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 원장 "한국 의료전달체계 개편 어려운 이유, 90% 민간 의료공급자 자율성 무시…정부가 모든 정책 개입"
미국처럼 공급자 자율성 인정하면서 책임 부여하는 방식이 적절…미래 전달체계는 '지역책임병원 중심 네트워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원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가 아닌 사람이 나서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한다고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지 않다. 민간이 주도하는 환경에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향후 의료정책 결정 방향성에 있어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의료 공급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을 줄이면서도 최상의 의료질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인 것이다.
아울러 공급자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역책임병원(Medicla Home) 체계를 통한 지역완결형 연계·협력 모형이 미래 의료전달체계 대안으로 제시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원장은 17일 '지역사회 기반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 국회토론회에서 "2019년도부터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실제로 작동된 것은 거의 없다. 이유는 한국 의료 공급의 90%가 민간인데 반해 이를 공공 파트에서 관리, 운영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공공이 공급하고 공공이 관리한다. 미국은 민간이 공급하고 민간에 관리가 맡겨진 편이라 정책 추진에 있어 트러블이 적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우리나라처럼 사사건건 모든 의료정책에 있어 충돌하는 체계가 아니다. 민간이 공급을 주도하면 민간 자본을 통해 시장에 진입해 충분한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운영 방식"이라며 "태생적으로 민간이 의료를 공급하고 사회보험 체계라는 이름으로 공공이 모든 정책에 개입하니 항상 마찰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결 대안은 유럽처럼 공공을 대거 확대하는 것이지만 우리 재정엔 한계가 있고 빠른 시일 내에 공공 전환이 불가능하다. 재정이 허락하는 범주 내에서 공공의 공급을 늘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미국처럼 공급자에게 진료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비용과 의료의 질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즉 산부인과, 소아과, 감염내과, 응급의학과 등 수요부족으로 민간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분야는 공공의 대응력을 늘리는 한편, 의료 공급자에겐 서비스 공급에 대한 자율성을 충분히 부여해 향후 전달체계 개편과 의료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신 원장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나서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한다고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지 않다. 민간이 주도하는 환경에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일정 부분 시장주의 공급 경쟁을 차용하되 수요자 이용에 대한 견제 장치를 도입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며 "공공의 개입은 최소화하면서 결과에 대해서만 평가하고 이를 통해 보상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신영석 원장 발표자료
신 원장은 이날 구체적인 미래의료전달체계 구상안도 공개했다.
70개 진료권을 구분하고 지역책임병원(Medical Home)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별 필수의료 제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그는 "진료권 내 2차 종합병원이 지역책임병원으로서 의뢰와 회송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면서 3년 단위 평가를 통해 지역책임병원 기능에 대한 자격 유지 여부를 재판단하게 된다"며 "네트워크 형성을 유도하기 위해선 보상 수준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 현행 대비 10~20% 가량 높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증응급센터, 지역심뇌혈관 질환 센터, 신새아 집중치료센터 등 필수의료 전문센터는 의무적으로 네트워크에 포함시키고 최고난도 질환 치료와 연구 중심인 서울 상급종합병원은 네트워크 구성에서 제외시킨다. 또한 지역완결형 네트워크에 가입하지 않은 공급자는 현행처럼 서비스를 공급하는 형태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일반인은 네트워크에 가입하거나 현행처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되 장애인, 65세 이상 고령인, 청소년은 네트워크에 의무가입하는 형태"라며 "네트워크 내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되 필요시 의뢰서 발급에 의해 상급병원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네트워크 가입자에 대해선 보장성을 높이거나 확대된 건강검진 기회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영석 원장은 네트워크에 따라 급여범위와 보상체계 및 성과관리도 다각화되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행위별수가제에서 네트워크 당 목표의료비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한 기관에겐 절감된 금액의 50%에서 80%까지 탄력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며 "부합하지 못한 기관의 추가 비용은 공급자와 보험자가 공동으로 부담할 수 있다. 또한 의료의 질, 환자만족도, 환자 안전 등 평가체계를 구축해 일정 기준을 달성한 네트워크에 대해선 별도 추가보상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