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산업진흥원 연구진 "의료기관·환자·국가에 장점 많아...의료인 중심 질환별 서비스 모형·평가지표 등 전제돼야"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비대면(언택트)의료가 의료기관과 환자는 물론 정부에도 높은 효용성이 있는 만큼, 이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용를 위해 한시적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만 비대면의료의 정식 도입을 위해 현행 의료법상 '원격의료'를 '비대면의료'로 변경하고, 임상지침(가이드라인) 개발과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정책지원본부 김종엽, 이관익 연구원은 대한내과학회지에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장점 및 필요성 연구논문을 게재해 이 같이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언택트) 진료가 확산되고 있다. 비대면 의료의 정의는 미국에서 먼 거리 소재 의료기관, 환자, 의료 공급자를 대상으로 건강 관련 교육, 공공보건,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전자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유럽, 호주, 일본 등 비대면 의료를 허용하는 국가에서도 모두 환자를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스웨덴은 의료인-환자 가족 간 비대면 의료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에서 질환의 효과적 관리, 의료비용 절감, 의료접근성 개선 등 다양한 목적 달성을 위해 비대면 의료를 부가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방문진료 환자수는 대폭 감소하는 대신 비대면 의료를 통해 환자 수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보건부는 일시적으로 SNS 어플(앱)을 활용해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가능하게 했으며, 영국도 정부가 나서 비대면 의료를 독려해 1차의료에서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허용하는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일본, 스위스 등 9개 국가의 의사 1392명에게 지난 4월 3일부터 4월 14일까지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미국에서는 81%의 의사가 환자수가 감소했으며 다른 8개국에서는 48%의 의사가 환자 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국가 의사들은 코로나19 발생 후 확진자 발생수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비대면 의료서비스 이용 환자의 비율이 94%에 달했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보건의료기관과 의료진 측면에서 볼 때 비대면 의료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환자 수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다각도로 파악해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향상된 의료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의료서비스 질을 제고하고, 주치의 또는 단골 의사 개념이 형성돼 1, 2차 의료기관이 예방 의료의 중심 역할도 수행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 정책하에서는 수가산정 방법을 획기적으로 변경하기는 불가능한데, 비대면 의료 도입시 기존 의료서비스에 고부가가치를 더해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해 저수가 문제해결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보건의료인의 활동에 대한 가치 입증 등의 장점도 있다"고 부연했다.
국가(정부)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의료자원과 의료공급량이 부족한 의료취약지역 내 의료접근성을 향상·제고할 수 있으며, ▲의료취약계층인 고령자와 이동 불편 장애인 등의 비대면 진료를 통해 질적인 건강 관리가 가능해져 의료취약계층의 의료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비대면 의료가 성공적으로 도입이 되면 ▲질병 예방의 효과로 이어져서 인당 급여 지불액이 감소됨에 따라 건강보험재정 건전성 확보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대면이 아닌 원격의료로 정의를 달리하고 있으며,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비대면 의료는 의료서비스의 전달 방식이 보다 다양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며, 데이터에 근거한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기존 대면 의료와 절차, 방식 등에만 차이가 있을 뿐 수술, 약물, 재활 등 치료방법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많은 장점에도 현재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의료진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을 하지 못해 그 역할이 제한적"이라며 "의료진이 양질의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현재의 비대면 의료 제공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의료진이 양질의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현재의 비대면 의료 제공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비대면 의료서비스가 정식적인 서비스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현행 의료법 제34조 제1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에는 원격의료를 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 해당한다)이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의료인과 의료인간에 한정하고 있는데 이를 의료인과 환자간 의료서비스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정의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국민과 의료인이 인식하는 의료행위 또는 의료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법률 정의 상 원격의료는 의료행위 및 의료서비스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의료'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비대면 의료를 시행하든 그렇지 않든 현재의 의료법 제34조 ‘원격의료’에 관한 조항은 유명무실할 뿐 아니라 어떠한 정책적 방향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조항이므로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면 의료가 정착하려면 의미 있는 비대면 의료서비스 모형을 개발하고 의료전문가가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도 비대면 의료를 도입하려면 미국, 호주처럼 의료인을 중심으로 질환별 또는 질환그룹별 서비스 모형을 만들고, 서비스 프로세스와 사용 장비, 데이터분석 방법, 효과의 제한성, 평가 지표, 평가 방법 등을 담은 비대면의료 실시 지침(가이드라인), 임상지침 등을 개발·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의료를 활발히 수행하려면 책임기관을 지정하고, 각 이해당사자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거버넌스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연구진은 "미국의 경우 보건자원서비스국(HRSA)에서 12개의 지역 원격건강관리지원센터(Telehealth Resource Center·TRCs)와 2개의 국가원격지원센터(National Telehealth Resource Center·NTRCs)를 운영하고 있다. 2개의 NTRC 중 한 센터는 비대면 의료의 정책, 법률, 수가보상 등 정책 마련을 담당하고 다른 하나(TTAC)는 기술에 관한 표준, 기술성 평가, 보안성 평가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우리도 비대면 의료를 도입하려면 이 같은 거버넌스 구축을 참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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