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3.02 07:23최종 업데이트 23.03.02 07:57

제보

인턴 C턴 받지 않는 꿀팁

[새내기 인턴을 위한 전공의 생활 가이드] 권양 메디프리뷰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턴평가란 무엇이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인턴 C턴은 어떻게 되고 C턴 받지 않는 법은?  
 
    
예전에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가장 쉬운 방법은?'이란 우스갯 소리가 있었다. 정답은 '대학병원 인턴에게 시킨다'이다.

나도 대학병원  인턴이 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면 위에 적힌 우스갯 소리가 마냥 우스갯 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의과대학에 입학한 기쁨도 잠시, 통상 3학기가 지나면 '어느 병원, 무슨 과를 해야 하나'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 어영부영 그냥 졸업하고 의사면허만 따면 끝이 아니라는 현타가 온다는 뜻이다. 최소 원하는 전공과, 전공의(레지던트)로 뽑히기 전까지는 무얼 해도 마음이 편치 않다.

전공의 선발은 의대 내신, 의사국가시험 성적+인턴성적+인턴시험+면접으로 결정된다. 의대 내신, 의사국가시험 성적은  이미 결정된 상태로 인턴을 한다. 인턴 시절 바꿀 수 있는 것은 인턴성적, 인턴시험인데, 인턴시험 성적은  국가시험성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또 문항수가 많지 않아 변별력이 없다. 
     
따라서 인턴 성적이  더 큰 영향을 갖는다. 인턴 성적은 실무능력, 인성 등이 반영돼 엄청난 위력을 갖는다. 다소 다른 것이 부족해도 뽑히기도 하고 의대내신이나 의사국가시험 성적이 좋아도 역전을 허용하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인턴 성적은  A.B.C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상대평가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C를 받게 되고  행운아는 떠밀려서라도 (?) A를 받게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인턴 성적이 주는 첫인상은 일률적이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다. 

A턴 :  스마트하다. 깔끔하다. 일 잘한다. 함께 일하고 싶다. (뽑아주고 싶다)
B턴 :  무난하다. 성실하다. 나쁘지 않다. 
C턴 :  불성실하다. 게으르다 성격이 안 좋다.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왠지 불안하다)

사실 C턴의  25%는 위에 적은 것과 무관하게 그냥 밀려서, 어찌어찌 억울하게 받은 이들이다. 하지만  75%  가량은 위에 적은 내용에 해당한다고 본다. C턴을 받으면  경쟁과(속칭 인기과) 에 뽑히기는 매우 힘들다. 통상 경쟁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경쟁이 심하지 않는 과에 뽑히게 된다. 
 
의대내신과 의사국가시험 성적이 좋고, 억울하거나 실수로 C턴이 됐다 생각하는 인턴들은 인턴 과정을 한번 더 하기도 한다. 인턴 재수는 체력적으로는 대입 재수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힘든 인턴 생활을 1년 다시 하는 것이다. 물론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가지고도 재수를 한다. 하긴  전공의시험에 실패하고 전공의 시험 재수도 하고, 전문의 시험 떨어지고 전문의 시험 재수도 한다. 의대 입학 전까지 포함하면  전문의가 되기까지 4번의 재수 기회(?) 가 있는 셈이다. 
    
나도 대학병원 인턴을 거쳤고(A턴 받았다 ^^), 레지던트가 돼 인턴을 평가하며 A, B, C를 나눠 준 경험이 있다. 20년 간 의대생학원 메디프리뷰를 운영하면서 그간의 관찰과 경험을 토대로 '인턴 성적 C를 받지 않는 꿀팁'을 알려드린다. 

인턴 성적 C를 받지 않는 꿀팁

1. 이 글을 꼼꼼히 읽고 꼭 실행한다. 

2. 정해진 시간은 꼭 지킨다. (지각, 업무 구멍 등은 그냥 C턴 지름길이다.)

3. 환자 드레싱, 처방넣기, 의무 기록 등 주어진 단순 반복 업무를  지적 당함없이 성실히 수행한다. (이 과정에 영혼을 갈아 넣어 A턴을 받기도 한다.)

4. 병원 안에서는 그  누구와도 부딪히지 않는다. 광화문 광장에 차를 몰고 나갔는데, 주변에 차 한 대 없이 모두 사람들로 북적인다 생각하면 아주 쉽다. 느린 속도로 스치기만 해도 사람과 차가 스치니 문제생긴다. (제발 1년만, 같은 인턴 동기 포함이다.)

5.  반드시 윗사람 눈에는  공손하고 말을 잘 들을 것처럼 보여야 한다. (거만한 인상은 C를 빨아 당긴다.) 그렇다고 비굴해 지라는 뜻은 아니다. 만일 이  두개가 헷갈린다면 그냥 굽신모드로 비굴하게 지내면 된다. 간혹 원래 말투가 퉁명스럽거나 표정이 비호감인  사람도 있다. 억울한 C턴  25%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6. 타인의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는다. 특히 성적인 문제, 술버릇 등으로. 

결론:  그냥  눈에  안 띄고  지적 당하지 않고  조용히 1년을 지내면  B턴은 받는다. 
     
인턴 A, B, C턴이  맨 처음 언급했던  '코끼를 냉장고에 넣기' 과제를 어떻게 수행할지 상상해 보며 글을 맺는다. 
         
A턴 : 코끼리 인형을 구해서 냉장고에 넣고 다른 일을 하러 간다. ( 인형을 못구했으면  그냥 메모지에  '코끼리' 라고 써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B턴 : 밥도 못 먹고, 잠도 못자며  코끼리랑 냉장고와 씨름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있다. 
C턴 : 냉장고에  비스듬이 기대서서 코끼리를 구경하며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