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0.10 04:16최종 업데이트 23.10.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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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 전 국회의원 의협회장 선거 출사표…"8년 국회 경험으로 의권 강화, 의협 업그레이드"

강한 정치력으로 무장해 의사회원 권익 보호...필수의료 정상화, 지방의료 붕괴 대책, 의사 잠재적 범죄화 근절 등 핵심공약

 
2선 국회의원 출신 박인숙 전 의원이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도전한다. 사진은 10월 5일 기자회견 모습으로, 현장에 9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장 자리가 언제부터 협회를 발판삼아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단체가 됐나요. 같은 의사로서 창피합니다."

지역구 2선(19대 20대 송파갑) 국회의원 출신 박인숙 전 의원은 기존 의협을 둘러싼 정치에선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인물로 꼽힌다. 그런 그가 10월 5일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내년 3월에 예정된 제42대 의협회장 선거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의협을 정치적 기회로 삼아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의협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첫삽을 뜰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다.  

울산대 의과대학 학장을 시작으로 국립보건원 희귀난치성질환센터 센터장, 제26대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제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여성가족위원회 간사 등 여러 경험과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 전 의원의 마지막 도전을 두고 물론 주변 만류도 있었다.  

박 전 의원은 국회에서 8년이나 활동했던 만큼 의협 회장 출마를 두고 '야구 메이저리거가 한국프로야구(KBO)로 돌아오는 꼴'이라는 비난 섞인 발언도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은 오히려 차기 의협 선거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 KBO로 돌아오는 것은 KBO 입장에선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까요. 한국 야구가 여러모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박인숙 전 의원은 이젠 의협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 '보여주기식 투쟁이나 맹목적인 화합'이 아닌 정부와 국회를 움직일 수 있는 지혜로운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8년간 국회의원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정치력을 갖고 시스템을 움직일 수 있는지 그 어떤 예비 후보들보다 노하우를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보여주기에 바쁜 구호와 단체사진, 퍼포먼스는 필요치 않다"며 "강한 정치력을 바탕으로 의사 회원들을 보호하고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의협회장직을 그의 '마지막 여정'으로 표현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정치적 욕망이나 재선 등 사익을 추구할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단지 점차 왜곡되고 있는 의료시스템과 이를 바로잡고 '병풍 혹은 들러리'로 전락한 의사들의 권익을 신장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박 전 의원은 구호 뿐인 회무 보다 실질적 대안을 선점할 수 있는 회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공약들은 차후 공개할 예정으로, 큰 줄기는 ▲필수의료 정상화 대책 ▲지방의료 붕괴 대책 ▲의사 잠재적 범죄화 근절 등이다. 

그는 "결국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면 법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치세력화가 필요한데, 국회 앞에서 피켓들고 사진만 찍는 방법으론 (정치세력화가) 불가능하고 오히려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창피하다. 국회 앞에 수 많은 사람들이 띠를 두르고 시위를 하는데 의협 대표도 그들과 함께 있다. 이젠 의협의 정치력을 제대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임기 3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첫 삽은 떠야 한다. 그 이후엔 후배 세대가 그 뒤를 잘 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의협에서 젊은 의사 인재풀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현장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Q. 의협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나?

국회를 떠난지 3년이 다 돼 간다. 처음엔 의협 회장 선거 출마를 꿈도 꾸지 않았고 크게 관심이 없었다. 국회를 떠나고 강의 요청을 많이 받았는데 의료정책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알릴 기회가 많았다.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하다 보니 문제가 너무 심각해보였다. 상황은 점점 나빠지는데 의료계의 유일한 법정단체인 의협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다른 단체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의협이 잘하지 못하면 변화는 일어나지 못한다. 그 변화를 요구하는 주변 의사들의 권유도 많이 받아 결국 출마를 결심했다. 

Q. 출마를 결심하면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고민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나의 출마가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지 점검했고 부합한다고 생각이 들어 생각을 굳혔다. 그 첫 원칙은 '내가 회장직을 통해 사익이 아닌 의사회원 전체 이익과 의료계 시스템 개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익의 실현을 위해 나서는 것인가'라는 물음이었다. 두 번째는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세 번째는 '왜 꼭 나여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심사숙고해보니 이 조건들이 모두 맞았다.

Q. 현재 의협이 가고 있는 방향 중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한 부분은 꼭 개선돼야 한다. 의협이 원보이스(one voice), 원팀(one team)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가 의협 회비를 내는 회원이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원들에게 왜 회비를 내지 않는지 물어보면 의협이 본인에게 해준 것이 없다고 한다. 의협이 회원들에게 무한 사랑을 받도록 하진 못하더라도 의협의 존재 이유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Q. 회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근거가 있나?

불평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대안이 있어야 하고 이를 몸소 실천해야 한다. 나는 대안을 갖고 있고 구체적인 정책과 실현 전략도 이미 갖고 있다. 다만 후보자들이 다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오늘 구체적인 내용을 다 얘기하긴 어렵다. 앞으로 토론회 등 충분히 대안과 정책을 검증받을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총론만 언급하겠다. 

Q. 자신의 최대 장점이 있다면?

결국 의료시스템을 개선하려면 법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정부와 국회는 의사 친화적이 아니다. 이들을 움직여야 하는데 나는 그 노하우가 있다. 8년간 국회에 있으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친분이 많다. 국회와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인맥, 노하우를 바탕으로 의협의 정치세력화를 이끌 자신이 있다. 의협의 정치세력화는 20년 전부터 줄곧 나왔던 얘기인데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다. 국회 앞에서 현수막을 달고 사진을 찍고, 띠를 두르고 구호만 외친다고 정치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Q. 임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3년 동안 무엇을 이루기 힘든 부분이 많을 것이다. 법 하나를 바꾸려고 해도 10~20년은 걸린다. 의협 회장들이 자신의 임기동안 무엇을 성취했다고 하면 이는 그 사람의 덕이 아닌 그 이전 회장들의 공인 셈이다. 꼭 임기 내에 가시적인 무엇을 한다기 보다 나 혹은 그 이후 세대에서라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젊은 의사 후계자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의협이 인재풀을 만들고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의사들의 형사처벌 예방과 지방 필수의료 문제다. 이는 꼭 이슈화시킬 예정이다. 

Q. '의협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고 발언한 것이 기억난다. '의사들이 국회에 많이 입성해야 한다'고 했던 적도 있는 것 같은데 다시 의협으로 돌아오는 것은 해당 발언들과 배치되는 것은 아닌가?

의사들이 국회에 많이 가야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의사들이 국회에 갑자기 많이 입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막상 국회의원 1인이 할 수 있는 역량도 제한돼 있다. 그래서 작전을 바꿨다. 의사 1~2명이 국회에 가서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어려우니, 제대로 된 의협을 만들어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의협의 편이 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현장에 참석한 박인숙 전 의원 지지자들의 응원메시지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박인숙 전 의원과 의학교육 문제로 오래 전 처음 만났다. 당시 의대평가인증 의무조항 관련 문제로 고심하던 차에 박 전 의원이 법안 통과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했고 그 이후 더 이상 의학교육을 핑계로 엉터리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게 됐다. 지금까지 박 전 의원께서 사익을 떠나 보여주신 많은 부분에 감사드리는 차원에서 주저없이 참여했다."    

이웅희 서울의대 동창회 총무부회장 

"2013년부터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를 했다. 법제회무를 하다 보니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정부나 국회와 대등하게 사안을 이끌어가지 못하는 점이 눈에 보였고 안타까웠다. 박인숙 전 의원께서 의협 회장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정성과 추진력, 업무 능력 등을 통해 산적한 여러 난제들을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가 생겼다고 확신했다. 암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나마 희망이 생긴 것 같다." 

김태효 동아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2년 전 처음 인연을 맺었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배뇨 때문에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데 부산시에 관련 센터를 설립하는 문제로 공청회 패널로 나와주실 수 있는지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참여해 부산시 공무원, 의회 관계자들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박 전 의원께선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선의로 의협 회장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확신에 흔쾌히 도와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최혜영 가천대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박인숙 전 의원과는 30년 전 처음 만났다. 그의 최대 장점은 추진력이다. 무슨 일이든 생각으로만 하는 것을 곧바로 실행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백정현 우리아이들병원장 

"박 전 의원과 우리아이들병원에서 함께 진료를 하고 있다. 요즘 소아과 오픈런 사태가 심각하다. 필수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소아심장학 전문가로서 박 교수께서 이런 문제들을 잘 해결해주실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이미정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교수 시절 박 전 의원 밑에서 전공의 생활을 한 연으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장점은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 귀를 닫고 자기의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와 정반대라는 것이다. 박 전 의원께선 높은 자리에 있을 수록 타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진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신다. 이정도 능력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충분히 의협의 베이스(밑바탕)를 잘 다져놓으실 것이라고 자신한다." 

김진현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전협 활동 당시 여러 좋은 의견을 교류하며 인연을 시작했다. 그동안 봐왔던 의협 회장들은 협회를 사유화하는 문제가 심각했다. 회장직을 발판삼아 국회로 진출하려는 이들도 상당했다. 즉 잿밥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많아 실망도 많이 했다. 그러나 박 전 의원께선 이미 국회의원을 8년이나 하신 분으로 최소한 의협 사유화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다. 여러 국회 경험을 통해 정부, 국회 관계자들을 만나도 뚝심있께 의사회원들을 잘 대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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