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공의들이 병원을 비운 공백 상황이 장기화되고 간호법까지 시행되면서 국내 병원들의 업무형태가 크게 바뀌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 A씨는 이제 야간 당직 시 전공의 대신 대부분 진료지원(PA) 간호사들과 업무를 하고 있다. 병원은 전공의 대거 사직 이후 빠르게 이들의 공백을 PA로 대체하고 있다. 병원별로 차이는 있지만 관계자들은 현재 사실상 인턴과 1년차 레지던트들이 하는 업무를 대부분 PA로 대체된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고대 구로병원 B교수는 메디게이트뉴스에 "병원에 PA 전담부서까지 있다. 전공의들이 하던 주치의 역할만 약 40명 정도이고 시술 역할을 하는 이들은 20명 가량 된다. 전공의 역할이 대부분 대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간호법 시행 이후 법안이 자리를 잡으면 PA 간호사의 현장 투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아직 간호법 시행 초기 단계로 앞으로 PA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좀 더 구체화되면 PA가 더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인 2024년 2월 22일 이전 대비 PA는 61.8% 증가했다.
다만 현장 PA는 짧은 시간에 크게 늘었지만 간호법 핵심 내용인 PA 간호사 제도화 내용은 법안에서 빠지면서 현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PA 간호사 세부 업무범위를 규정한 하위법령은 아직 입법예고도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는 수술 부위 드레싱과 피부 봉합, 골수·복수 천자, 진단서 초안 작성 등 45개 행위를 PA 업무로 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무 범위가 과도하고 의료적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간호사들이 반발하면서 하위법령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실시한 설문에서 간호사 552명 중 92.9%는 "PA 업무범위 확대가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의료계에서도 책임소재 문제와 PA 도입으로 인한 전공의 수련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성급한 PA제도 도입이 오히려 부작용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PA와 함께 야간 당직을 서고 있는 C교수는 "간호사들이 책임소재에 민감하다 보니 현장에서 역할에 혼선이 있을 때가 있다. 자연스럽게 펑션이 되지 않는다(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의협 김민수 정책이사는 최근 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전공의 업무의 대체 수행자로 PA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PA 제도 도입 과정이 기형적"이라며 "의료기관 내 PA 업무와 더불어 전공의를 얼마나 잘 교육할 것인지에 대해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 이혜주 국제이사도 "지금도 체계적이지 않은 전공의 수련환경인데 PA 도입은 더 수련 환경 악화시킬 뿐이다. 고위험 술기는 간호사 업무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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