
"오늘 진료횟수가 75건를 초과했으니 다른 의원으로 가세요" 라고 진료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제도로는 환자 집중을 완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의사협회도 보건복지부가 건정심에서 이런 견해를 피력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런 논리를 펴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날 양방 위주의 의료독점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막겠다며 출범한 가칭 '국민건강바로세우기위원회'도 황당하다.
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의사들의 독단과 양방 위주의 독점구조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양방의료계의 고질적인 병폐로부터 국민의 피해를 없애기 위한 범한의계 차원의 국민건강바로세우기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의사협회는 위원장이 누군지, 어떤 한의사들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등을 묻자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의협은 이 위원회가 협회와 무관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전국 16개 시도지부 한의사회 중심의 전국 조직이라고 설명해 사실상 한의사협회의 산하조직이라는 것을 자인하고 있다.
한의사단체인 듯, 한의사단체가 아닌 듯 한의사단체 같은 조직이지만 굳이 실체를 숨기는 이유가 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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