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제약 벤처캐피탈(VC) 투자금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가운데, 2억 달러(약 2875억 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받은 바이오텍 기업은 14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투자로 10억 달러를 투자 받은 기업도 있었고, 1년 동안 시리즈A부터 시리즈B까지 연속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총 5억 달러 넘게 자금을 조달한 곳도 있었다. 대형 다국적 제약사에 인수된 바이오텍 대표 출신이 설립하거나 CEO를 맡고 있는 곳이 상당수를 차지한 것도 특징이다.
여러 투자자 가운데 미국 대표 생명과학 VC인 아치 벤처 파트너스(ARCH Venture Partners)가 8곳 투자에 참여하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였고,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SoftBank Vision Fund 2)도 3곳에 투자해 눈길을 끌었다.
제약사로는 사노피(Sanofi)와 리제네론(Regeneron), BMS(Bristol-Myers Squibb), 일라이 릴리(Eli Lilly) 등이 펀드를 통해 투자에 참여했다. 지난해 첫 생명공학 펀드를 조성한 골드만삭스 자산운용(Goldman Sachs Asset Management)과 국내 기업인 미래에셋(Mirae Asset Capital Life Science)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AI 신약 개발 기업 2곳 목록에 올라…자이라는 10억달러로 최대 규모 기록
23일 제약바이오업계를 종합하면 투자를 받은 기업 가운데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 자이라 테라퓨틱스(Xaira Therapeutics)가 지난해 최대 규모의 자금 조달 라운드를 진행해 10억 달러를 유치했다.
아치와 포어사이트 랩스(Foresite Labs)가 공동으로 인큐베이팅한 기업으로, 미국 워싱턴의대(University of Washington School of Medicine) 생화학 교수이자 단백질설계연구소 소장인 데이비드 베이커 박사(David Baker)가 공동 창업했다. 공동 설립자이자 제넨텍(Genentech)의 전 최고과학책임자인 마크 테시에 라빈(Marc Tessier-Lavigne) 박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자이라는 분자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규모에서 질병 관련 생물학을 포괄적으로 특성화하는 방대한 다차원 데이터 세트를 생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신약 개발이 어려웠던 표적에 초점을 맞춰 여러 모달리티에 걸쳐 신약 프로그램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다른 AI 기반 기업인 포메이션 바이오(Formation Bio)는 시리즈 D로 3억72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번 투자에는 파트너사인 사노피가 상당한 금액으로 참여했다. 포메이션은 지난해 11월 사노피, 오픈AI(OpenAI)와 함께 임상 시험에 환자 모집을 개선하기 위한 AI 도구를 발표했다.
기존에는 AI로 보다 효율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워크플로우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투자금은 임상 단계 자산의 인수 및 라이선스 확보, AI 기능 확장에 사용할 예정이다. 포메이션의 AI 혁신 계획은 중기적으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강화하기 위한 AI 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으로는 독성, 내약성, 효능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을 구축하고 훈련시키는 것을 목표한다.
GLP-1 관심 이어지며 멧세라 투자 연속 유치…中기업 기술도입한 카일레라도 관심
멧세라(Metsera)는 GLP-1 약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강력한 초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해 각각 2억9000만 달러와 2억1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와 시리즈 B를 연속으로 마감했다.
대표 파이프라인은 월 1회 피하 주사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 MET-097i다. 1/2상 임상시험에서 36일째 기준치 대비 체중이 7.5% 감소했고, 반감기는 380시간이었다. 비만 및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16주간 평가하는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올해 상반기 예비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마찬가지로 월 1회 투여하는 아밀린 유사체 MET-233i의 임상시험과 경구 투여하는 GLP-1 작용제 MET-002 역시 진행하고 있다.
비만 및 관련 질환에 대한 주사제와 경구용 치료제 개발 기업 카일레라 테라퓨틱스(Kailera Therapeutics)도 4억 달러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2023년 애브비(AbbVie)에 87억 달러에 인수된 세러벨 테라퓨틱스(Cerevel Therapeutics)의 CEO였던 론 레나우드(Ron Renaud)가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5월 중국 항서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으로부터 중국 이외 지역에서 4개 자산에 대한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권을 확보하며 임상 단계 기업을 부상했다.
가장 앞선 프로그램은 GLP-1/GIP 수용체 이중 작용제인 KAI-9531(중국에서는 HRS9531로 개발 중)이다. 올해 초 8㎎ 용량으로 시행한 2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탑라인 결과를 보고했다. 36주째 평균 체중 감소율은 22.8%(위약군 조정 후 21.1%)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고, 치료군의 59%가 20% 이상 체중을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경구용 저분자 GLP-1 작용제인 KAI-7535와 1일 1회 경구용 정제로 제형화된 KAI-9531, 주사 가능한 GLP-1/GIP/글루카곤 수용체 삼중 작용제인 KAI-4729를 개발 중이다.
릴리·MSD·BMS 인수 바이오텍 출신 대표들 4억달러 자본 조달로 새 도전 나서
시리즈 A로 4억2180만 달러를 유치한 트리라인 바이오사이언스(Treeline Biosciences)에 대한 정보는 거의 공개돼 있지 않다. 릴리에 인수된 록소 온콜로지(Loxo Oncology)의 CEO 였던 조쉬 빌렌커(Josh Bilenker)와 노바티스(Novartis) 바이오의학연구소 종양학 글로벌 총괄을 역임한 제프리 엥겔만(Jeffrey Engelman) 박사가 공동 설립했으며, 검증됐지만 약물화하기 어려운 종양학 분자 표적에 대한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라도르 테라퓨틱스(Mirador Therapeutics) 2023년 MSD에 108억 달러에 인수된 프로메테우스 바이오사이언스(Prometheus Biosciences)의 CEO였던 마크 맥케나(Mark C. McKenna)가 설립한 기업으로, 프로메테우스의 전 임원들이 이끌고 있다. 시리즈 A로 4억 달러를 유치했다.
면역학 및 염증 분야에서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또는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 정밀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백만 명의 환자 분자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면역섬유화 질환과 관련된 유전적 연관성을 발견 및 검증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을 식별하며, 표적-표적 상호작용과 잠재적 병용요법을 위한 최적의 표적-표적 쌍을 규명하도록 설계된 엔진인 Mirador360를 사용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자 한다.
3억7000만 달러 자본 조달과 함께 출범한 캔디드 테라퓨틱스(Candid Therapeutics)는 지난해 BMS에 41억 달러에 인수된 레이즈바이오(RayzeBio)의 CEO로 재직한 켄 송(Ken Song)이 이끄는 회사다.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T-세포 인게이저(TCE) 항체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TCE 항체 분야의 선두주자로 도약하기 위해 출범과 함께 포어사이트 랩스가 설립한 비네트 바이오(Vignette Bio)와 투리버(Two River) 및 서드락벤처스(Third Rock Ventures)가 설립한 TRC 2004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비네트의 BCMAxCD3 이중특이항체 CND106와 TRC 2004의 CD20xCD3 이중특이항체 CND261을 확보했다.
이 외에도 ▲아스날바이오(ArsenalBio) ▲카듀리온 파마슈티컬스(Cardurion Pharmaceuticals) ▲알루미스(Alumis) ▲씨포트 테라퓨틱스(Seaport Therapeutics) ▲알트루바이오(AltruBio) ▲브릿지바이오 온콜로지 테라퓨틱스(BridgeBio Oncology Therapeutics) ▲제나스 바이오파마(Zenas BioPharma)가 VC들의 관심을 모으며 2억 달러 이상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한편 JP 모건(JP Morgan)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바이오 VC 투자는 총 416회 라운드에서 26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462회 라운드, 233억 달러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정점에서 기록된 759회 라운드, 44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2년간 감소 추세를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VC들은 규모가 크지만 적은 투자에 집중했고, 평균 거래 가치는 1200만 달러 이상 상승했다. 또한 1억 달러 이상의 메가라운드를 모금한 기업 수는 98개로, 2023년 73개, 2022년 80개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투자자 선호도는 임상 자산이 있는 회사로 옮겨가 임상 전 단계 및 플랫폼 회사는 전체 자금 조달 라운드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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