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7.21 07:03최종 업데이트 23.07.2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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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파업 장기화…수술·항암치료·입원 불가에 환자들 불안 호소

임단협 교섭·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놓고 노사 평행선…교수협의회도 "업무 복귀" 촉구

부산대병원노조가 7월 17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보건의료노조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의료노조가 13일 산별총파업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대다수 공공병원 및 국립대병원이 현장교섭을 타결하거나 의견 접근을 이룬 가운데,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을 포함한 일부 병원들은 여전히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산 권역책임의료기관인 부산대병원과 경남지역 소아진료 최후의 보루인 부산양산대병원이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환자의 민원은 물론 비조합원과 교수들의 불만과 인근 병원의 과부하 문제도 터져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는 앞서 노동위원회에 128개 지부 147개 사업장이 동시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7월 13일을 기해 산별총파업을 시작했다.

진료 공백에 대한 초기 우려와 달리 필수의료인력이 업무를 유지하면서 큰 혼란 없이 14일 총파업이 종료되고 17일에는 집중교섭과 주말교섭을 통해 31개 사업장이 타결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부산대병원, 고대의료원, 아주대의료원 등은 노사 간 접점을 찾지 못해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평행선 달리는 '노사'…사측 "임단협부터 진행하자" vs 노조 "불성실한 교섭 태도"

그중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는 17일부터 본원과 양산 분원에서 동시 전면파업에 돌입해 일주일 넘게 강대 강으로 노사 간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7월 13일과 14일 병동을 폐쇄하고 환자를 전원시키는 등 노조의 대규모 총파업 예고에 대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부산지부는 병원 측이 일부러 환자 불편과 진료 차질을 만들어 노조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였다고 비판하며 그간 부산대병원이 노조와 7차례 교섭을 진행하는 동안 불성실한 교섭 태도로 일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약 3000여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해 부산대병원 노조는 ▲코로나19 헌신한 노동자에게 정당한 보상 ▲비정규직정규직화 ▲적정인력 충원 ▲불법의료 근절 등을 핵심 요구로 내걸고 있다.

부산지부에 따르면 노사는 파업 5일만인 17일 이후 두 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부산대병원이 2017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발표 후 14개 국립대병원 중 유일하게 간접고용 근로자의 직고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부산지부는 165명 인력 충원과 불법의료 근절, 자동 승진제와 처우개선 등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부산지부는 자체 설문조사에서 조합원 95%가 '의사를 대신해 처방한 적이 있다', 조합원 80.8%가 '의사가 시행해야 할 각종 드레싱, 동맥채혈, 검채 채취 등을 시행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며 불법의료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노사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파업 일주일이 넘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임단협 협상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 중 수용 가능한 부분을 적극 협의하려 한다. 이에 임단협부터 빨리 진행해 병원을 정상화시킨 다음 비정규직 문제를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인데 노조 측의 생각은 다르다"고 전했다.

특히 부산대병원 측은 "국립대병원은 이사회가 최고 의결기구다. 비정규직 전환 문제는 이사회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사회 결정 사항에 따르면 노사 협의에 임하기 전에 병원 구성원이나 이해당사자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협상하라고 돼 있다"며 "병원 직원의 의사를 수렴해 결정하고자 하나 노조 측은 일괄 타결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권역책임의료기관' 역할 수행 불가…"환자들 적절한 치료 받지 못해 기다려"

이처럼 13일 시작했던 산별총파업이 일주일 이상 장기화되면서 환자 불편은 물론 원내 비조합원과 교수진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로 18일에는 본원과 분원 로비 파업 농성으로 신규 입원 환자를 받지 않고, 외래환자도 50% 수준만 진료하는 등 축소 운영이 이어졌다. 비노조원과 필수인력들이 환자를 위해 최소한의 안전망을 지키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언제까지 이들이 업무 과부하를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산 권역책임의료기관인 부산대병원의 진료 축소에 주변 병원들도 과부하가 걸리고, 특히 암 환자나 수술을 앞둔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외래는 어떻게든 남은 인력을 운용해 꾸역꾸역 보고 있는데 수술과 입원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라며 "특히 암환자들은 항암치료 일정 지연 등으로 인한 불안과 함께 병원 측에 문의와 항의 연락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암환자 커뮤니티에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환자 진료는 봐야하는거 아니냐. 암병동까지 파업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다음 항암치료와 수술 일정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항암 날짜는 다가오는데 파업중이라 현재 입원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답답한데 전화연결도 안된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또 다른 갑상선암 커뮤니티에는 "파업으로 수술 예정일이 일주일 미뤄졌다. 파업이 끝날때까지 기다려야할지 모르겠다. 다른 병원으로 예약하면 다시 2~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수술 일정에 맞춰 일도 쉬고 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짜증나고 화가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부산대병원은 대규모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부산대병원 교수협의회가 원내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고 노조 조합원의 업무 복귀를 촉구했다.

부산대병원 교수협의회는 "대규모 파업 지속으로 외래진료 및 병동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해 많은 환자분들을 퇴원 또는 전원 조치했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수많은 환자들이 수술, 시술 및 항암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부산대병원은 동남권 환자들의 최후의 보루와 같은 곳이며, 선천성 기형, 암, 희귀질환 등 어려운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희망이다. 하루속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진료와 치료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환자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함께해 주길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양산대병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나 부산양산대병원은 어린이병원을 운영 중인데 소아응급 외에는 입원이 어려워 부산은 물론 울산과 창원 등 경남지역 소아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양산대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장기 이식과 외과수술에 특화된 병원이라 장기이식을 기다리던 분들이 하루하루 파업이 언제끝나는지만 기다리고 계신다"며 환자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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