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각 질환 의료 전문가들이 나서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존에 제기되던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와 더불어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생리통 등 의학적으로 봐도 오히려 부작용만 야기할 것이라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6일 오후 4시 ‘급여화 논란, 한방첩약 의학적 문제는 무엇인가’ 기자회견을 열고 각 분야 의료전문가들의 견해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임상 전문가들은 각 질환에 맞는 의학적 진단과 모니터링이 수반되지 않는 첩약 치료가 매우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의학적 진료 이외 첩약만으로 질환에 대한 치료를 성급하게 시도했다가 오히려 큰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아주 드물게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을 제외하고는 임상시험을 배제하고 급여화가 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 정책에 강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우선 뇌혈관질환 후유증과 관련해 대한신경과학회 홍승봉 이사장은 "임상시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3개 질환에 대해 첩약 급여를 진행하는 것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다"라며 "구체적으로 뇌졸증 등 질환은 초기 치료가 굉장히 중요하다. 뇌신경은 6개월이 지나면 손상받은 세포가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후유증 관리가 필수적인데 첩약은 전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홍 이사장은 "뇌졸증에 항응고제를 쓰는데 이때 혈중농도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치료 중 한약을 먹게되면 혈중농도가 떨어져 뇌졸증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철저히 시간을 갖고 임상시험 후 급여화를 재논의하자"고 건의했다.
신경외과학회 문창택 회장도 첩약이 오히려 질환에 대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회장은 "의학적으로 뇌졸증을 포함한 뇌혈관질환은 상태가 회복됐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회복된 이후에도 멸밀한 의학적 관찰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재발을 막기 위한 진료가 계속돼야 한다"며 "그런데 안전성과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첩약을 이용하게 되면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쳐 상태가 악화되고 각종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면신경마비에 대해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구자원 기획이사는 "안면신경마비 진료지침 등 치료가이드에 따르면 한방진료는 권고 등급D로 안면신경마비 질환 치료에 권고하지 않는다 게 의학적 판단"이라며 "안면신경검사를 통해 초기 예후를 진단하면서 제대로 된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신경과의사회 윤문용 부회장도 "첩약은 안면신경마비 치료에 과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며 "첩약으로 인해 의학적 감별시기를 놓치거나 조기 치료가 늦어지면 마비 증세가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리통 치료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급여화가 아니라 오히려 첩약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학회 이필량 이사장은 "생리통인줄 알고 약을 복용했는데 알고보니 임신초기 불편감으로 인한 통증인 경우도 더러 있다"며 "제대로 된 진단과 검증이 되지 않은 첩약으로 생리통을 치료하려다가 오히려 이후 태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절대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도 "생리통 통증 완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통증을 유발하게 된 근본적인 문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임신계획 여부에 따라서도 치료가 다양하게 나뉠 수 있다. 그러나 한약으로 생리통증만 완화하겠다는 것은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약을 먹고 부작용으로 내원한 사례도 소개됐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이영규 수석부회장은 "공진단을 먹고 온몸이 가렵다고 내원한 환자가 있었다"며 "오히려 질환을 치료하려다가 간기능 수치가 증가하고 피로와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환자 등 한약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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