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은 임상실습이 필수인데…의대정원 확대와 교수대비 학생비율에 대한 멍청한 추측(SWAG)
[칼럼]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전 세계의학교육연합회 부회장
[특별칼럼]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우려되는 이유 정부가 2025년부터 1000명 이상의 '의대정원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의 문제로 사회적 파장을 해결한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초까지 의대정원 증원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의학교육학 전문가이자 전 세계의학교육연합회 부회장인 안덕선 교수와 함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본다.
[메디게이트뉴스] 의학적 자료에 관한 비판적 사고에서 간혹 미국식 속어(Slang)인 'SWAG(Scientific Wild-Ass Guess)'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의학적 자료는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적이어야 하나 근본적으로 자료가 거칠고 부정확한 경우를 의미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회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의과대학 정원을 대폭 늘려도 학생 교육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주장은 주요 일간지와 각종 언론 매체에 보도돼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한편 의사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증폭시키고 있다.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에 현재 40개 의과대학에 총 1만 1502명의 교수가 재직하고 총 의과대학생 수는 1만 8348명이다.
의과대학의 교수대비 학생 비율 평균은 1.6명이고 법학전문대학원은 7.6명, 약학대는 14.9명으로 의과대학은 타 대학에 비하면 교수대 학생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대형병원을 보유한 울산의대는 0.4명, 성균관의대는 0.5명으로 일반인이 보면 의과대학 정원은 즉시 쉽게 늘려도 된다는 착각을 할수도 있다.
의과대학이 타 단과대학에 비해 교수대 학생 비교에서 월등히 높은 것은 임상교수와 일반대학의 교수의 직무가 동일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의과대학 임상교수의 특성을 무시하고 극히 일부의 직무에 대한 제한적 자료만 제공한 것이다. 의과대학 임상 교수의 교육대상은 의과대학 학생 정원보다 훨씬 많은 인턴, 전공의, 대학원생 모두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의사양성을 위한 의학교육은 의사 면허 취득 전 학생 교육과 인턴, 전공의을 위한 졸업후교육과 석, 박사의 연구를 위한 대학원 교육, 그리고 보수교육이 대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임상교수의 직무 중 가장 큰 부분은 환자 진료를 위한 직접 근로의 제공이다. 학생, 인턴, 전공의, 대학원 교육을 담당했다고 별도의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더해 학회, 대학, 병원의 행정적 봉사나 정부 기구 등 다양한 공공기구를 위한 사회적 봉사도 참여해야 한다.
의과대학 교수가 엄청나게 넘쳐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기사의 동일면 하단에는 반대로 의과대학 임상교수의 소진과 의과대학 병원 이탈에 관한 기사도 다루고 있어 모순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대학교수로 학생 임상실습을 위해 학생 차원의 국제적 임상실습 교류를 추진한 적이 있다. 한 번은 지원자가 많아 15명의 학생을 인솔하고 캐나다의 토론토대학을 방문했다. 당시 토론토대학의 담당 부학장이 우리를 맞이하고 환영의 인사와 더불어 한 번에 너무 많은 수의 학생을 보내지 않기를 부탁했다. 15명의 임상실습 학생의 증가로 자신들의 학생실습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토론토대학이 갖는 교육병원은 10개가 넘었고 필자가 전공의 생활을 할 당시 의과대학 내에 성형외과 교수만 25명이 넘었다. 마취과 교수만 300여명인 거대한 식구를 거느린 의과대학이었음에도 외국인 학생 15명에 대한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미국 하버드의대는 학생 정원 160명으로 2022년 기준 1만2304명의 의대 교수가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발령 임상교수 포함인데 조, 부, 정교수가 6000명이 넘고 학생 1명당 교수 비율은 무려 14.6명이다. 하버드의대의 교수가 많다고 해서 혹은 다른 의과대학의 교수가 많다고 해서 의과대학생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나 논의는 없다.
미국 의과대학 평균 교수 수는 대략 1000명 정도로 기초 교수가 약 100명, 그리고 임상교수 900명 정도다. 의학교육의 특성을 모르고 단순히 다른 단과대학의 학생대비 교수 비율의 비교는 전문지식이 부족한 정치인과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대학 희망 정원 확대 수요는 2주 동안의 단기간의 답변을 요구해 고민 끝에 대학의 생존과 번성을 위한 양적팽창주의가 바탕인 정원이다. 현재 정원의 3-4배 정원을 희망한 의과대학도 있다고 하는데 어떤 의학교육을 지향해 이런 수요치가 산정됐는지 매우 궁금하다. 기자나 일반인에게 의학교육이 대규모 강의실이나 실험실에서 집단적으로 진행하는 전통적 사고로 축소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대학 당국도 비슷한 생각을 하였다면 매우 실망스럽다. 임상교육에 대한 이해가 아직도 너무 부족하고 이런 것이 만성적인 부실한 학생 임상 실습과 인턴교육의 큰 원인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 보건복지부는 당시 의사 수 증가에 따른 의학교육과 의료의 질적 저하를 우려해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현재의 정원으로 감소시켰다. 보건복지부의 의사의 양적 증가에 의한 교육과 의료의 질적 우려는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정치인의 포플리즘에 동참해야 하는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위한 중대한 정책적 고려에서 정작 필요한 의료 요구수요는 제시하지 못하고 멍청한 추측(SWAG)을 마치 과학적 자료처럼 제시하고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