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대한한의사협회가 10일 “피부 미용 전문가는 한의사”라며 “도태된 양의사들이 지역 의료에 관심을 가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망언이다. 윤석열 정권 시절, 의사를 과잉 배출하면 남는 인력이 알아서 지역으로 흘러들 거라는, 이른바 ‘낙수 의사’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의사들이 지방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거나, 기피받는 필수·중증 과를 선택하는 이유는 자부심과 보람이다.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진료를 하고, 사람을 살려냈다는 데서 나오는 자부심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런 의사들을 '의사가 넘칠 정도로 뽑으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자리'에 떠밀려 간 사람처럼 묘사했다. 의료 현장에서 ‘낙수’라는 말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 모르는 의사는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 표현도 모자라 이번엔 아예 도태된 의사라고 한다. 그것도 한의사협회가 말이다. 조선 시대에 피부 미용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존재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스스로를 피부 미용 전문가라고 자처하며 '도태된 의사들을 지역 의료로 보내자'는 식의 발언을 내놓는 것이 과연 제정신에서 나온 말인가.
지역 의료를 열등한 사람이나 가는 곳 취급하는 이 오만한 발언이 어떻게 한의사협회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낙수 의사’라는 표현에 대해 보건복지부 임강섭 간호정책과장조차 “현장에서 필수의료 분야를 지키는 의사들이 상당한 치욕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표현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거듭 당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시절 등장했던 ‘낙수’ 프레임을 넘어 이제는 ‘도태’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올리는 이 현실에서, 지역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는 의사들이 느낄 모멸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 의료를 지키는 의사들에게 가한 이 모욕에 대해, 한의사협회는 지금 당장 고개 숙여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