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4.01 15:32최종 업데이트 22.04.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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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데이터가 대전에 모이는 이유...데이터 안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주는 김종엽 교수"

[의대생 인턴기자의 선배의사 인터뷰] "전문가로 살아남으려면 데이터에 대한 이해, 자신만의 소질과 자질 갖춰야"

'데이터 전문가' 건양의대 김종엽 교수가 의대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정지연 인턴기자 경상의대 본1] 건양대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김종엽 교수는 '데이터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전국 병원에서 데이터를 이용한 협업을 위해 김 교수를 찾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건양대의료원 산하 헬스케어데이터사이언스센터장으로 활동하면서 건양의대 정보의학교실과 의료공과대학 의료인공지능학과에서도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 빅데이터 연구자들을 위해‘, 'R통계의 정석' 등의 책도 출간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디지털헬스케어 특별위원회 위원이며, 보건복지부와  DNA(data-,Network-AI) 중장기 국가전략과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김 교수는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의대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료정보학 연구내용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 그리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의대생과 의사들의 바람직한 자세를 알려줬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도 깨어 있는 의사가 돼야 한다"라며 "자신의 소질과 재질을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 또한 진료실 밖에서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실천하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임상 경험으로 의료현장에 필요한 것을 이해하고 데이터로 옥석을 가려주는 역할

-현재 건양대 이비인후과학교실 소속 이외에도 여러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간략히 소개해달라.

우선 건양대 이비인후과 교수로서 환자를 만나고 수술을 하고 있다. 정보의학교실에서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정보의학을 가르치고, 이들과 함께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건양대 헬스케어데이터사이언스센터장으로 의료 인공지능 개발과 임상 실증에 관련된 일을 중점적으로 맡고 있다. 이외에도 전문가로서 식견을 필요로 하는 정부 부서나 위원회가 있다면 회의에 참석해 자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어떤 계기로 의료 빅데이터와 정보의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과거부터 계속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꾸준히 관련 공부를 해왔다. 의대에 입학하고 나서도 필요한 앱 정도는 만들어서 사용할 정도로 컴퓨터를 다루는 것을 하나의 취미 활동으로 계속해왔다.

이후 건양대병원에서 임상 연구를 수행하던 중 환자 수가 서울에 있는 병원들에 못 미친다는 사실에 고민이 많았다. 대신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병원과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데이터 분석기술을 연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통계프로그램 R을 접했는데, 컴퓨터를 취미활동으로 가지고 있던 만큼 R프로그램이 굉장히 쉽게 다가왔다. 자연스레 데이터 분석 실력이 상위권으로 올라오게 됐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 각지의 데이터를 받으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

-임상 의사로서의 경험이 의료정보학 연구, 교육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줬다고 보나.  

당연히 임상의사로서의 경험이 연구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전문의 면허를 취득한 이후 진료실에 10년 이상 머물렀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의료정보학 연구가 가능했고, 이 때문에 아직까지도 진료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공대 출신 개발자, 공학자들은 대개 기술 중심의 사고를 하지만 임상의사 출신인 나는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찾는다. 사고방식부터 차이를 낳기 마련이다. 공학자는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만들기보다는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앱이나 의료기기를 만드는 일이 많고, 이것들이 실제 시장에서 살아남는 비율은 매우 적다. 하지만 의사는 의료기기의 사용자이자 환자를 돕는 치료자의 역할을 하는 만큼 의료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 

나는 임상에서의 경험을 이용해 옥석을 가려주는 일을 한다. 국책 사업이나 R&D를 할 때 어느 분야에 국가 예산이 들어가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지, 그리고 어느 팀이 데이터와 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를 가지고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 또한 예타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국가의 큰 예산이 경쟁력 있는 R&D 분야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정보의학 연구의 사례나 특징에 대해 설명해달라.

의료기기를 직접 개발하기보다 개발된 것들에서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주요 연구다. 가령 새로 개발된 의료 기기가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실제로 환자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낳는지, 치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기능이 추가되면 좋은지 등을 주로 연구한다. 나는 데이터 안에 숨겨진 의미와 진실을 찾아내는 사람이며, 공학자처럼 기계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단연코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이제는 데이터가 없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로 살아가려면 데이터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데이터와 관련된 공부는 절대 미룰 수도, 피해갈 수도 없으니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얼마 전 ‘의료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 기술 동향’ 논문으로 정보와통신 학회지에서 2021년도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떤 내용인가.   

이 논문이 많이 읽히고 인용될 줄 전혀 예상을 못했는데 감사하게도 상을 받았다. 논문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을 막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임상가로서의 식견을 정리했다. 여기에 정말 많은 공학자들이 공감해 주목을 받았다.

수만명 의사 중에 특별한 의사가 되려면 자신만의 소질이나 자질 살리길 

-블로그,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의학 정보나 의료 전반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의료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우리나라 의료 문제는 아주 많이 꼬여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느 나라도 쉽게 풀지 못하는 문제다. 그 중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우리나라 의사들이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소신진료로 환자를 살리려다 실수하면 자칫 법적인 책임을 물거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의료비를 줄이거나 의사들을 배척해야 정치적 입지가 생기고 표를 얻을 수 있는 현 정치판의 모순도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많다. 이 문제가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의사들의 소신진료가 위협받는 현실이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현재로써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지만, 앞으로는 의사들도 사회적 현안에 관심을 가져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나갔으면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나 의료 빅데이터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나 규제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는가.

대다수 사람들이 디지털 헬스케어에 규제가 많다고 하는데, 사실 생각보다 규제가 많지 않다. 오히려 의료의 특성상 규제가 너무 없다면 그 손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가게 될 것이다.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가 가벼워진다면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가 시중에 풀려 환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개인적으로 인허가 절차가 너무 간소화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는 입장이다.

오히려 실제 의료 현장에 도움이 되는 의료기기가 거의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고 투자 시장이 활발한 반면, 정작 의사들은 진료실 밖에 거의 나가지 않고 있어 개발자들이 의사의 의견을 들을 수 없다. 

하버드의대 졸업생의 상당수가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진료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의사로서 충분히 진료실 밖의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의사로서 진료를 통해 환자를 직접 돌보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여기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아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으면 한다.

-의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이나 의료윤리 문제도 수반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회적 합의의 문제라고 본다. 굳이 의료 인공지능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의 책임 이슈가 눈 앞에 있다. 결국 사회적 합의의 문제일 뿐,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윤리는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의료 기술의 발전에 따른 책임이나 윤리적 문제는 미룬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하루빨리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현재 의학통계가 의대 커리큘럼에 포함돼 있으나,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서 배운 원리와 이론을 어떻게 실생활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다. 데이터를 일상생활에서 쉽게 적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주위의 숫자나 데이터에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용돈 인상률과 물가 상승률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등록금 인상폭이 예측 범위 내에 있는지 등을 고민해 보는 것이다.

통계는 결국 ‘수’가 지배적이다. 수가 적은 경우에는 그 차이나 증감이 가시적으로 보이거나 나타나기 때문에 수에 대한 느낌, 직관이 바로 생긴다. 하지만 한눈에 볼 수 없을 만큼 수가 많은 경우에는 눈으로만 보고 직관을 가지기는 어렵고, 이때 데이터 분석방법을 사용한다. 아무리 데이터의 양이 방대하다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적인 원리와 방법은 결코 다르지 않다. 일단 일상의 수나 데이터를 계속 보면서 탐구해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변 데이터에 흥미를 가진다면 데이터라는 객관적인 도구를 통해 그 분야의 권위자를 설득할 수 있다. 또한 주위의 세상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다.

-앞으로 의대생, 젊은 의사들이 미래 의학을 준비해나갈 때 무엇을 염두해야 할까.   

의학적 지식 이외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활동해나가길 바란다. 의대 과정에서 동일한 커리큘럼을 이수하고 의사가 된다면 차별화된 의사로서의 경쟁력은 없다. 자신만의 독특한 소질이나 자질을 갖춰야 수만명의 의사 중 특별한 의사가 되고, 더 많은 일을 하거나 자연스레 몸값도 오를 수 있다.

단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하기보다 각자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본인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자신이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것을 하나씩 발견해 배워나가길 바란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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