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을 계기로 의료계 내부에서 의사노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는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제1회 의사노조 정책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그간 근로자로서 자각이 부족했던 의사들이 이제는 의사노조를 통해 대정부 협상력을 강화하고 근로 조건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도한 근로 시간 등을 개선하고, 환자안전도 제고하자는 것이다.
의사노조 설립, 정부의 과도한 제약 막을 수단
실제 우리나라 의사의 연간 근로시간은 2256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노동시간(1678시간)은 물론 한국인 노동자 근로시간(1908시간)도 크게 상회한다. 특히 대학병원 의사들, 그 중에서도 전공의들의 근로시간은 살인적인 수준이다.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김강대 대표변호사는 “전체 의사들의 권익 보호와 실효성 있는 대정부 협상을 위해서라도 일부 병원이나 의대교수 노조가 아닌 봉직의, 의대교수, 전공의 모두를 포함하는 전국 단위 의사 노조를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의료계의 파업 등 단체행동은 현행 노조법상에 따르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조법은 노조가 주도하지 않은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간 의료계의 경우 노조가 아닌 의협이 파업을 주도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노조 설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설령 의료계의 단체행동이 노조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더라도 노조법상 필수유지 업무에 대한 쟁의행위 제한 관련 조항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노조법은 병원 사업을 필수 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응급실 운영 등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같은 쟁의 행위 금지, 제한 규정은 전공의 등의 개별적 저항에 대해 법적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넘어 과도한 제약을 가하는 수단으로 약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의사노조를 설립하면 노조법에 따른 교섭과 쟁의라는 틀에서 정부를 상대로 합법적 투쟁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현재는 각 병원마다 정해지는 필수유지 업무의 범위와 내용 등에 대해서도 노조가 노동위원회에 사업장별 특성을 고려해 결정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며 “그 결정에 따라 쟁의 행위를 하면 법률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의사노조 김재현 위원장은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불합리한 시스템에 갇힌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전국의사노조를 조직하면 법적인 대정부 협상 대상이 된다. 건정심, 수가협상, 추계위 등에 들어가 반드시 의사 노동자 위주로 협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주의대 교수노조 노재성 위원장은 “교원노조인 의대교수 노조는 현행법상 쟁의행위가 불가능해 사측을 압박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데, 전국화할 경우 정보 공유가 활발해져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임금, 근로조건 등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각 대학의 근로 조건을 상향 평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사들 가운데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사노조는 환자안전 제고와 이어진다는 점을 적극 알려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중앙보훈병원 의사노조 주인숙 위원장은 “전국 단위 의사노조를 만들고 노조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활동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의협은 정부의 정책 결정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입장이다. 노조를 통해 전체 의사들의 의견을 묻고 의료정책, 보험수가, 심평원 기준 등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인제의대 교수노조 김대경 위원장도 “(의사들은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기 보다는) 대부분 지켜보며 기다린다. 활동가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노조가 자기 사업장 안에서만 제한된 경우 발전, 성공 가능성이 부족하다 결국 연대가 필수”라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부회장을 지낸 의협 이한결 이사는 “전공의 노조를 만든다면 단순히 투쟁을 넘어 의료질 향상, 환자안전 등을 위해 의사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근로해야 한다는 걸 기치로 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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