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9.02 06:49최종 업데이트 20.09.0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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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의료정책의 재현

의사 부족 문제 해결방안이 조선총독부 때 한지의사 초창기 모습...다른 모든 나라는 좋은 의대 운용에 전념

[칼럼] 이무상 연세의대 명예교수·전 가천대 석좌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선의 의사들은 원래 조선총독부 경무국(警務局) 위생과의 관리대상이었다. 그 후손인 민주국가 한국의 의사들도 요즘 나리들이 왜정 때 그대로라서 무섭다며 아우성이다. 역시 전통은 질기다. 의사 양성과정의 꽃이라는 우리의 전문의 제도 또한 조선총독부의 조선의료령(제령 제31호 1944.8.21)과 시행규칙(부령 제322호 제정;1944.8.21. 시행;1944.8.29.)에 따라 그대로 건국 후에 시작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와 같이 전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현 시국에 혼란의 나리들은 조선총독부 의료정책도 제대로 모르는 무식한 의료계를 속으로 탓한다. 
 
역시 정부는 어린 백성 걱정이 많다. 조선총독부 때도 그러했다. 고마운 일이다. 의사 특히 지역의사, 특정과 전문의, 의과학자, 역학조사관 등이 부족하고 전남과 경북에 의대가 없어 걱정이다. 서남의대가 폐교된 남원 지역은 경제가 걱정돼 공공의대를 만들어 각 지역에서 학생을 받아 교육비 4년 지원에 졸업후 10년(수혜기간의 2.5배)간을 학생의 출신 지역에 묶는다고 한다. 조선총독부가 식민지 백성을 긍휼히 여겨 '의사규칙'(1913.11.15)으로 만든 '한지의사(限地醫師)' 제도의 초창기와 같다. 
 
어느 나라이건 의대 졸업 직후 의사면허는 ‘이제 의료에 입문하며, 내 행위에 책임과 위험을 진다’는 뜻이다. 76년 전 9월 조선총독부 경무국 아베(阿部) 위생과장도 ‘의대 졸업했다고 의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옳은 말씀이다.

그래서 의대 졸업 후에 학교교육보다 긴 수련자로서의 피교육 기간이 그대로 남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병역의무 3년이 있지만, 유능한 의사의 양성을 위해 아예 전체 피교육 기간(고졸후 최소 9년, 최대 17년)에 정부가 원하는 전공을 지정해 교육비를 지원하고 수혜기간의 2.5배를 의무기간으로 하면 지역에 특정과 전문의 및 세부전문의까지도 오래 묶을 수 있다. 철저한 한지의사 양성 전략이다. 그들이 근무할 병원은 자치단체장의 정치로 처리하고 인권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살살 달래면 된다.

의사가 OECD 평균보다 적고 현 시국의 모든 문제는 의사부족이 근원이니 조선총독부가 만든 '의사시험규칙'(1914.7.20)으로 '검정의사(檢定醫師)' 제도를 이용하자. 그 후에도 의사부족이 급하면 조선총독부도 1941년부터 시행했던 '의사양성 기간 단축'을 하자. 현재 미국도 ‘3년 의학교육과정’을 시험 중이니 믿을만하다. 다시 말해 현재 계속되는 '어린 백성 긍휼정책' 연장선에서 조선총독부 의료정책을 좀 더 학습해 창의적으로 철저하게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다. 촛불 정부나 조선총독부의 긍휼 정책은 그 맥이 같은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 났다'에 걸맞는 이 제도들은 식민지 시절에 인기도 높았다. 검정의에는 공병우 박사(1926년 의사검정시험 합격, 한국 최초 안과 전문의원, 한글 타자기 발명)같은 입지전적 인물도 많았다. 이 제도로 고비용의 학교교육 없이 5년 이상의 의료기관 종사 경력 또는 의학강습소(학원)의 2년 교육으로 ‘의사면허시험 응시자격’을 얻고 시험에 합격해 가문의 영광이 된 의사들도 많았다. 이 제도들은 해방 후 1946년에 의사면허 갱신 때 폐지가 시작돼 경과기간 후 1952년 1월 15부일터 의대 졸업생에게만 '의사면허시험 응시자격'을 주면서 없어졌다.

폐지 20년 후인 1970년 현재 검정의는 전체 신고의사의 9.5%로 947명이었다. 또한 조선총독부는 1940년대 전쟁 때 4년 의학교육 기간을 단축했다. 미국도 3년 의학교육과정을 2019년 현재 150개 대학에서 시험 중이다. 의대와 실습병원 신설에 5000억원을 요한다는 것은 중론이기에 가성비 좋은 이런 3가지 제도로 의사 부족은 곧 해결된다. 그래서 조선총독부의 긍휼정책을 제대로 배우자는 토착왜구의 제안이다.

그런데 이런 가성비 좋은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소위 ‘좋은 의과대학’ 운용에 진력하고 경쟁한다. 세계의 모든 ‘좋은 의과대학’에는 비의사(Non-MD) 전임교수가 적지 않다. 기초의학을 포함한 기초과학, 사회과학, 특히 문사철(文史哲) 인문학 출신 교수가 있으면 틀림없이 거대 명문 의과대학이다. 하버드 의대에는 전체 전임교수(9649명/4개 캠퍼스, 15개 기관; 2020년) 중에 기초의학을 포함한 기초과학에 325명, 문사철을 포함한 인문사회과학에 86명의 전임교수가 근무한다.

최근 우리나라 명문 의대에도 의대 졸업이 아닌 비의사(Non-MD) 교수들이 늘고 있다. 유치한 밥그릇 논쟁을 넘어 종합대학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의료'는 이처럼 세상의 온갖 학문과 관계를 맺고 연구되고 다각적 관점에서 관리돼야 하는 종합학문적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고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다. 그래서 세계의 선진제국은 벌써 오래전부터 아예 의과대학 신설 설립 기획 때부터 ‘의학교육 인정평가’를 받는 것이다. 

OECD 통계 신화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선진국 모임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1996년 문민정부의 홍보효과의 지속이다. 그래서 OECD 통계를 언론과 학자들이 현학적으로 자주 이용한다. 정부도 우리의 의사밀도(Physician Density; 인구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이 안 된다고 어린 백성과 언론을 분노케 한다. 그러나 OECD는 선진국의 모임이 아니고, G7 · G20 같은 GDP대국의 모임도 아니다.

2차 대전 후 1946년에 경제발전이 급한 유럽제국이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참고할만한 이웃의 자료를 쉽게 얻기 위해 회비 내며 꾸민 OEEC의 후신이다. 정말 선진국이라 할 만한 나라는 소수이다.  
OECD 평균 인구수와 1000명당 의사수 비교표. 자료=OECD 통계, 이무상 교수 

OECD 통계는 각국이 제출한 자료를 엑셀로 정리하니 평균과 서열이 나왔을 뿐이다. OECD는 EU, WHO처럼 회원국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이 꼴등인 경우가 많다. 경제왜소국, 인구왜소국을 포함한 37개국 수치를 단순평균 하면 의사밀도 3.5(2018)가 나온다. 그러나 37개 회원국 중 5000만 이상의 경제대국 겸 인구대국 9개국을 평균하면 2.9가 된다. 
 
우리가 경제성장이 빨랐으니 의사밀도 증가 속도도 OECD 인구대국 평균보다 2.2배 빨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37개국의 단순 평균만 강조한다. 우리 의료와 가장 관계가 깊은 3개국의 의사밀도가 거의 같은데도 정부는 고령화를 이유로 든다. 그러나 의료계는 고령화는 일본이 더 심하고, 국토는 일본의 약 1/4에 인구밀도는 세계최고이며, 1981년 의사밀도에서 일본과의 격차 0.8이 2018년에는 0.1로 줄었지만, 일본의 1.88배인 증가속도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점을 걱정하는 것이다. 
 
OECD 2020년 자료의 의사밀도에서 1위 그리스는 6.1(2018년 기준)인데, 1년에 인구 1000명당 의사수 0.2명 또는 0.3명이 뛰는 것을 볼 수 있다. 포르투갈과 오스트리아가 2위로 5.2인데, 이들 3개국 모두는 1000만 전후의 인구소국에 모두가 좌파정권의 무리한 정책에 의한 후유증을 지금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의사밀도 증가 속도는 무척 빠르다. 그래서 전문지식 습득에만 골몰할 수밖에 없는 어린백성 의사들도 나라걱정이 돼서 촛불정부의 긍휼 의료정책을 탓하는 것이다.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의료계는 세계에서 그 유명한 'Greece Malady'가 곧 이어서 우리에게도 올 것 같다는 예감, 곧 'Korea Malady'를 걱정하는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업 # 의사 파업 # 전국의사 총파업 # 젊은의사 단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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