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의원 원장은 1년 전 표피낭 수술에 했는데, 최근 심평원으로부터 비용을 삭감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외과전문의인 A원장은 큰 염증을 동반한 피부낭종 수술을 지방종 수술로 청구했지만, 심평원은 지방종보다 수가가 훨씬 싼 표피낭이라고 판단, 느닷없이 1년 후 삭감했다.
대한외과의사회에 따르면, 이 같은 표피낭 수술 관련 무더기 삭감이 일어나고 있다.
표피낭은 뭐고, 지방종은 뭐길래 둘을 혼동한 보험청구가 많은 걸까?
왜 표피낭은 수가가 훨씬 싼 걸까?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총무이사는 "둘은 보험코드로 구분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수술 난이도가 더 높은 표피낭 수술이 턱없이 낮은 수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피낭은 피지를 분비하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해 피하지방 안에 양성종양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점점 커지는 특징이 있고, 감염이 잘되며 냄새나는 분비물이 생긴다.
지방종은 지방이 특정 부위에 뭉쳐 혹처럼 만져지는 것으로, 표피낭과 달리 냄새나는 분비물이 나오진 않는다.
급여기준은 발생부위에 따라, 피부에서 발생하면 표피낭(피부양성종양적출술)으로 분류, 간단한 것(표재성)과 기타의 것(근육층에 달하는 것)으로 나누고 있으며, 피부 외 부위에서 발생한 종양은 지방종(연부조직종양적출술)으로 분류, 다시 피하양성종양, 근육내양성종양, 악성 종양으로 나눈다.
외과의사회 이세라 총무이사는 "급여기준은 종양 크기에 따른 수술창상 크기, 난이도, 수술 시간, 환자 상태(특히, 염증 발생 유무 및 발생 횟수, 주변 조직과의 유착 정도)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반영되지 않은 너무 간단한 기준이라 그대로 수술 코드를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총무이사는 "A라는 수술을 했지만 코드가 없을 때 B수술 코드로 급여 청구할 수 있다는 '준용수가' 규정이 심평원의 '한국표준 의료행위 분류체계'에 있다"면서 "무더기 삭감은 '준용수가'에 어긋나는 상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표피낭의 수가는 지방종 수술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지방종(피하양성종양) 수술 수가는 의원급 외과전문의가 할 경우 15만 7790원이지만, 표피낭은 4만 8300원(간단한 표재성)에 불과하다.
이세라 이사는 "염증이 있는 표피낭은 절개를 하는 동시에 내용물이 퍼져 나가 오염의 가능성이 높고 불완전하게 제거될 수 있다"면서 "수술 난이도와 위험성에 비해 수가가 턱없이 낮다"고 하소연했다.
또 여러 크기와 임상 양상을 가진 표피낭을 항상 표피에 머무는 피부양성질환적출술로 적용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외과의사회는 단순한 병명 기준이 아니라 크기, 재발여부, 감염 여부, 수술경험 여부에 따라 수가를 달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가를 현행보다 2배 수준으로 올리되 세분화해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세라 이사는 "표피낭도 사실 지방종 수가로 수술해야 한다. 대부분 종양이 커졌을 때 오기 때문"이라며 "수술하면 완치될 수 있음에도 수가가 너무 낮아 의사들이 기피하고, 하더라도 입원시키려는 것이다. 수가의 현실적인 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현재는 수가 및 급여 개선에 대해 검토하는 바가 없지만, 학회 등이 의견을 전달하면 개선 검토를 할 것이다. 공식적인 개선 의견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심평원은 삭감 관련 "표피낭은 선별집중심사 대상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하는 심사인데 유독 지방종으로 많이 청구한 특정 병원들이 삭감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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