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4.23 17:06최종 업데이트 19.04.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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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의학회, 지역사회 방치시키는 후진적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전면적 개혁 요구

"형의 노력에도 현행법 보호의무자 입원, 응급입원, 행정입원 작동 안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3일 "지난 17일 진주 방화살인사건으로 영면한 피해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또한 치료 중인 피해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정신건강서비스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회도 전문가로서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2016년 강남역 사건, 2018년 경북 경관 사망사건, 고 임세원 교수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지역사회에 방치된 정신질환자에 의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건의 공통점은 치료가 중단되고 피해망상에 시달리던 환자에 의해 벌어졌다는 것이다. 사건의 책임은 정신질환자가 아닌,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중증정신질환자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에 있다. 이러한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후진적 정신질환자 관리체계의 전면적 개혁을 요구한다"고 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먼저 주변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경찰관은 정신질환으로 자·타해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면 치료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진단과 보호의 신청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체계는 경찰관이 단독으로 이 과정을 원활히 수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행정입원을 신청하는 절차가 제대로 이행됐다면 이번 사고는 예방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경찰을 지원하는 정신응급체계를 통해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피의자의 형 안 모씨는 가까운 곳에서 동생을 돌보며 증상이 악화된 피의자의 입원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30-40대 중증정신질환자의 부모님은 연로하거나 돌봐줄 여력이 없고 핵가족화로 가족끼리 따로 사는 비율은 급증하고 있다. 더 이상 정신질환자의 가족에게 모든 짐을 부여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의 보호의무자 입원, 응급입원, 행정입원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현행법은 민법에 따른 후견인 또는 부양의무자를 보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직계혈족 혹은 배우자가 아닌 사람은 입원을 신청할 수 없고 때문에 피의자의 형은 강제입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경찰도 현행법상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과 보호조치를 할 수 있지만 신고가 들어왔을 땐 어렵다며 돌아갔다. 바로 눈앞에서 자타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경찰도 민원과 행정 소송을 염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시군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이 가능하지만 보호의무자가 있는 경우 진행하기 어려워 실 사례가 거의 없다. 입원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대개 보호의무자 포기각서를 요구한다. 피의자의 경우 어머니와 형이 있어 행정입원이 어려웠을 것이다. 현행법이 가진 한계"라고 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또한 강제입원 절차는 지나치게 까다롭고 위기상황에서 적절히 작동하기 어렵다. 강제입원은 2명 이상의 보호의무자가 신청해야 하며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강제입원의 적합성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심사한다. 어떻게 개인의 인신구금이라는 중대한 사항을 위원회가 책임질 수 있을까? 의료기관은 까다로운 행정절차와 소송에 대한 부담으로 강제입원을 꺼릴 수 밖에 없고, 때문에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도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미국, 독일 등의 선진국은 사법입원을 통해 강제입원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피의자가 지역사회에 방치됐다는 것이다. 임세원 교수 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외래치료지원제를 포함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는 본인이나 보호의무자의 동의 없이도 심사를 거쳐 퇴원 사실을 정신건강 복지센터나 관할 보건소에 통보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존재를 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거부하면 외래 치료를 강제할 수 없다. 또한 현재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며 고용안정성조차 보장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고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수많은 ‘임세원법’이 발의되었으나 사법입원을 도입하고 외래치료명령제를 강화한 윤일규 의원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등 핵심법안은 법안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윤 의원이 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강제입원과 퇴원을 국가의 책임 하에 공공성을 높이며 위기상황에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위험을 최소화한다. 또한 환자가 외래치료를 거부할 경우 가정법원이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신질환자가 편견과 차별 없이 조기에 지역사회에서 치료와 지원을 받는 것이다. 학회는 환자와 가족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지역사회 돌봄 체계 마련 없이 강제입원의 입원기준만 강화한 현 정신건강복지법과 정신건강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며 빠른 시일 내에 개정안 통과를 위한 논의가 신속히 재개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관련 전문가, 환자, 가족 단체와 연대해 국민께 변화의 필요성을 알리겠다.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과 아울러, 국가가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지역사회 복귀를 책임지도록 법적, 제도적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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